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공과 주름을 없애 피부를 젊고 탄력있게 해줍니다` /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피부 노화를 막아줍니다` / `기미 주근깨 여드름자국 등을 없애 맑고 투명한 피부를 만들어줍니다`




//이런 문구에 솔깃하지 않는 여성이 있을른지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짜 그렇게만 된다면` 값은 얼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한 개에 1백8만원짜리 영양크림(고세코리아의 ‘AQ크림 밀리오리티’)가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일 테지요. 금비누나 은화장품이 잘 팔리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화장품 하나에 1백만원이 넘는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5g짜리가 1백8만원이니까 g당 2만4천원입니다. 금보다 훨씬 비싼 셈이지요. 신문에 그런 화장품이 판매된다는 사실이 보도된 날 저희 사무실에서도 적지 않게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몹시 놀라는 눈치더군요.




그러나 사실 여성화장품의 값을 알고 나면 크게 놀랄 것도 없습니다. 1백만원이 넘는 건 처음이라지만 노화방지에 좋다는 영양크림 중엔 30만-60만원짜리가 많으니까요. 시슬리, 라프레리, 드 라메르, 가네보 등에서 파는 영양크림이 그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화장품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다양해지고 가격 또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뛰고 있습니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에 따르면 2001년 화장품 시장 규모는 자그마치 4조7천억원에 달합니다. 그중 수입화장품이 1조7천억원으로 점유율 30%가 넘었다고 하니까 한국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읽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현재 화장품을 수입하는 업체 또한 2백여개사에 이르고 1백만달러 이상 수입한 업체만 해도 50여개라고 합니다. 지난해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보다 57%나 늘어났구요.




실제 백화점의 1층 화장품 매장 대부분이 수입화장품입니다.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랑콤, 시슬리 등 프랑스 화장품에서 에스티 로더, 클리닉등 미국화장품, 시세이도 가네보등 일본제품까지 꽉 들어서 있지요.




//화장품 매출 순위 또한 1위부터 5위까지 거의 몽땅 수입화장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른바 부자촌이라는 서울 강남의 경우 비싼 것일수록 잘팔리고 있지요.




//같은 현대백화점이라도 압구정점에선 시슬리/ 샤넬/ 에스티 로더/ 랑콤/ 크리스찬 디올의 순인데 신촌점에선 에스티 로더/ 랑콤/ 샤넬/ 아모레/ 클리닉 순이라는 건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시슬리의 제품 단가는 에스티 로더의 2배가 넘습니다. 클리닉은 에스티 로더사에서 만드는 것으로 수입품가운데 가장 싼 종류에 속하지요. 화장품 판매순위에서조차 강남과 강북의 차이를 확 느끼게 하는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수입화장품이 그렇게 좋을까요. 또 갈수록 비싸지는 기능성화장품이 정말 그 화려하고 매혹적인 선전문구처럼 기능적이고 효과적일까요. 제가 기억하는 기능성화장품의 시초는 비타민E 제품입니다. 캡슐에 들어 있었지요. 지금도 일부 회사에서 나옵니다.




90년대 후반엔 레티놀바람이 거셌지요. 잔주름을 없애준다는 데 사지 않고 배길 사람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바르는 비타민C 바람도 폭풍에 가까웠지요. 최근엔 미백과 보습크림 노화방지 자외선 차단 크림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줘야 하고 자외선 차단이야말로 피부보호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피부과 의사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지요.




//일대 선풍을 일으킨 기능성 화장품의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요. 초기 레티놀제품이 가려움증 각질 등 이상 반응을 일으킨 건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제 경우도 얼굴에 자꾸 뭐가 나는 바람에 결국 조금밖에 못썼습니다.




비타민 E와 C 제품도 마찬가지였지요.아깝기 짝이 없었지만 얼굴에 뭐가 나면 손을 대게 마련이고 그리고 나면 더 큰 흠집이 남으니 사용을 멈출 수밖에요. 물론 제 피부가 유독 민감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기만 할까요.




//다른 물건도 그렇지만 화장품의 경우 유독 비싼 제품이 잘 팔리는 건 "아무래도 비싸면 효과가 있겠지"라는 심리적 요소 탓이 크지만 케이스를 꺼냈을 때의 과시욕구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물론 효과가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비싼 만큼 효과가 있는 지는, 저로선 의문입니다. 제 경우 피부에 맞는 식물성화장품 한 종류를 제외하곤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용기와 향으로 인한 기분 차이가 다소 난다면 모르지만요.




결국 비싼 수입화장품과 기능성화장품, 기존의 제품을 다 쓰기도 전에 나오는 각종 신제품이 무서운 속도로 팔리는 건 나이에 관계없이 수많은 여성들이 "이번엔 진짜"라는 광고를 "설마" 하면서도 또 믿는 탓이 아닐른지요.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정말이지, 왜,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걸까요.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여성의 본능이니까`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꼭 그때문만일까요. 수많은 여성, 아니 모든 여성들로 하여금 `외모를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 풍토가 외제화장품 회사의 배를 한없이 불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현실을 외면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 경우도 솔직히 예쁜 여자를 보면 한번 더 쳐다 보게 되고, 그러니 저 자신도 좀더 깨끗하고 탄력있는 피부를 가졌으면 하고 바라니까요. 다만 비싼 화장품, 화려한 라벨의 수입화장품이 그 값만큼 효능이 있는지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한달에 2만원씩 1년에 24만원만 기부하면 정말 우수한 후원회원이 되는 복지시설이 우리 사회엔 너무도 많습니다. 연회비 20만원이면 국내 유수의 문화시설 회원이 될 수도 있구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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