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꽃, 사진 조현숙>

음식을 만들다 보면 같은 재료지만 맛에는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다 싶어 조바심이 쳐질 땐 자꾸 무얼 더 첨가하게 되지요.
그렇게 해서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원하던 맛과는 자꾸만 더 거리가 멀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식재료의 질에서 난 차이일 수도 있고 표준화된 조리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이미 너무 진한 맛에 익숙해져 있거나 육식 위주의서구화 된 식습관 때문에 웬만큼 맛이 있는 음식도 무미하게 느껴지는 데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비우고 덜어내도 은은한 맛이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음식이 있으니 그게 바로 사찰음식이지 싶습니다.
고기나 다시용 건어물을 전혀 쓰지 않고 무우와 표고버섯 다시마 만으로 끓인 무우국이 그렇게 정갈하고 담백할 수가 없네요.
부재료를 과감하게 생략해버린 음식이 맛 있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김치 하나를 예로 들어도 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무척 많은 양념과 부재료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절김치는 주재료에 고춧가루와 소금 찹쌀죽이 들어갈 뿐이고 조리법도 매우 단순합니다.
그런데도 숙성된 절김치는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습니다.

산사의 공양간에서 쓰는 채소들은 거의가 유기농법으로 자가생산한 것들이라서 재료 자체가 신선하여 별다른 양념이 없어도 맛이 좋고 몸에도 이롭습니다.
이렇듯 사찰음식에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해가 되는 음식은 피하고 득이 되는 음식만을 섭취함으로써 밥이 곧 보약이 되는 藥食同源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한식의 좋은 점은 아주 많지만 조리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극복되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부재료를  과감하게 비우고 덜어내버린 사찰음식은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절밥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과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여서 식사하는 대상에 따라 밥상을  따로 보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사부대중 모두가 한 자리에 주욱 둘러 앉아 똑같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발우공양이라는 독특한 식사법은 만인은 평등하다는
인본정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물 몇 가지로 마련하는 비빔밥 소개합니다.
요새 한창인 취나물과 콩나물 무우채 고사리나물과 표고버섯나물 다섯가지를 준비합니다.
고추장에 간이 들어 있으니 나물 무칠 때는 염도를 아주 약하게 하시고 파 마늘등의 향신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밥은 찰보리쌀을 조금 섞어 물에 1시간 쯤 불린 뒤 고슬하게 짓습니다.
뜨거운 밥에 준비된 나물을 색색으로 얹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함께 냅니다.
곁들일 국물은 위에 소개한 무우국이나 아욱이나 근대된장국 또는 미역국 콩나물국 어느 것이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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