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각종 나물과 고명을 얹고 강된장이나 약고추장, 참기름을 두르고 슥슥 비벼먹는 비빔밥은 영양도 좋거니와 맛도 일품이다.
비빔밥은 많은 사람이 동시에 식사를 해야 할 경우 번거로운 서빙과 셋팅의 과정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상차람이기도하다.

골동반이라고도 불리는 비빔밥의 조리법은 두 가지로 대별할 수가 있다. 밥을 지을 때부터 나물이나 거섶을 함께 넣고 익혀 낸 후에 약간의 양념장을 더하여 비비는 방법이 있고, 이미 지어진 밥에 나물이나 고명을 따로 마련하여 비비는 방법이 있다. 콩나물밥이나 곤드레나물밥이 전자에 속하고 전주비빔밥이나 진주비빔밥 등 일반적으로 많이 만들어 먹는 비빔밥이 후자에 속한다.
 
비빔밥의 유래는 농번기에 들밥을 내갈 때 음식 나르는 것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설도 있고, 궁중에서 점심 같은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식사법으로 애용되던 게 대중화 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각 가정에서 제사를 지낸 후 음복의 한 방법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친척들끼리 제사상에 올랐던 나물에 간장을 넣고 비벼 먹던 데서 비롯된 식사법이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그 풍습이 안동이나 진주에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 헛제사밥이라는 간판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비빔밥은 서로 다른 나물들이 밥과 섞여 조화를 이루고 고추장과 참기름이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비빔밥은 부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맛과 모양의 변화가 가능한 음식이기도 하다.
생야채비빔밥, 나물(산채)비빔밥, 김치비빔밥, 강된장비빔밥, 해물비빔밥, 육회비빔밥, 생선회비빔밥, 허브비빔밥, 헛제사밥 등.

비빔밥의 고장 전주에 가보면 제대로된 외식업의 높은 부가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한 장소에서 비빔밥 단품 하나로 수십 년 간 업을 이어온 음식 명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業은 곧 修行'이라는 말에 절로 동의하게 된다.

'내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은 절대로 손님 앞에 내어 놓지 않는다.'는 그 업소는 지자체와의 공동 작업으로 비빔밥을 브랜드화 하여 기내식으로도 일본 수출의 대열에도 합류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작은 식당에서 출발하여 거기까지 가는 데는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안철수 교수의 표현 대로 기업가 정신(경영을 잘하여 이윤과 고용이 창출되게 하는 )이 외식업에 제대로 뿌리 내린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외식업 종사자는, 남이 애써 개발해 놓은 기술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기에 급급하지  말고, 사력을 다해 자기 업소를 새로운 맛과 경영으로 특화해야 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전주 비빔밥으로 이름을 얻은 그 업주는, 음식은 식재료가 좋아야 하고 그것을 조리하는 요리사의 새로운 맛 개발에 대한 끊임 없는 열정과 실험이 지속될 때만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해 준다. 운영난으로 존폐의 기로에서 밤잠을 설치는 외식업자들은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였으면 좋겠다.

커다란 양푼에 여러 사람 분의 밥을 비벼서 함께 나누어 먹는 사람들의 관계는 잠시일지언정 화기애애하여진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요술 같은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은 맞다.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우러져 맛과 영양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양푼의 비빔밥을 나누어 먹다 보면  이제까지 날을 세웠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무장해제 하게 된다.

제 각각의 스케줄로 얼굴 보기도 힘든 가족끼리, 소원했던 이웃끼리, 같은 산을 오른 산우끼리, 한 배에 동승한 직장의 상사와 직원들끼리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 나눠 먹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자. 하여 당동벌이(黨同伐異)의 살벌함을 넘어 화이부동(和異不同)의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해 보자.
요즘 조석으로 불어 오는 한 줄기의 상큼한 바람처럼 시원해지지 않은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