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양력7월 7일)이 소서(小暑)입니다.
태양이 황경 105도에 도달하고 장마철이 시작되니 습도가 높고 많은 비가 내리며 날씨가 무더운 게 이 절기의 특징입니다.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더위를 피해 바다나 산을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계곡물줄기를 찾아 휴가를 떠나는 계절에 접어들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벼는 뿌리를 깊게 내려 가지치기가 시작되었고  온갖 밭작물들도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깻잎 오이 호박 고추 가지 열무 얼갈이 부추 상추 쑥갓 토마토 수박 참외 자두 살구 산딸기....
풍성한 여름 채소와 과일들이 시장의 진열대에 그득합니다.

'날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座次)를 정한 후에 점심그릇 열어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운 후에 시원한 데 누우니 잠 시간 낙이로다....'

농가월령가 유월령의 한 대목입니다.
소서 무렵의 하절기 농촌풍경을 정학유는 이렇게 표현했네요.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 중, 점심과 농주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래고 잠깐 낮잠을 청하는 선인들의 모습이 무척 정겹습니다.

하절기의 밥상은 조금의 손놀림만으로도 금세 거나해질 수 있습니다.
생오이와 풋고추를 양념하지 않은 생된장에 찍어드시면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고, 가지 살짝 쪄서 집간장과 나물양념에 조물거리면 몸에 좋고 먹기에도 편안한 가지나물 한 접시가 만들어지고, 멸치 한 줌에 청양고추 두어 개와 대파 썰은 것 된장 한 숟갈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맑은 토장국이 뚝딱 완성됩니다.
밥상이 너무 초록 일색이다 싶으시면 굴비감자조림이나 꽁치소금구이 아니면 고등어자반구이 두어 토막 올리시고 열무나 얼갈이 김치면 여름밥상으론 충분하지 않을까요.

굴비는 굽거나 조림을 해도 좋지만 그냥 찜기에 쪄도 맛이 아주 담백합니다.
찜용 굴비는 반건조 보다는 바짝 말린 굴비가 좋아요.
딱딱해진 굴비를 쌀 뜬물에 담가 서너 시간 불렸다가 가위로 꼬리 지느러미를 정리하고 베보자기 깔고 찜기에 푹 찝니다.
휴일 점심상에 시원한 생수와 함께 찐굴비 올려 보셔요.
살얼음이 언 찬물에 밥을 말아 꼬들꼬들하게 쪄진 굴비살 한 점 올리시고 잡숴 보세요.
기름에 튀기거나 구운 굴비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시게 될 테니까요. 
후식으로 수박화채나 떡수단 곁들이시면 더욱 시원한 여름나기가 되시겠지요.

<떡수단>
오미자를 깨끗이 씻어 생수에 하루동안 담갔다가 발그레한 물이 우러나면 오미자 건더기를 고운 체에 받쳐 오미자물을 만들어 차게 보관한다.
고물이 묻지 않은 찹쌀인절미를 떼내어 콩알만큼의 크기로 둥글게 모양을 만들어 녹말가루에 굴린다.
끓는 물에 녹말가루가 묻혀진 떡을 데쳐내어 찬물에 헹군다.
이 과정을 두어번 반복하면 겉 면이 아주 투명한 모양의 떡이 만들어진다.
차가운 오미자물에 꿀이나 설탕시럽으로 단맛을 낸 뒤 준비된 떡알갱이를 띄워 상에 낸다.

우리네 선인들은 여름에 보리수단이나 떡수단을 만들어 여름철 음료로 드셨습니다.
화채국물에 과일을  띄울 수도 있지만 떡을 만들어 띄움으로서 모양새도 좋게 하고 허기도 달래는 이중의 효과를 누리셨습니다.
빨간 오미자물에 하얀 떡알갱이가 동동 떠 있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도 하거니와 급히 마심을 방지하려는 지혜가 스며있기도 합니다.
가벼운 음식 하나에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풍류정신이 깃든 조상님들의 음식, 멋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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