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와 함께`엔 본문과 별도로 오랜 제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월급쟁이 애환`을 적습니다.칼럼회원에 가입하셔서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과 의견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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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마다 전면광고를 내고 있는 컴퓨터판매회사의 광고 헤드라인입니다.




그 다섯명은 `홀딱 벗고 얘기할 수 있는 0알친구` `실수해도 용서해줄 수 있는 술친구` `삶에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못생긴 친구` `밤낮으로 즐겁게 해주는 컴퓨터` 그리고..... 랍니다.




는 과연 어떤 사람,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요. 모델은 입술이 도톰한, 그래서인지 상당히 육감적인 느낌을 주는 여성을 기용했더군요. 어쨌거나 친구라면 왜 꼭 섹시해야 하는 걸까요?? 말도 잘듣는다는 건 또 무슨 얘기인지요??




"광고문구를 갖고 뭘?"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단순히 지나쳐 버리기엔 좀 심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광고 카피가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해도, 특정모델을 내세워 이렇게 노골적인 문구를 쓴 적은 없지 않았나 싶기 때문이지요.




최근 눈길을 끌었던 위스키 `윈저` 광고의 경우에도 술병의 위치를 아랫배에서 등으로, 다시 허벅지로 바꾸고, 광고카피도 "남자가 설레일 때"에서 "거부할 수 있다면 유혹이 아니다" 등을 썼지만 어디까지나 은유적인 방법이었지 여성 자체를 대상으로 하진 않았으니까요.




만일 이 컴퓨터 광고에서 "여자의 인생에 필요한 5명의 친구"중 한 명으로 울퉁불퉁한 근육질 남자모델을 써서 를 내세웠다면 남자들의 기분은 어떨른지요??




우연인지, 4월 11일자 거의 모든 신문에 "여성 2명이 연하 남자직원 성희롱"이란 기사가 났더군요. 두 명의 여성이 직장에서 후배 남자직원을 놓고 "내것에 손대지 마!"식의 표현을 해 피해남성이 사직하고 노동부에 성희롱으로 고발했다는 내용과 함께 말입니다.




말로 그치지 않고 뒤에서 껴안거나 엉덩이를 툭 치기도 했다는 데, 글쎄요?? 피해자의 경우 정말 황당했겠지요. 오죽하면 고발할 생각까지 했을까요. "남자 망신 다 시킨다" "사내자식이 어떻게 했길래 그런 꼴을 당하고..." 등등의 온갖 비난이 쏟아질 걸 감수하고 말입니다.




성희롱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성희롱은 대상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피해자가 성적인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는데 도대체 그 수치심이나 굴욕감이라는 게 수치로 계산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행위나 행동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너무도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몇년 전 `은밀한 눈빛`이 문제된 적이 있었지만 사실 어디까지가 은밀한 눈빛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눈빛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괜찮으면 괜찮은 거고, 불쾌하게 느끼면 은밀한 눈빛이 되는 거니까 말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회사의 여성들이 해당남성에게 손을 잡고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신체를 강제로 밀착시키거나, 어디 갈 때 억지로 동행하도록 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만한 자리에 있었던 것같지도 않구요.




문제가 된 여성들에게 죄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당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 둘 정도로 불쾌하고 수치스러웠다면 당연히 죄를 물어야겠지요. 그러나 비슷한 정도의 일이 여성에게 일어났고 그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모르면 몰라도 십중팔구 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거지, 뭐 대단한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 걸 갖고 고발을 하다니!" "무시하는 것보다 낫지 뭘" "같은 회사에서 그 정도 농담도 못하다니, 왜?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지" "가깝다는 표현을 한 건데 그런 걸 갖고 시비를 걸다니" "여자들은 너무 민감해서, 정말!"




이때문에 많은 경우 여성들은 불쾌하고 언짢아도 성희롱으로 고발하지 못하고 참게 됩니다. 자칫 하면 오히려 `이상한 여자` 로 몰리기 십상이니까요. 물론 대부분의 직장 성희롱이 상사로부터 가해지는 만큼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견디는 수도 많아 보입니다.




그런 만큼 이 일이 고발거리가 되고, 매스컴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는 이면엔 "어떻게 여자가 남자에게"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닐까 싶어 씁쓸한 건 저만의 편견이나 꼬부라진 생각일까요??




물론 요즘엔 여성을 동료로 인정하는 남성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정당하게` 대우하려는 풍토도 조금은 확산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라는 광고문구가 버젓이 등장하는 한, 무슨 유행어처럼 나도는 "남녀가 함께 사는 사회"는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요?




물론 남녀평등이 사회적 구호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남성이어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는 식의 피해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압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기도 한 모양이구요. 그러나 과연 그런 사례가 얼마나 될까요.




성희롱을 당한 남성의 심정을 천만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남성은 주위로부터 "바보같은 놈"소리는 들어도 "지가 먼저 꼬리쳐놓고"라는 얘기는 듣지 않을 겁니다.




남자의 인생에 여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겠지요. 여자의 인생에 남자가 필요한 것처럼. 그러나 왜 "실수해도 용서해줄 수 있는 여자친구"나 "툭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여자친구"가 아닌 "섹시하고" "말도 잘듣는" 여자친구여야 하는 걸까요. 인생에 필요한 친구란 남녀 불문하고 "말을 잘듣는" 친구가 아니라 "판단에 도움을 주는" 친구가 아닐까요?




저는 정말이지 `딸을 둔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남자라서 이 광고가 "아무렇지도 않은 지" 한번쯤 묻고 싶습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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