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니 스포츠를 소 닭 보듯하던 저도 괜히 흥분을 하게 됩니다. 운동이라고는 초등학교 3 학년 운동회의 달리기 시합 때, 5등(8명 중)을 한 게 제 생애 최고의 기록이었으니까요.

당연 운동 신경이라고는 거의 장애에 가까울 정도여서 운전 면허시험(실기)에서도 13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인지를 붙일 데가 없어 뒷면까지 다 채우고도 모자라 그 위에 덧붙이기를 2번이나 하고서야 끝이 났으니까요. 11월 초에 시작한 면허시험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그 겨울 내리 재도전하여 이듬 해 3월에서야 합격을 했지요. 그때의 심정은 죽고싶을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일자 무식이라도 운전만 할 줄 알면 모두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지요.

운동과의 악연은 또 있습니다.
학부의 교양과정을 이수할 때, 체육 점수가 나오지 않아 자칫 유급을 당할 뻔 하기도 했지요. 배구의 서브가 기말시험의 종목이었는데 죽을 힘을 다해 공을 넣어도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거예요.
재시험을 두 번이나 치루었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배구 서브 하나로 진급을 못하게 되는 게 억울해 깐깐하기로 소문난 체육 교수님을 찾아가 통사정을 했습니다. 체육 점수 안 나와 유급하게 되면 대학은 그 길로  끝장이라고요. 애원 반 협박 반으로 교수님께 매달렸지 뭐예요. 호랑이 같으신 아버지가 다시는 등록금을 주시지 않을 거라 했지요. 마뜩잖은 표정 속에서도 저를 딱히 여기셨는지 그럼 네가 잘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으시데요. '족구'라고 저는 자신 있게 말씀 드렸죠.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더라고 왼발쟁이인 제가 차는 공이 제법 멀리 나가는 걸 확인하신 교수님은 D를 주시더군요. 그런 끔찍한 기억들이 저를 옭죄고 있어서인지 사는 내내 스포츠라면 괜스레 주눅이 들고 그러다 보니 아예 외면하게 돼버리리데요.

26일, 11시 비는 내린다 하는데 야밤에 응원을 하면서 안주거리로나 간식으로 좋은 음식이 뭘까 한참 고민해보았습니다.
네이버에도 심심찮게 응원음식이 올라오는데 대개의 공통점이 매콤한 아이템들이네요. 야외로 나가실 경우엔 한 입에 드실 수 있는 핑거푸드가 제격이겠지요. 소모 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맛난 주먹밥이 좋을 듯해요.

잔멸치를 살짝 볶아 김가루와 혼합하여 만든 주먹밥도 드시기 좋고, 찬밥에 국물 짜버린 김치와 참치를 잘게 다져 넣고 볶아 뭉친 밥을 살짝 데친 깻잎으로 싸서 만드셔도 향긋합니다.

팥 한 줌 압력솥에 부르르 삶아 불린 찹쌀 넣고 금세 지은 찰밥을 한 김 나가면 손으로 꼭꼭 쥐어 만든 주먹밥도 든든합니다.
찰밥에는 나박김치, 마늘이나 매실장아찌 곁들이면 소화도 잘 돼요. 부재료 마련하기가 좀 번거롭지만 김밥을 말으셔도 두루 드시기 좋겠고요.

맥주나 소주 막걸리 안주감으로는 매콤하게 구운 오징어불고기나 매운 닭요리도 술맛 당깁니다. 갖은 야채 썰어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 골뱅이에 소면을 곁들이면 안주로도 허기를 해결하는 데도 그만이지요.

마침 갑오징어가 제철입니다.
청정해역에서 사는 갑오징어는 물오징어 보다 육질이 연하고 맛도 좋습니다. 손질한 갑오징어를 살짝 데쳐 오이와 함께 회무침을 해도 일품이고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 드셔도 상큼합니다.

해물, 야채, 배채, 편육을 혼합하여 고추냉이소스에 버무린 냉채도 더위를 이기는 데는 안성맞춤이지요. 여기에 시원한 음료와 과일 마련해놓으시면 응원음식 준비는 완성입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 님들! 
부디 선제골 팍팍 터뜨려주시길 연식이 오래 된 이 아낙, 뜨겁게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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