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Persona의 진실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을 잘 포장하느냐가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뛰어난 처세술, 교묘한 눈속임, 시시때때로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위선을 사회는 묵인한다. 그것이 ‘통념’이라고 일반화 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진질을 진실이라 분별하면 집단에서는 불편함의 대상이 된다. 너무나 잘 훈련되어서 페르소나가 자아가 되어 버린 사람, 순수하고 깨끗한 그래서 다소 어리석고 천진한 어린아이 같은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성공한 사회인으로 대우 받는다.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행동이 화려한 문양의 교양(敎養)이라는 포장지로 둘러 싸여서 어지간한 식견(識見)으로는 본심(本心)을 알지 못하게 교란시키는 그런 사람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사람들은 유명하다고 하면 막연한 부러움을 갖고 처음부터 그를 평균이상으로 인정하고 바라본다. 그 사람이 여자라면 더더욱 남자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예쁜 얼굴에 품위 있는 말솜씨와 교태스러운 자태는 남자들이 사귀고 싶어 하는 여자 1순위다. 그런 여자를 두고 남자들은 교양 있고 인품(人品) 있다고 평(評)한다.

여자들은 특히 페르소나에 강하다. 카멜레온처럼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여자의 페르소나를 남자들은 눈치체지 못한다. 얼마 전에 소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을 만난 일이 있다. 그는 강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자기 것인 양 행동했지만 어색함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형식은 교양과 겸손 배려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의 본성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 사람의 생각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했고 산만했다. 좀 더 많은 일과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지극히 의례적으로 대했다. 마음을 나누는 일은 이미 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품위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최선을 다했고 그런 화보를 여기저기 끊임없이 걸어 두었는데 그것은 잘 포장된 자신을 알리는 것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지만 사람은 보이는 것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일’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 진실은 짧은 순간 잠깐 나타나며 그 작용이 아주 약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가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의 말에 긍정해 준다거나 맞장구쳐주는 정도의 에티켓은 알고 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길어지면 방심하게 된다. 이때가 그 사람의 본심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순간순간 떨어지는 시선이나 흐트러지는 자세, 입 꼬리의 움직임이나 사지의 작은 움직임 같은 것들이다. 사실 그 사람의 본 모습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은 다소 거칠고 다소 무례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을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알고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대하면서도 무시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과시욕이 상당히 강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라는 것을 포기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허례허식(虛禮虛飾)에 매몰되어 진실(眞實)을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시간을 쪼개어 쓸 줄도 알고 처세술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대외적(對外的) 인간이었다. 잘 훈련된 페르소나는 개인을 성공으로 이끄는 아주 중요한 매개다. 하지만 그런 페르소나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갈등을 경험한다.

사회가 건강해 지려면 조금은 거칠지만 순수하고 꾸밈없는 진실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사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몸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져야 한다. 그런 가치가 인정받고 그런 삶이 보상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오늘 나의 삶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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