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 중에 갈치를 빼놓을 수 없지요.
갈치잡이는 6월 초에 시작되어 11월까지 계속되는데 여름에 잡히는 갈치는 씨알이 가늘고 잔 풀치가 대부분이지만 가을에는 대갈치가 많이 잡힙니다.
근래에 들어 갈치의 어획량이 많이 줄어 값이 오르다보니 가볍게 구입하기가 어려운 생선이 되어버렸지만 수년 전만 하더라도 여름이 되면 갈치는 우리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생선이었습니다.

모내기가 한창일 때 햇감자와 풋고추 썰어넣고 끓인 풋갈치조림은 들밥(못밥)의 단골메뉴였습니다.
뼛골이 빠지도록 힘든 모내기 하는 날의 점심 때, 얼큰하게 양념한 갈치조림에 뜨거운 보리밥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허기진 농부의 밥맛을 당기는 밥도둑이었습니다.
5일장이 서는 어물전에는 굵은 소금에 절인 간갈치를 10마리씩 짚으로 묶어 진열대 그득하게 쌓아놓고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어머니들의 장바구니엔 여름 찬거리로 쓸 간갈치가 빠지지 않았었지요.

갈치는 은갈치와 먹갈치로 구분되는데 은갈치는 비교적 수심이 얕은 제주도 부근의 바다에서 낚시로 잡아올리며 푸르스름한 은빛이 도는 게 특징이고 맛이 담백합니다.
제주도 지방에서는 팔딱거리는 은갈치에 호박과 여린배추 풋고추를 썰어넣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춘 갈치국을 끓여먹기도 하고 회로도 먹습니다.
비린내가 많이 날 것이라는 육지 사람들의 선입견은 재료의 선도가 워낙 좋아 현지에서는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먹갈치는 본래 검은 빛을 띠지만 먼 바다에서 그물로 잡아 올리므로 비늘이 벗겨져 더 거무스레해진다고 합니다.
먹갈치는 목포와 여수 거문도 부근의 해역에서 주로 잡히는데 은갈치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먹갈치를 굵은 소금에 간했다가 석쇠에 구우면 노오란 기름기가 자르르 도는데 다른 양념 없이도 훌륭한 맛이 나고 육수 없이 맹물로 끓인 갈치조림도 맛은 단연 돋보입니다.
갈치조림은 목포 五味(홍어, 뻘낙지, 꽃게, 민어, 먹갈치) 중의 하나에 들 정도로 인기가 있는 밥반찬입니다.
은갈치 보다는 먹갈치의 출하시기가 늦어 7월 중순 이후에나 시장에서 볼 수 있지요.

<갈치조림>
갈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워낙 맛이 좋은 생선이기 때문에 무우나 호박 고구마줄기 또는 묵은지를 밑에 깔고 졸이면 부재료까지 맛이 배어 먹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가을 무우가 아니라서 맛은 덜하지만 무우를 큼직하게 썰어 진간장으로 싱겁게 간하여 물, 설탕 한숫갈(가을무우는 단맛이 나므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지만 여름무우는 쓴맛이 있어 설탕으로 중화를 시킵니다)과 고춧가루를 넣고 푹 끓여 무우가 어느 정도 물러지면 토막 낸 갈치를 무우 위에 얹고 양파 다진 파 마늘 청양고추 고춧가루 집간장으로 버무린 양념장을 끼얹고 센 불에 5분 정도 끓이다가 불을 약하게 줄여 양념이 재료에 서서이 스미도록 10여분 더 끓이고 마지막에 불을 키워 센불에 한소끔파르르  끓인 다음 바로 불을 끕니다.
이 때 국물을 숫갈로 떠서 자주 재료 위에 뿌려주면 맛이 골고루 배여 좋습니다.
구운 갈치 두어 토막이나 갈치 조림 한두 토막이면 밥 한공기는 온 데 간 데 없습니다.
갈치조림이나 구이 마련하셔서 장마로 달아난 입맛 되찾아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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