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옥 님의 남도 여행길에서의 매화>

남녘으로부터 올라오는 花信이 반갑습니다.
매년 맞이하는 봄이지만 올해는 그 느낌이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옹골찹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핍진할수록 자연이 주는 기쁨은 倍加 되는 모양입니다.

푸른 바다 건너서 봄이 봄이 와요
제비 앞장 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들을 지나 산 넘어 봄이봄이 와요
제비 앞장 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오늘은 종일토록 제가 알고 있는 봄노래들을 동요 가곡 가요 할 것 없이 떠오르는대로 줄줄이 엮어서 목청껏 불러 보았습니다.
가창력이라고는 바닥을 기는 수준이어서 '누나의 노래는 불러서 즐겁고 들어서 괴로운 노래'라며 아우로부터 늘 핀잔을 들어온 터라  집에 있는 가족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소리도 낮추지 않은 채 한참을 그렇게 목을 혹사 시키는 동작을 계속 해보았습니다.

일천한 저의 레파토리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온갖 눅눅한 기운들이 거짓말 처럼 사라지고 마음은 저 남쪽 바닷가 동백숲에서 올라온 화신의 현장을 맴돌 만큼 산뜻해집니다.
우리네 조상님들이 삶에서 맺힌 한을 풍자와 해학의 한바탕 판소리로 풀어내며 세파를 헤쳐 나가시던 멋진 풍류의 정신을 조금은 헤아릴 듯 합니다.

예전엔 판소리나 마당극 같은 국악이 궁상스럽고 청승맞다 싶어 여간 내키지 않아 했었는데 국민영화 <서편제>를 보고 난 이후부터는 판소리가 그렇게 좋아질 수가 없습니다.
이는 나이듦에서 오는 자연스런 귀소본능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입춘이 지났고 정월 대보름이 나흘 앞으로 다가 왔네요.
정월 대보름을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합니다.
이는 道家에서 말하는 三元, 즉 상원(1월 15일) 중원(7월 15일) 하원(10월 15일) 중의 하나로 하늘의 선관(仙官)이 인간의 선악을 살피는 날을 元이라 한 데서 유래 되었다 합니다.

太陰歷을 사용하던 우리의 전통 농경사회에서 보름이 지닌 의미는 각별했습니다.
음양사상에서 陽(태양)이 하늘과 남성을 상징한다면 陰(달)은 대지와 여성을 상징합니다.
女神의 표상이기도 한 달은 만물을 출산하는 능력을 지닌 地母神으로서 풍요로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보름을 모태로 한 節日은 정월 대보름, 7월의 백중, 8월의 한가위로 모두가 우리의 대표적 세시풍속에 속 합니다.

전통의 명절 중, 가장 다채롭고 활기찬 세시풍속으로 가득한 날이 바로 정월 대보름 이지요.
설날은 추위 때문에 바깥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제한적인데 비해 달포 뒤인 대보름날엔 추위도 어느 정도 풀리고 양광도 제법 따뜻해져서 마을 단위의 대동제가 왕성하게 펼쳐졌습니다.

줄다리기, 지신밟기 , 달집태우기, 액(厄)연 날려 보내기, 더위팔기, 부럼깨기, 가마니짜기, 새끼꼬기, 쥐불놀이, 고싸움등의 놀이로 마을 주민들간의 대동단결을 도모했고, 일년 농사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는 洞祭도 마을 사람들의 협력하에 공동으로 치루어졌습니다.

대여섯 살 때로 기억되는데 어머니가 설날 사놓은 복조리를 주시면서 여러집의 오곡밥을 얻어오면 일년 내내 아프지 않는다 하셔서 복조리를 들고 나서기는 했지만, 난생 처음 겪는 구걸이 너무나 쑥쓰러워 이웃집 대문 앞에 서서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시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네의 큰애기들이 저 대신 주인 아주머니를 당당히 불러내 복조리 가득 찰밥을 얻어주던 앙증맞은 추억도 떠오릅니다.

온갖 우스꽝스런 분장을 한 풍물놀이패 아저씨들의 농악놀이가 어찌나 재미 있고 신명 나던지 그 행렬을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한참을 따라다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대보름에 먹는 節食으로는 오곡밥, 약식, 복쌈, 아홉가지 묵은 나물, 귀밝이술, 부럼 등이 있습니다.
오곡밥이나 약식 나물은 각 가정의 방식에 따라 잘 만들어드실 수 있는 음식이라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어 조리법은 생략합니다.
대신 요즈음 한창인 새조개 숙회 레시피 올립니다.

새조개는 조개의 귀족이라 불릴 정도로 비린 맛이 적고 달짝지근 하며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과 타우린의 함량이 높아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새의 부리처럼 생긴 통통한 발의 쫄깃함이 특징으로 살짝 데치면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도드라집니다.
12월부터 2월 사이에 잡히는 새조개가 가장 맛이 좋으며 남쪽 보성 득량만의 뻘밭과 충남 홍성군 서부면의 남당리 천수만 일원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새조개 숙회>
재료- 새조개 1kg, 느타리 버섯 400g, 시금치 400g, 초고추장
만드는 법- 새조개는 내장을 제거하여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잠깐( 30초정도)담갓다가 바로 건져 물기를 뺀다.
시금치는 다듬어서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짠다.
느타리 버섯도 손질하여 씻은 후에 소금 1작은 술을 넣고 끓는 물에 데쳐 물기를 짠 다음 가지런히 추려 놓는다.
널직한 접시에 데친 새조개와 시금치 느타리 버섯을 보기 좋게 담고 초고추장과 함께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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