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자연을 너무 오랫동안 훼손하고 지치게 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할 때다 싶네요.
2009년 겨울을 지나고 보니 기후변화의 진행이 예사롭지않다는 판단이 서 자연에 대한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꿔야겠다 싶습니다. 무엇부터 바로 잡아야할지 수 없이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육식을 줄이고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일이라 생각 합니다. 도심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기란 제약이 많이 따르지요. 우선 손바닥만한 빈 땅도 없는데 웬 텃밭? 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일의 추진을 가로막습니다. 안 된다는 결론부터 내리면 그걸로 끝이지만, '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보면 해법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농업기술센터에서 각 지역별로 운영하는 텃밭가꾸기 프로그램에 회원가입을 하여 참여하는 방법이 있고, 혹 운이 좋아 마을의 놀고 있는 공터가 있다면 지주의 허락을 받아 이용하여 볼 수도 있겠고, 아파트의 베란다나 단돋주택의 옥상, 주택가 골목에 화분이나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 만들어 볼 수 있겠지요. 여러 가지의 채소를 기를 수는 없겠지만 풋고추나 상추 한 바구니라도 내 손으로 생산한다면 그 재미가 얼마이겠는지요. 텃밭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유년의 고향집 앞마당에 딸린 텃밭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이맘때의 남새밭엔 쪽파와 풋마늘 봄동 갓 그리고 부추가 양광을 받고 죽죽 뻗어 올랐었지요.
바구니와 칼만 들고 나가면 추운 겨울을 이겨낸 푸성귀들을 바구니 가득 캐내곤 했습니다. 봄동은 아마 지금쯤이면 꽃대가 올라 와 노란 장다리꽃을 머금지 않았을까 싶네요.

'종다리 노래 듣고 봄나비 한 쌍
팔랑팔랑 춤을 추는 봄나비 한 쌍
민들레가 방긋 웃고 할미꽃이 손짓 한다
예쁜 꽃에 앉아서 잠깐 쉬고 다시 춰라
봄나비야

장다리 꽃밭에서 봄나비 한 쌍
술래잡기 놀이하는 봄나비 한쌍
숨으면은 찾아내고 찾아 내면 다시 숨고
날개 접고 앉았다 다시 팔랑 날아가네
봄나비야'

그 때 부르던 동요도 떠오릅니다.
쪽파는 송송 썰어 진간장에 고춧가루와 참기름 깨소금을 섞은 양념간장으로 변하여 밥상에 올랐고, 붉은 갓과 어우러져 갓김치로도 변신 했지요. 부추는 얼기설기 썰어 부침개로 만들어져 상 위에 올랐고요. 뜨끈한 밥에 양념장 한 숫갈을 끼얹고 방사하여 기른 토종닭이 낳은 달걀 하나를 깨트려 넣고 밥을 비벼 모둠겉절이를 걸쳐서 먹으면 그 맛이라니...

음식의 맛은 식재료의 질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며칠 전 달아난 입맛을 되찾기 위해 잘 한다는 해물탕집을 찾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냄비의 뚜껑을 열어보니 퉁퉁 불은 문어만큼이나 커다란 중국산 낙지가 끓고 있는 냄비의 한 가운데를 턱 하니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재료들도 거의가 냉동 수입산이었습니다. 머리에선 산지와 거리가 멀다보니 그려러니 이해가 가지만 정직한 입맛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남아 있던 입맛 마저 달아나 버리자 별 반찬 없는 집밥이 그래도 낫다는 쪽으로 생각은 기울고 말았습니다. 국물에라도 기대를 했건만 화학조미료에 찌든 그렇고 그런 맛에 다시 실망하게 되어 모처럼만의 외식은 허탕만 치고 말았지요.

해물탕은 신선함이 생명입니다.
가짓수가 많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살아 있는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면 양념은 아주 간단히 하여도 좋습니다. 가다랑어 건새우 다시마 무를 우린 육수에 산주꾸미 너댓 마리와 바지락이나 갑오징어 키조개 전복 등 구할 수 있는 해물을 손질하여 준비 합니다. 전골냄비에 콩나물을 깔고 육수를 부어 끓어 오르면 해물을 바닥에 넣고 콩나물은 윗쪽으로 올려놓습니다. 고춧가루와 다잔마늘 집간장으로 양념장을 개어 넣고 간은 천일염으로 맞춥니다. 해물이 거의 익으면 마지막에 미나리와 대파채를 넣고 불을 끄면 완성입니다.

요즈음 곰피가 많이 납니다. 물미역은 조금 철이 지났고요. 곰피는 조직이 단단하여 쉬 무르지 않는 해초입니다. 맑은 물로 바락바락 씻어 짠 맛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색깔이 아주 고운 녹색으로 변합니다. 바로 꺼내서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빼고 5센티 정도로 썰어 데친 물오징어와 함께 담아 초고추장을 곁들여 상에 냅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가 섭취한 지방의 75%를 해조류에 함유된 알긴산이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데친 곰피는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여 두고 잡수셔도 좋아요. 날씨의 심술 만큼이나 세상도 어수선합니다. 달아난 입맛, 산뜻한 해산물로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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