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려니 하면 다시 겨울인 듯한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이지 싶네요.
저는 바람의 온도와 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해보곤 하는데 어떤 분은 바람의 냄새로도 계절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네요. 바람의 냄새만으로 계절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자연과 얼마나 더 가까워져야 가능한 일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먹을거리에서도 금세 감지할 수가 있지요. 봄의 빛깔과 향을 머금은 푸성귀를 헤아려 보자면 수도 없겠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쑥입니다.

'봄이 오면 파릇파릇 소리도 없이
나뭇가지 가지마다 새싹이 파릇
봄이오면 언니하고 바구니 끼고
나물 캐러 가던 일이 생각납니다.'

봄볕이 따사로워지기 시작하면 맨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 쑥을 제 손으로 캐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굳이 양지바른 언덕이나 들녘이 아닌 도심의 좁은 자투리 땅에서도 쑥은 돋아나니 쑥 구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쑥은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쑥을 한자어로는 애호(艾蒿) 황초(黃草)구초(灸草) 봉래(蓬萊)라고 합니다. 그래서 쑥국을 애탕(艾湯)이라고도 하고 어린 쑥잎을 애엽(艾葉)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쑥은 주로 한국 일본 중국에 많이 서식하지만 다른 여러 나라에도 고루 분포되어 있고, 그 종류도 30-80 여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주로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는 쑥은 참쑥, 인진쑥, (사철쑥과 키가 나무처럼 큰 더위지기를 포함) 약쑥입니다.

쑥은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의 함유량이 높아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돕고 치네올이라는 독특한 향의 성분이 들어 있어 자칫 잃기 쉬운 봄철의 입맛을 돋워줍니다. 특히 세균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비타민 A와 감기의 치유와 예방에 좋은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약쑥은 위장이나 부인병을 치료하는 데에 쓰이고, 음식이나 떡에는 참쑥, 지방간이나 간염에는 인진쑥이 주로 쓰인다고 합니다. 쑥을 고르실 때는 긴 줄기에서 돋아난 쑥 보다는 단독으로 자라난 쑥이 더 좋고, 강가나 바닷가의 그늘진 모래땅에서 바람을 많이 쐬고 자라난 쑥이 좋은데 이런 조건에 들어 맞는 강화쑥을 제일로 쳐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쓴 맛을 내는 성분(artemisin과 ascrbic acid)이 적게 들어 있는 어린 쑥을 사용해야 향이 좋고 음식의 맛도 좋습니다.

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데친 쑥과 찹쌀가루를 함께 쪄서 치대어 유자청 건지와 대추채로 만든 소를 넣고 경단 모양으로 빚어 꿀을 바르고 흰거피팥고물(거피한 녹두고물도 좋아요)을 묻힌 쑥굴리. 쑥된장국, 쑥개떡, 쑥영양밥, 쑥버무리, 쑥설기, 쑥인절미, 쑥송편, 쑥절편, 쑥부각, 쑥칼국수, 쑥영양밥, 쑥차, 쑥전, 쑥완자탕, 쑥야채죽,  쑥튀김 등이 있습니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손수 쑥을 캐는 일이 여의치 않아 시장에 나온 쑥을 조금 사왔습니다.
씻은 쑥의 2/3는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고 끓이다가 깐바지락과 쑥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 후 바로 불을 끄니 쑥된장국이 완성됩니다. 다른 양념이나 향신채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쑥으로는 별미밥을 지었습니다. 불린 쌀과 보리쌀에 표고버섯채와 연근채 냉동죽순채 다진 새우살을 넣고 가열하여 밥알의 뜸이 거의 들 무렵에 쑥을 살살 뿌려 얹고 살짝 익혀 마무리 했습니다.
풋마늘을 데쳐 물기를 짜고 돌김을 구워 대강 찢어서 조림간장과 매실액 참기름을 혼합한 양념장에 버무린 풋마늘김무침도 만들었네요.

황사가 심한 봄철, 호흡기에 쌓인 미세먼지나 중금속을 기름기에 흡착시켜 체외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돼지고기(목살)를 맛술에 30 분쯤 재웠다가 양파채와 함께 팬에 구웠습니다. 시장에서 사온 곰취를 데쳐 쌈으로 준비하고 풋고추와 마늘 생된장을 곁들여 밥상을 차렸습니다. 하고보니 밖에서 오락가락하는 봄은 밥상 위로 슬그머니 올라와 있네요. 봄나물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쑥의 향기가 밥그릇에서도 국에서도 솔솔 피어오릅니다. 요 며칠 사이 세상사의 덧 없음에 가라앉아 있던 마음 사이로 한 줄기 봄햇살이 비치며 깨치고 일어나라 합니다. 그날이 그날인 일상이지만 새로움을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하루하루는 자신에게 주어진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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