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대체 불가능한 유형의 여배우

"연기 못하면 제가 되게 '병신'같아요."

(정확히는 '븅신'이라고 말했다.)

황정음 /변성현 기자

 

"어제 MBC 사장님이 회식 자리에 오셨다. '로봇 연기' 시절 그런 자리에 가면 국장님이 '너 연기 왜 그렇게 해?'라며 핍박을 주곤 했다. 그런데 어제는 '잘했다'라고 하시더라."

지난 12일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종방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황정음은 '김혜진'처럼 솔직했고, '김혜진'보다 더 단단했다. 더 이상 예쁘기만 한 배우가 아니다.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해 '예쁜 얼굴'로 대중에게 먼저 눈도장을 받은 황정음은 3년 뒤 연기로 활동 폭을 넓혔다. 그러나 과장된 톤, 어색한 연기로 한계에 부딪히며 '아이돌 출신 연기자'의 논란만 부추겼다.

시청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질타를 받고 만난 작품은 드라마도, 영화도 아니었다. 황정음은 가상 결혼 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2009)'를 통해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예능 출연은 황정음에게 온 '하늘이 준 기회'였다. 대중에게 '철부지 같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크게 어필한 것. 이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배역을 따내고 '가능성'을 증명했다.

"해 본 결과, 시트콤 연기가 제일 어렵다. 다른 연기자들은 알 거다. 겉핥기 식으로 외워도 되는 대사가 있고, 완벽히 숙지해야 하는 대사가 있다. 시트콤 대사가 후자다. 정말 어렵다. '하이킥'때만큼 내가 열정을 다해 연기할 수 있을까 싶다. 엄마도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뭐라도 됐겠다' 하시더라. (웃음)"

 

황정음의 "띠드버거(치즈버거) 먹고 싶어요"라는 대사와 특유의 애교는 최근까지 회자되고 있다. /MBC 방송화면

 

황정음은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연기에 대한 재미를 붙였다. 또 물밀듯이 들어오는 방송, CF 출연에 높은 인기를 누리며 처음으로 "배우란 좋은 직업"임을 깨닫게 됐다.

"칭찬을 받으니까 욕심이 나는 거다. '어라, 연기 못했는데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한번 최고가 돼보겠다는 일념으로 달렸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도 스스로 극복했다. 황정음에게는 긍정의 힘이 있었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아이 때부터 자신감이 유별났다. 친구들은 그런 날 보고 '쟤 왜 저래? 뭐 잘못 먹었나 봐'라며 어이없어했다. 결국 그 자신감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좋은 생각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그녀는 예뻤다' 첫회 시청률이 4.8%가 나왔을 때도 황정음은 의연했다. 비록 조성희 작가는 '펑펑' 울었지만.

"내가 들어가는 작품은 '무조건' 잘 된다는 생각으로 한다. 걱정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최대한 즐기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자이언트' 때 시청률 40% 소식을 듣고도 '아, 그래?' 정도의 반응이었다. 솔직히 시청률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정음은 주근깨 뽀글머리 김혜진에 완벽히 분했다. /본팩토리 제공

 

황정음은 드라마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비밀', '킬 미, 힐 미'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자신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 11일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정음은 취업 준비생에서 패션 매거진 ‘모스트’ 인턴사원으로 열연하며 2030세대의 고단하고 팍팍한 삶의 단면을 현실감 있게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황정음을 올해 MBC 연기대상 후보로까지 거론하고 있다. '킬미 힐미'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지성과 함께 말이다. 만약 황정음이 올해 연기대상을 거머쥐면 아이돌 출신으로서는 처음 받는 상이 된다.

"지성 오빠와 함께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솔직히 받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배우로서 정점을 찍는 거 아니냐. 근데 기대 안 하려고 한다. 원래 서른다섯 살 안에 대상 받는 것이 꿈이었다. 올해 서른둘이니까 아직 3년 더 남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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