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살면서 우리는 슬픈 세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 명퇴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가 아주 활성화되어서 40대 말이면 짤리고


 

    - 선배들이 가졌던 퇴직금도 중간 정산으로 인해 제대로 받지 못하고


 

    - 돈이면 모두 된다고 생각하고, 자존심도 없는 삶을 살도록 강요당하고


 
    - 평생을 배우고 익힌 지식을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50대에 할 일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산악인으로 거듭나게 강요당하고

인간이 살면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것은 무시당하고, 돈/학벌과 같은 껍데기가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운명은 뒤집을 수 없는 것, 이제 50대를 맞이하여 헤메이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의 자그마한 의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7살에 대학을 졸업해서, 사회에 나왔다. 그리고 20년을 살면서 항상 나 보다는 다른 것들을 위해서 살아왔다.

    - 월급을 받아서 가족들을 위해 사용했고


 

    - 술 먹고 피곤해도 급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명감에 출근했고


 

    - 저녁에 집에 가고 싶어도, 늦게 야근하는 동료와의 의리로 같이 밤을 지새우곤 했다.


 
    - 토요일 저녁 12시에 시스템이 살아나지 않는 다는 동료의 연락을 받고, 급히 백업 테이프를 만들어서 수원으로 달려가 시스템을 살려놓고, 새벽 6시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를 먹으며 동료에게 느꼈던 전우애의 기억이 새롭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수많은 친구들을 보면, 명퇴 후에도 가족과 동료, 친구를 의식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직장이 없으므로 모양은 조금 다르다.

    - 가장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며, 생전 해본 적도 없는 치킨집, 편의점을 운영하고


 

    -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고, 한가해 보이지 않으려고 주말이면 등산을 가고


 

    - 친구들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기 싫고, 괜히 꺼려 하는 것 같아서 전화로 연락하고


 
    - 주말이면 술 값이 아까워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술을 먹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 개념을 바꾸면 어떨까?
명퇴 후에는 나를 위해 살아보자. 가족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고, 이제 나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보자


    - 수입이 줄었으니, 특별한 방안이 없다면 거기에 맞추어 살도록 집안 살림을 줄이자. 가족이 반발해도 할 수 없다. 최악에는 지방으로 이사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 말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 아마도 2년 이내에 작지만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맞추어 살 수 있을 것이다.


 
    - 이전에 했던 모든 것을 버리자. 이전의 삶은 보이기 위한 것, 남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명퇴한 후에는 나를 위해서 내 주변의 것들을 정리하자

명퇴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생각했고, 가졌던 모든 것을 놓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대기업 임원이었으므로 목공소 일을 못한다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하지 말자.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이제 시작해 보자

줄어드는 수입, 가족들의 눈총, 친구들의 표정은 무시하고, 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
앞으로도 30년은 더 생활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을 잊지 말자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정말로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서 지내야 할 지도 모른다.

참고로, 나는 70이 넘어도 프로그램을 짤 것이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누가 나를 써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지금도 저녁이면 혼자서 프로그램 공부를 한다.

내 친구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더니, 술 담그는 것을 배워서 술을 담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친구들에게 술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는 비누를 만들기 시작해서 사무실 화장실 용 비누를 개발했고, 어떤 친구는 전국 산의 새로운 등산로를 소개하는 가이드를 만들겠다고 돌아다니고 있다.

모두의 공통점은 수입은 줄었으나, 끼니를 거르지는 않고 있다는 것과 만나면 비싼 양주 대신 소주를 먹지만 이전에 보지 못했던 웃음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부터인가 그 친구들이 커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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