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무슨 장사든지 끝까지 하면 망해요. 좀 된다 싶을 때 빨리 정리하고 권리금을 챙기는 편이 훨씬 이익이지요."




서울 강남에서 괜찮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30대후반 여사장의 말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찌감치 액세서리 전문업체를 경영하기도 한 이 여사장의 주장인즉, "국내에선 제조업이든 음식점이든 너무 유행을 타는 바람에 한가지를 오래 붙들고 있다간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무슨 소리냐"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할수록 "정말 그런가?" 싶습니다. 걸핏하면 바뀌는 음식점 간판을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지곤 합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경기도 일산신도시와 서울 신촌 일대엔 최근 우동집과 찜닭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신촌의 경우 자고 나면 찜닭집이 한곳씩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러니 찜닭집과 우동집이 1백-2백m 사이에 두세집씩 보입니다. 대신 한동안 인기있던 칼국수집과 가마솥밥집은 없어지고 있습니다.




통칭 안동찜닭으로 불리는 찜닭은 닭을 감자 양파 당면 가래떡 등과 함께 얼큰하게 섞어주는, `당면닭갈비` 정도로 부르면 좋을 듯한 메뉴입니다. 국물이 있고 간장양념을 한 게 춘천닭갈비와 다른 점이더군요.




안동에서 시작된 것이라는데 안동본가찜닭, 안동종가찜닭, 봉추찜닭, 놀뫼찜닭등 이름도 많습니다. 심지어 신라면의 `신`자를 쓴 `신(辛) 안동찜닭`도 있더군요.




취급하는 종류는 같은데 브랜드는 다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안동찜닭을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젊은층에선 `맛있다`고들 하는데 반해 나이든 층은 `그저 그렇다`고들 합니다. 양념이 너무 진해 금방 물리겠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슨 음식점이든 처음 생기면 장사진을 이룹니다.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지요. 이들 식당 앞엔 한결같이 `체인점 모집`이라고 써 있는 걸 보면서 문득 몇 년 전에 일대 선풍을 일으켰던 `조개구이`집이 생각난 것은 저만의 지나친 기우일른지요??




찜닭과 함께 유행하는 우동집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같습니다. 기소야, 후지우동, 용우동, 한우동, 장우동, 가쯔&레쯔 가쯔&가쯔, 하야미, 하루야등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기소야, 후지우동, 기조암, 아소산 등 일식우동 전문점이 일본의 유명 우동브랜드와 손잡고 일본식 우동과 덮밥 초밥을 선보이는 반면 한우동 용우동 장우동 등 국내브랜드들은 카페 분위기(?)의 퓨전우동집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학가나 신도시에 생기는 건 우동과 초밥 비빔밥 등을 함께 파는 국내 우동브랜드들이지요. 무늬는 일식집, 내용은 퓨전분식점이라고나 할까요. 이들 우동집의 경우 나름대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해도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우동과 돈가스를 주메뉴로 하거나 아니면 우동과 초밥 혹은 딤섬을 취급하는 것이지요. 우동과 초밥을 파는 경우 초밥은 가격이 싼 만큼 생선도 조금이고 때로 생선이 말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격대를 맞추려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요. 이런 식의 음식을 내놓으면 결과가 어떨 지는, 글쎄요??




음식점도 프랜차이즈 시대를 맞으면서 조금만 된다 싶으면 체인점을 모집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IMF 이후 직장을 그만둔 샐러리맨들이 요식업의 흐름이나 음식점 개업과정을 잘 몰라 체인점 가입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갑자기 늘어났던 음식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칼국수집이었나 싶으면 어느새 가마솥밥집, 스파게티집으로 바뀌고 개업한 지 몇 달 된 것같지도 않은데 다시 찜닭집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맥도날드나 KFC 등과 달리 국내 프랜차이즈음식점의 수명이 너무 짧은 건 로열티를 받는 게 아니라 처음 개설할 때 인테리어를 해주고 이름을 사용하게 하는 정도라서 그렇답니다. 망하든 흥하든 관련이 없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고 그러다 보니 서비스는 물론 고객의 입맛을 못맞춰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지요.




음식점의 알파요 오메가는 뭐니 뭐니 해도 음식맛과 친절한 분위기 아닐까요. 여기에 깔끔한 인테리어까지 곁들여 진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음식맛은 결코 요리법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 낼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처럼 장맛과 양념맛, 손맛이 어우러져야 하는 경우는 더합니다.




손맛과 정성으로 음식맛을 내고, 그래서 언제 가도 그맛이 그맛이어서 반갑고, 주인장도 늘 같은 얼굴이어서 정겨운 인사도 나누고, 가끔씩 맛과 메뉴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수 있는, 단골음식점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저만의 것일까요.




맛좀 있다고 손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가끔은 인테리어도 좀 바꿀 줄 아는 그런 음식점 말입니다. 그래서 끝까지도 해도 망하지 않고 더더욱 번창하는 그런 가게가 많아졌으면 정말 좋겠는데....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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