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7월 14일)이 초복(初伏)입니다.
하지로부터 세번 째 경일(庚日)이 초복이고 네 번째 경일이 중복(中伏)이며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 말복(末伏)입니다.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되는 경우를 월복(越伏)이라 한다는군요.
삼복(三伏)은 중국 진나라에서 시작되었으며 오행설에 기초해서 설정된 것이라 합니다.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이고 가을은 금(金)의 기운인데 가을의 '金'기운이 대지 위로 나오려는데 아직은 '火'의 기운이 강해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로 伏이 쓰여졌다 하네요.

선인들이 복날에 즐겨 잡숫던 절기음식은 삼계탕과 구탕(狗湯) 팥죽이었습니다.
혹은 국수를 미역국물에 말아먹기도 하였고 호박전이나 호박과 돼지고기에다 흰떡을 썰어넣고 볶아먹기도 했다 합니다.
궁중에서는 이날 제사를 지내고 각 관청에 특별하사품으로 얼음을 나누어주었다고도 하네요.

근래에 복달임으로 즐겨 사용되는 식재료는 민어와 닭고기 개고기입니다.
어른 팔뚝 만큼 큼직하고 알이 통통하게 배인 민어가 요즈음 출하되기 시작했고, 정월 보름이 지나면 생산되는 자연산돌미역 기장각과 진도각도 이미 출하되었습니다.
미역귀가 그대로 달린 진도각을 끓이면 사골국물처럼 보오얀 국물이 우러나는데 생산량이 워낙 적어 값이 비싸고 쉽게 구할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양식미역으로 새우나 조개살 넣고 국을 끓이셔도 복날음식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민어는 소화흡수력이 좋아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민어는 맛이 달고 회로 먹기 좋으며 한방에서는 식욕을 돋우고 배뇨에 좋은 어종이라 빍히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복달임을 할 때 쓰이는 대짜 민어는 회를 치거나 포를 떠서 전감으로 쓰시고 나머지는 매운탕을 끓이시면 좋습니다.
민어도 숫치와 암치가 있는데 숫치의 육질이 좋아 횟감으로는 숫것을 더 쳐준다 합니다.
쫄깃거리는 맛이 일품인 민어의 부레는 기름장에 찍어 드시고 껍질은 데쳐서 숙회로 만들어 드시고 남은 회는 각종 야채를 곁들여 초고추장에 무쳐도 상큼합니다.
중짜나 소짜의 민어는 살짝 소금간을 했다가 반건조시켜 찜을 하시거나 해물을 넣고 매운탕으로 만드시는 게 알맞습니다.

복달임으로 가장 많이 드시는 음식이 삼계탕이지요.
저는 좀 큼직한 토종닭을 사서 마늘과 녹두 한 줌, 대추 황기 수삼을 넣고 압력솥에 푹 삶아 닭백숙을 만들었습니다.
한 김 나간 후 가슴살은 잘게 찢어 닭죽을 쑤고 나머지는 고기로 먹습니다.
닭죽은 찹쌀과 맵쌀을 반반씩 섞어 물에 불린 후에 닭육수에 붓고 쌀알이 푹 물러질 때까지 끓입니다.
쌀알이 충분하게 물러지면 불린 표고버섯과 당근을 잘게 다져 넣고 부재료가 익도록 한소끔 더 끓인 뒤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죽 드실 때 찬으로는 열무김치나 쑥갓나물 가지나물 오이지무침 고추무름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후식으로 잘 익은 수박 내시면 복더위는 저만큼 달아나버릴 수밖에 없겠지요.

팥죽도 더위를 이기는 여름보양식이자 별미입니다.
팥을 압력솥에 푹 삶아 팥물을 내려 가라앉힌 후에 앙금은 남겨두고 윗물만 냄비에 붓고 끓이다가 찹쌀 새알심을 만들어 넣습니다.
경단이 익어 동동 떠오르면 나머지 팥앙금을 마저 붓고 한소끔 끓여내면 완성입니다.
팥물 거르기가 번거로우면 믹서에 갈면 간편하게 만드실 수 있지요.
붉은 팥은 비타민 B1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찬 성질이 있어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를 쫓는 기능을 한다 합니다.
팥은 맛도 좋아 여름철 인기간식인 팥빙수로도 많이 이용되는 식재료이지만 소화력이 낮아 위가 약하신 분이 많이 드시는 것은 금해야 한답니다.

석달 가뭄엔 살아도 열흘 장마엔 못산다는 옛말씀이 실감나는 이즈음입니다.
장마비가 연일 내리니 사방이 눅눅하고 찌부드드하여 몸도 마음도 가라앉기 십상이지요.
맛나고 몸에 좋은 보양식 마련해서 더위와 저기압 이겨 내시고 산뜻한 기분으로 한 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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