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향연이 무르익어 갑니다.
이 여리여리한 환희의 빛깔이 진초록으로 변해갈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미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어 어스름히 땅거미 지는 마을 뒷산을 아이와 함께 걷고 있는데 기다리던 소쩍새의 반가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마을 어귀의 산밭에서 노닐던 노루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숲속으로 달아납니다.
못자리를 위해 대논 무논에선 맹꽁이가 울어댑니다. 겨우내 놀려 두었던 논뙈기에 물을 대기 위해 트렉터 작업을 하는 농부님을 피해 우렁이를 잡아 먹으려는 황새가 금세 대여섯 마리 날아 들어 부산하게 날개짓을 하면서 먹이를 구합니다.

이른 봄에 캐서 저장해 두었던 어린쑥으로 쑥개떡을 만들었습니다.
삶은쑥과 쌀가루를 함께 빻아 내린 가루에 소금 한 숫갈을 넣어 반죽하여 송편과 쑥개떡을 만들었습니다. 송편에는 깨소금에 설탕 한 숫갈을 넣은 소, 대추채와 호두를 섞어 조청에 갠 소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거피한 녹두고물도 좋은데 준비해 둔 게 없어 두 가지 고물로만 만들었는데 향긋한 쑥향과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봄에 만드는 햇쑥떡은 인절미 보다 멥쌀로 하는 것이 쉬 질리지 않고 담백합니다. 많은 양의 쑥떡을 만들 때엔 방앗간에서 뽑는 절편이 좋아요.

봄에 나는 산나물들을 보면 왜 이리 반가운지요.
제가 사는 이곳엔 야트막한 산들이 많아 5일장이 서는 날엔 산나물들이 땅이 꺼지게 납니다.
하여 봄산에 오를 때엔 나물을 채취해야야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오랜동안 새순을 따서 파시는 할머니들 만큼 뭐가 검증된 나물인지 식별하는 능력도 없고 그것을 채취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봄산에 오를 때는 쑥개떡 몇 개와 생수 한 병이면 족합니다. 저는 숨이 가빠 높은 산은 오르지 못 해 산 초입의 낮은 구릉을 오르거나 산과 산 사이로 난 마을길을 걷습니다.

운동도 자신의 몸에 맞춰서 하는 게 좋다며 사회체육을 공부한 아이가 일러 준 요령대로 따라 해 봅니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기을인 채, 쑥이 없나 나물이 없나 주억거리며 느리게 걷는 것은 운동의 효과가 없으니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앞을 보며 양팔을 허리에 붙이고 앞뒤로 흔들면 힘차게 걸으라는군요.

장바구니에 갖가지 사온 나물 손질하여 반찬 만들고 장아찌 담그고 삶아 냉동하니 한나절이 훌쩍 지나 버립니다. 엄나무순은 데쳐서 초회로, 홋잎나물과 가시오가피순나물, 취나물은 데쳐서 간장과 깨소금으로만 무쳤습니다. 참기름은 한 방울만 떨어뜨렸습니다.
울릉도에서 나는 부지깽이 나물도 구해서 나물로 만드니 밥상은 봄의 향연입니다.
채식의 허전함을 보충하기 위해 소고기치맛살구이를 준비했습니다.
양념하지 않고 세게 달군 팬에 구워 재빨리 표면을 익힌 다음 중불에 익혀 상추와 곰취에 쌈장을 올려 쌈을 싸서 먹습니다.

올해엔 집안일로 밀쳐 두었던 느티떡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느티나무가 동네 군데군데에 있긴 하지만 수령이 꽤 된 나무라서 오르기도 힘들고 어린잎 흔들어 따는 꼴도 볼성사납다 싶어 뽕잎으로 대체하려 합니다.
고물은 흰 거피팥으로 하고 질시루에 시루번을 만들어 쪄 보겠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젖습니다.
그렇게 병원 가시는 걸 싫어하셨건만 링거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버티셔야 했던 어머니!
마지막 뵈온 지 일 년이 다가옵니다. 좀 더 살가운 시간을 만들어드리지 못해 죄스럽고 함께 한 시간이 짧아 아쉽습니다. 육신의 원기가 다 소진돼 버린 시간, 병실에 들어서는 저를 보시고는 환한 미소를 머금으시던 어머니...

시골학교에 근무하시던 시절, 방과후면 아이들 손톱 깎아 주고 해어진 옷 꿰매 입히고 아이와 그 어머니가 입을 옷보따리 챙겨 들려 보내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누군가 말씀하시더군요.
'사회화되지 않은 모성애는 하찮은 것'이라고.

어린이날이 다가 옵니다. 내새끼 건사에 가열한 엄마들이 아이 선물 마련하려 백화점으로고급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겠지요. 일제 강점기,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한 인격체로서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지켜주기 위한 취지로 창안된 기념일이지요. 굳이 빛 바랜 그 날의 의미를 상기해 보는 건 다른 뜻에서가 아닙니다. 자식 사랑은 좋은 것 입히고 먹이며 고액의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 만이 다가 아닙니다. 어려운 친구를 도울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일입니다. 내새끼가 소중하듯 또래의 친구도 귀한 존재입니다. 자식사랑의 마음을 이웃으로까지 확장하는 스마트맘(사회적맘)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미래 사회의 인재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야 할뿐만 아니라 시대가 안고 있는 공동체의 문제를 나의 것으로 인식하고 고민하면서 그것을 개선해 나가는 데에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전자의 능력은 제도권의 교육과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르겠지만, 후자의 품성은 어려서부터의 가정교육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때문입니다.
그대는 어떤 모습의 어머니가 되고 싶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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