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정이든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그것은 그들만의 기운의 세계이며, 나름대로의 왕조(王朝)일 수 있는 것이다.

대물림 하면서 내려가는 그들의 세상은 그들만의 독특한 가계(家系)를 형성한다.

후손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떤 가정의 어떤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토요모임의 주제는 좋은 후손을 어떻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나온 후손을 어떻게 『잘 살도록』하느냐인 것이다.

 

강박사는 명리쪽에, 공선생은 호흡쪽에, 월등한 실력을 지녔으므로 서로 보완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둘의 노트를 일별하니 강박사는 10명쯤, 공선생은 30명쯤을 정리해 왔다.

우선 내가 뽑은 것 3개를 내놓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젊은 친구들은 열심히 듣기는 했지만 무슨 소린지 가늠이 안되는 듯한 눈치들이었다.

 

<공선생님, 미안합니다. 오늘 저녁도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수업을 끝내면서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아니, 원장님, 그런법이…” 공선생이 난색을 표했다.

나는 비가오면 묘한 기분이 되곤 했다. 하늘의 비를 눈물로 보는 엉뚱함이 있음을 설명했다.

<오늘 저녁은 해독주스와 생식 먹는 법으로 대신 합시다. 후손이 태어나면 숨쉬고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알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원이 10명 가깝게 되니 옮기는 것도 번거로울 듯 했다.

 

주스 만드는 것과 생식 먹을 준비는 성은이 거들었다.

커피잔을 치우고 정리하는 것은 두 집의 며느리가 감당했다.

저녁성찬(?)을 하기에 앞서서 공선생의 며느리를 잠시 불러 앉혔다. 기색을 보니 짚이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름은 박소선(朴소素善)이라 했다.

“아버님께서 사람답게, 착하게만 살라고 하셨습니다”

『뜻이 좋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잠시 내가 손목을 잡아볼까 하는데…>

소선이 다가와 팔을 내밀었다.

『틀림없군』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린 다음 <임신하셨구만> 하자 “몸이 이상해서 병원에 가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하고 답했다.

<검사해서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보시고 오도록 하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선생님은 이참에 서울로 와서 사시지요>

“사업기반이 부산이고 친구들이 많다보니…”

별로 내켜하지 않는 눈치라 더는 권하지 않았다.

공선생은 의사가 되려다 되지 못하고 부산대학 약학과를 나와 약종상을 하고 있었다.

보건소, 병원, 약방과 제약회사 사이의 복덕방 노릇을 하면서 돈을 제법 많이 벌었다.

작은 빌딩도 있고 땅이며 아파트 등 부동산이 많았다.

그렇지만 혼자다 아내와 사별한 뒤로 사생활은 철저하게 관리하며 도인처럼 살고 있다,

주위에선 아들과 함께 살기를 종용했지만 소용 없었다.

아들 종수(宗秀)를 서울로 보내 살게 한 것도 공선생의 『나홀로 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렇지만 손주라도 생겨나면 달라질 것이다. 자신도 나이가 들어가고 하면 생각이 바뀔 것이고 손주 보는 재미가 보통 기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명리와 호흡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것을 당부하고 모임을 끝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새 기운이 돋아날 공선생의 집안에 대해 생각했다.

공선생과 아들, 며느리의 명을 꺼내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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