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도이치 그라모폰

지난 10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의 대회 실황 음반이 상종가를 기록 중입니다. '예스24'의 클래식 베스트셀러 1위뿐 아니라 음반 종합에서도 1위에 올랐습니다. 또 수입반은 현재 품절 상태로 예약을 받고 있는데 재발매가 한 달 이상 남아 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답니다. 앨범 구매자 중 30대와 40대 여성의 비율이 각각 31.3%, 19.8%로 전체의 51.1%를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고요. 전체 구매자 중 43.1%가 클래식 앨범을 생애 처음 샀다는 사실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조성진은 11월 20일 일본 NHK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23일에는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관객 중에는 감동해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있었다는군요. 조성진의 갈라 콘서트 연주를 보고 "매 순간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서, 그의 손가락이 건반을 훑고 지나가면 탄식이 떨어졌고 그의 페달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야 숨을 쉴 수 있었으며 예각적인 타건과 맹렬한 옥타브, 현란한 아고긱이 펼쳐질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흘러가는 듯한 짜릿함이 꽂혔다"는 한 평론가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공개된 콩쿠르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종 결선에서 17명의 심사위원 중 드미트리 알렉세예프(러시아)와 야누시 올레이니차크(폴란드)는 조성진에게 최고점인 10점을, 나머지는 대부분 9점을 줬습니다. 반면 조성진에게 유달리 박한 점수를 준 사람이 있지요. 프랑스 출신 심사위원 필립 앙트르몽(Philippe Entremont)인데요. 그는 조성진에게 10명의 결선 진출자 중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부여했습니다. 앙트르몽은 라운드 통과 여부를 'Yes, No'로 심사하는 2, 3차 예선에서도 유일하게 조성진에게만 'No'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출처: 프레데릭쇼팽협회

이에 대해 음악계 일각에서는 조성진의 스승 미셸 베로프와 앙트르몽의 불편한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고요. 앙트르몽의 러브콜로 보는 다소 넉넉한 해석도 등장했습니다. "맘에 드니 나에게 와서 배우라"는 것이지요. 또 어떤 도사는 사상체질상 태양인인 조성진과 소양인인 앙트르몽이 서로 맞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합니다. 소양인 귀에 담백한 태양인 연주 스타일이 마음에 들 수 없었다는 게지요. 앙트르몽은 일본의 천재 연주자로 알려진 고바야시 아이미에게도 결선 2점이라는 바닥 점수을 줬는데요. 고바야시 역시 태양인이라고 하네요.

그럼 앙트르몽의 심사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는 "극단적으로 솔직한 걸 좋아한다. 모든 연주자가 똑같은 방식으로 연주하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나는 페달을 많이 쓰는 걸 혐오한다"고 말했습니다. 팔순을 넘긴 명피아니스트의 이 말은 결국 조성진의 연주가 개성이 없다는 의미로 파악됩니다. 잘 설명이 되지 않은 견해이긴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조성진이 픽 웃었다고 합니다. 웃음의 진의는 알 길 없으나 조성진이 대가의 독 같은 '소수의견'을 오래 기억하고 되새긴다면 연주 인생에 좋은 약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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