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살면서 가장 슬플 때는 언제일까?

 

- 승진에서 누락되었을 때
- 명퇴 당하여 직장에서 나가야 할 때
- 주변에 술 한잔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 후배에게 무시당했을 때
-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부라보 마이 라이프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올 때
- 어딘가 떠나고 싶은 데, 부장님에게 야단 맞을 까봐, 할 일이 없어도 앉아 있을 때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슬펐던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슬펐던 시간은 언제였을까?
나에게 있어 가장 슬펐던 시간은 “가족에게 무시 당할 때” 인 것 같다.

 

아이가 어느 학원에 가야 할 지 고민하기에, 한 마디만 하면, 와이프는 놀란 표정으로 …
“당신은 뭣도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아이가 서울대를 가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관여하지 말라고 하고….

오랜만에 가족과 근교에 놀러 가서,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은데, “학원에 가야지… 당신 정신이 있냐고” 이야기하고….

 

도대체 언제부터, 학원 선생의 말이 20년 직장 생활을 한 아버지의 말 보다 중요했으며, 아버지는 아이들의 상황을 모른다고 단정짓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이의 학원이 가족의 야유회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도대체가 합당한 것인지

 

돌아보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지냈을 뿐인데,
중학교만 가면, 학원 때문에 가족 여행도 제대로 못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세대 차가 나기 때문에 아이와 어울리기 어렵고, 사회에 나가면 아이가 바쁘고 시간을 내기 힘들다. 그리고, 아이가 40정도가 되어서 부모 생각할 때면, 이미 나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아이와 놀아 줄 수가 없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당하고 힘들어도 참고 버티는 원동력은 그래도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인데, 요즘의 가족들은 나를 돈 벌어 오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직장인을 아버지로 둔 가족들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것이 몇 가지 있다.

- 아버지가 자식에게 하는 말은 정말 중요하고, 진실되다는 것. 여기에는 상술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 아이의 공부보다 가족의 화목과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좋은 대학을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화목하게 보내는 오늘 저녁이 더욱 중요하다
-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예절 바른 아이가 성공한다는 것. 이것을 위해서 아이에게 부족한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 아버지가 존경 받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엄마가 될 것이고, 이어서 자신 외에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떤 TV 프로에서 폐지를 줍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버지가 집에 돌아올 때, 기쁘게 맞아주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어쩌면, 나는 저 사람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퇴근했을 때, 잘 다녀 오셨냐고 기쁘게 맞아 준 적이 언제였던가? 생선 구이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 했더니 집에 냄새가 밴다고 나를 나무라는 와이프를 보는 것이 너무 슬프다. 삼겹살을 구워 먹자고 했더니, 나가서 사먹고 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나의 느낌은

 

나는 삼겹살, 생선 보다, 가족들과 냄새 풍기며 먹고, 청소하고 싶었을 뿐인데….. 요즘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보여 주었던 권위 의식이 그리워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왜 선조들은 가장을 중시하고, 권위를 세우며 아이들과 같이 밥 먹지 않고, 예절을 중시하셨는지를….

 

이제 50대 중반이 되서야, 선조들의 현명함을 알게 되었고, 나의 얄팍한 지식과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깨달았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늦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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