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피라미드의 위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아랍어로 ‘승리자’라는 뜻인 카이로는 그 이름 값을 하듯이 시내 곳곳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준다. 카이로는 신과 동격이었던 파라오들이 건설해낸 승리자의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카이로에서 불과 13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 Giza 에서 피라미드를 처음 보는 순간의 감동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 누군가 말했듯이 “피라미드를 보지 않고는 이집트를 말하지 말라” 라는 말이 정말 진리인 것처럼 들린다. 수수께끼를 내어 틀린 사람을 가차없이 잡아 먹었다고 하는 스핑크스의 전설부터 다시 환생을 꿈꾸며 피라미드 안에 미라로 놓여진 파라오의 실체를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이집트는 정말 가볼 만한 나라이다. 영국 BBC 방송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50 곳을 선정하면서 피라미드를 17번째 장소에 올려 놓기도 했다.

 

  

 

 

 

 

 

 

 

 

 

 

 

 

 

(Giza 의 피라밋.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가깝고 먼 피라밋의 위용)

 

그러나 이렇게 웅장하고 신비로운 카이로를 만든 것은 나일강이다. 아니, 이집트 문명을 꽃피우게 한 것은 나일강이였다. 나일강 없이 이집트를 생각할 수 없으며 그것은 신의 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일강은 6690 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적도 부근의 나라 탄자니아 근처에서 발원하여 지중해로 흘러 나가는 아프리카의 젖줄이다. 나일강이 없었다면 아프리카는 대부분이 사막으로 뒤덮여 있는 황무지에 불과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도상 위쪽에 있는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아프리카 남부로 흘러 내려갈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와 정반대라는 사실을 이집트에 가서 확인하고 많이 의아해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집트 문명을 만들어 낸 나일강.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나일강의 폭은 넓지 않다. 우리의 한강이 훨씬 더 넓다.)

 

위대한 이집트 문명의 어머니, 나일강 위에서 난 참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다. 13년 전에 본 것이었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때의 모습. 나일강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많다. 어림짐작으로 한강의 폭보다 반도 안되어 보이는 나일강이 조금은 초라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다리 위에는 노부모를 모시고 건너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 한 쌍이 걸어오는 모습도 보였고, 어린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떼를 지어 오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다리의 정가운데 남루한 복장의 한 소년이 서있었고 소년의 발 밑에는 거의 다 망가진 것처럼 보이는 몸무게용 저울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아무런 표정 없이 계속 서 있기만 한 소년. 동작도 거의 없이 차려 자세 비슷하게 계속 서있는 소년의 모습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강한 의문이 생겼다. 분명한 것은 구걸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난 그 소년을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지켜보기로 마음 먹었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나고 삼십 분이 지나갔다. 그래도 계속 서있기만 한 소년. 난 기다린 것이 아까워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다리를 지나가는 많은 이집트 사람들의 의상을 보고 그들의 말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문명의 탄생을 잉태한 나일강의 다리 위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생길 틈이 없었다.

 

거의 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 소년의 곁을 지나가던 한 쌍의 남녀 커플이 소년에게 어떤 말을 하더니 저울 위로 올라가 몸무게를 재는 모습이 보였다. 몸무게를 재고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그러더니 그들은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가던 방향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몸무게를 같이 재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약간은 신기해 보였다.

 

그 소년의 직업은 저울을 가지고 사람들의 몸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어쩌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그 소년의 저울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재면 몸무게 잰 값을 받는 일. 하루에 과연 몇 명이나 그 소년의 낡은 저울에서 몸무게를 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소년이 나의 영어를 알아 들을 수 있다면 하루에 몇 명이나 몸무게를 재고 얼마를 버는 가와 누구를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나를 물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이런 호기심으로 가득 찬 질문이 그 소년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난 나의 발길을 돌렸다.

 

그 소년이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저울 하나였다. 하루에 몇 명의 사람들로부터 몸무게 값을 지불받는 지는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 소년은 매일 아침 나일강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그리고 나일강에 드리워지는 석양을 보며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었다. 매일 찬란했던 문명의 젖줄 위에서 일출과 석양을 번갈아 보며 서있는 그 소년의 삶에 대한 의지가 더 중요하게 보였다.

 

내가 가진 것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늘 갖고 싶어하던 것들과, 그것을 손에 넣지 못했을 때의 좌절과 불만들도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없어서 못하고 저것이 없어서 못하고,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만들어 놓았던 수많은 핑계들도 생각해보았다. 난 분명 그 소년보다 갖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늘 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못할 것이라는 스스로 판 무기력과 좌절이라는 무덤 속에 얼마나 많이 들어가 누웠었던가를 생각했다.

 

초라하고 낡은 저울 하나만을 가지고도 자신의 일을 해내는 소년과, 이미 너무 많을 것을 가지고도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비교하면서 난 나일강의 다리에서 벗어났다. 아직도 저기 멀리서 묵묵히 저울 앞에 서있는 소년을 뒤돌아 보았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소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 까.

 

우리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하려는 의지와 자신감이다. 그 소년은 낡은 저울조차도 가지지 못한 다른 소년에 비하면 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 다리 위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삶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성공의 기본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비록 남들보다 좋지 않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야 말로 성공을 쟁취하는 글로벌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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