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잔디, 사진 조현숙>

귀하께선 심산의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산새들의 지저귐만이 산의 적막을 깨는 산사에서 절밥(공양)을 드셔 본 적이 있으신지요?
대체 파 마늘 같은 양념도 쓰지 않고 동물성이라곤 멸치 한 마리도 구경 할 수 없는 절밥을 무슨 맛으로 먹을까 싶으시겠지요.
절밥을 먹어보기 전까진 저도 그리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처음으로 사찰음식을 접하게 된 건 40여년 전 대학 새내기 시절 불교학생회의 하계수련회 때였습니다.
경남 남해군 이동면의 금산사에서 지금은 입적하신 혜암 큰스님께서 주지로 계시던 시절이었습니다.

수련회가 행해진 금산사는 절의 주변부터가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늘비한 음식점과 숙박시설들로 가득한 여느 절간들과는 달리 사찰주변에 아무런 접객 시설이 없고 달랑 절의 건물만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었는데 빡빡하게 짜인 수련회의 일정을 소화해내기가 녹록치 않았습니다.
새벽 3시 기상, 예불, 철야정진, 법문 듣기, 포행, 천 팔십배...
이어지는 강훈련 중에 유일하게 즐거운 시간은 역시 식사와 취침시간이었지요.

난생 처음 먹어보는 절밥은 정말이지 꿀맛이었습니다.
특히나 가장 뜨거웠던 날 3시간여 동안 행해진 천팔십배를 마치고 물집이 생겨버린 따가운 무릎을 어루만지며 먹었던 점심공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식사는 수행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을 신도님들이 공양주 보살님들과 협력하여 특별하게 마련 된 것이었지요.
찰밥에 깻잎 튀김과 열무김치 표고버섯강된장이 메뉴의 전부였는데 어찌나 맛이 있던지 신트림이 나오도록 과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생활을 위해 가끔은 사찰음식으로 식단을 마련해도 좋지 싶네요.
최근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스님의 요리가 내국인은 물론  독일인에게 까지 큰 관심과 호응을 얻어낸 바 있습니다.
채식은 사람의 정신과 피를 맑게하여 성인병을 예방(혹은 치유)할 수 있고 본능적인 욕망으로부터도 자유로워 질 수 있음을 스님 자신이 입증하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사찰음식 몇 가지 소개합니다.
마른 표고버섯을 불려 물기를 꼭 짜버리고 고깔을 떼어 낸 후 채 썬 다음 참기름에 볶아 밥솥 밑에 깔고 불린 쌀에 밤이나 은행 몇 알을 섞어 고슬하게 밥을 짓습니다.
밥을 비빌 양념장은 청홍의 고추를 잘게 다져 진간장과 다시마 육수 약간과 깨 참기름을 혼합하여 만듭니다.
곁들일 찬으로는 참나물 무침이나 상추대김치가 좋겠네요.

참나물은 데쳐 집간장과 깨소금 참기름으로 무칩니다.
이른 봄에 심은 상추는 지금 부드러운 속대궁이 올라와 있습니다.
속대 버리지 마시고 이파리와 함께 자근자근 두들겨 약한 소금물에 살짝 간했다가 건져 찹쌀가루와 밀가루 반반씩 풀은 물을 끓여 식힌 후, 고춧가루를 약하게 풀고 생강즙과 홍고추 씨 발라 낸 후 어슷하게 썰어 넣고 간간하게(익으면 간이 싱거워져요)) 소금으로 염도를 맞춰 살짝 익히면 아주 색다른 맛의 김치가 됩니다.
상추대김치(일명 상추불뚝김치)는 구례 화엄사의 대표적인 사찰음식입니다.
여기에다 생더덕 무침이나 구이 상에 올리시면 근사한 사찰밥상이되지 싶네요.

非僧非俗이더라고 템플스테이나 산사의 체험프로그램 참여를 통하여 수행과 사찰음식을 맛보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지만, 꼭 출세간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마음을 다잡고 채식과 수행을 병행하신다면 얼마든지 자기혁신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의 성패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니까요.

고용이 불안해지고 믿을 데라곤 자신밖에 없는 이 때, 맑은 채식과 스스로 행하는 돈독한 수련으로 건강도 챙기시고, 잃어버린 자아도 되찾아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지금의 불황은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실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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