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위의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십니까?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천사! 악마! 박쥐! 라고 한다. 접시가 보인다는 사람, 심지어 공으로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천사가 먼저 보이느냐 악마가 먼저 보이느냐로 설전을 벌이는 사람도 있고, 천사가 어디에, 악마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가끔 보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다른 무엇이 보인다면 꼭 댓글에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위의 그림이 익숙한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판화가인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무한 원형 4 (Circle Limit IV_Devils and Angels)> 라는 작품이다. 에셔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구조물을 착시 효과를 이용해 만들어내거나, 반복되는 정교한 기하학적 패턴을 이용해 모순된 개념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내는 등 독특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서클 리미트’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목판화 작품을 발표했는데, 1960년에 발표한 네 번째 작품 ‘서클 리미트 4’에는 ‘악마와 천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먼저 보이고 나중에 보이는가가 아니라, 똑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서로 다르게 얘기하는 것이다. 천사가 먼저 보인다고, 박쥐를 닮은 악마가 먼저 보인다고, 혹은 천사는 끝까지 보이지 않고 박쥐만 보인다고 해도 그 누구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가 그렇게 보인다고 하면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유 달지 않고 내 생각을 주입시키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말이다.

 

지난 2주 간 EBS 촬영팀과 중소기업 사장님과의 코칭 촬영이 있었다. 촬영 전 작가에게 전화로 상황을 들으니 3년 째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께서 사업을 좀 더 키우고 싶으나 직원들과의 인간관계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직접 사장님을 만나보니 일은 재미있는데 직원들이 나의 마음을 몰라주어 답답할 뿐더러, 사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과의 관계가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인간관계에서 제일 힘든 것은 내가 아! 라고 얘기했는데, 상대는 어! 라고 받아 들여 이해할 때가 아닐까? 더 어려운 경우는 “내가 다 알아!” 라는 식으로 상대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논리만 앞세우는 경우도 있겠다. 위의 그림을 보며 내 눈에 천사가 먼저 보인다고 상대도 천사가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은 아닌 것이다.

 

사장님과 대화를 해보니 평소에 직원들에게 웃으며 따뜻한 말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적극적 경청”이었다. 본인은 직원들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하지만,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의견을 제시했을 때 수용하고 인정하면 좋았을텐데 반박을 먼저 하셨던 것이다. 수용과 인정이 상대의견에 대한 무조건적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장점과 아이디어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되는데, 사장님께서 그 부분을 간과하셨던 것이다.

 

동일한 안건을 가지고 천사가 먼저 보이는 실무자는 박쥐가 먼저 보이는 사장님을 설득하려 하고, 사장님은 그 반대로 직원을 설득하려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대화는 자꾸만 평행선을 치닫고 감정만 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장과 직원의 위치는 동등하지 않기에 직원의 입장에서는 마음의 우산을 펼치듯이 심리적인 방어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감정이 상함으로써 사무실 전체의 분위기도 가라앉고, 사장님은 자꾸만 반복 되는 그런 상황이 힘드시고 속상하셨던 것이다.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사장님께 질문을 드렸다. “그 직원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신 적이 3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있으셨나요?”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사장님에게 상대가 얘기할 때 무조건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 중간에 말을 가로막고 끼어들고 싶어도 그 직원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까지 들어보기를 말씀 드렸다. 그런 후에 상대에게 던지는 적절한 질문 한 가지는 백 마디의 정당한 잔소리나 지식보다도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사람마다 재능과 성품이 같지 않으므로 각자 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고 맡겨두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자신 없는 표정으로 난감해 하시는 사장님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돌아왔다.

 

다음 촬영 때 만난 사장님은 벌써 표정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물론 코칭이 마술은 아니다. 이제껏 지녀온 습관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 변하지는 않는다. 코칭 후 사장님이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실무자와 회의를 하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지만, 꾹 참고 경청했더니 상대의 얘기가 제대로 들리더라는 것이다. 회사를 키우겠다는 목표는 두 사람에게 동일했지만, 그 접근방법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상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가? 이전과 다르게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 와 같이 가능성에 근거한 미래지향적인 질문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지금 들리는 곡은 프랑스 인상파 작곡가인 드뷔시의 [영상(Image)] 중에서 첫 번째 곡인 “물에 비치는 그림자” 다. 그는 어떤 음악가보다 민감한 귀를 갖고 태어나 피아노음악에서 독특한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 같은 대화의 느낌, 서로 주고 받는 격정적인 대화의 느낌, 다시 한 마음으로 합쳐지는 온화한 느낌이 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영상이 떠오르시나요?

 

Debussy,Images 1. Reflets dans l’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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