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밭>휴가 떠나신 분들이 많아 서울의 거리가 조금 한산해졌습니다.
경기가 아직 어려워 휴가도 알뜰하게 보내시는 분위기가 대세입니다.
가족끼리 고향을 찾아 부모님께 효도도 하시고 모자란 일손 거들어드리시는 것도 뜻 깊은 일이지 싶군요.

올 여름은 폭우가 워낙 빈번해서 농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하시데요.
모두가 다 자연의 섭리인지라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원인이 지구온난화현상
때문이라고 하니 환경파괴를 줄여야 함은 우리 앞에 놓인 절대절명의 과제입니다.

벼포기가 푸르게 자라고 있는 농로를 지나다 시골집 담벼락 밑에 다소곳이 피어 있는 봉선화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별로 화려하지도 않고 요란스러울 것도 없는 봉숭아 꽃에 눈길이 머무는 것은 그 꽃에 얽힌 유년의 아련한 기억들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여자아이들은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는 일이 큰 숙제였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떻게 하면 손톱에 꽃물을 더 예쁘게 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궁리했었지요.

매염제로 백반을 넣거나 식초를 넣으면 좋다고 말하는 아이, 약이 오른 이파리가 꽃잎으로 한 것 보다 더 고운 색이 난다는 아이, 숯이나 소금을 넣으면 꽃물이 더 진하게 든다고 하는 아이...
여자애들은 저마다 언니나 어머니에게서 전수 받은 봉숭아 꽃물들이기의 노하우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손톱을 자랑스럽게 올려보이곤 했지요.

작열하던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낮에 살뜰하게 따 모아놓은 봉숭아 꽃과 이파리를 돌 위에 놓고 찧어서 손톱 위에  조심스럽게 얹고, 아주까리 이파리로 감싸고 실로 찬찬히 쳐맵니다.
봉숭아 꽃으로 감싸인 손가락이 행여 다칠세라 잠도 얌전하게 자야지 다짐하며 자리에 들었지요.
피마자 잎을 떼어내면 봉숭아 꽃물이 신통하게 잘 들어 있기를  빌면서 어서 날이 새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 아릿다운 정서를 오롯이 담아낸 시조시인 김상옥 님의 봉선화 감상해 봅니다.

          봉선화(鳳仙花)

                       김상옥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 속에 본듯 힘줄만이 서누나.

정신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가 즐기시면서 자연과의 행복한 교감 만끽하시고,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에도 흠씬 취해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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