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에 이어 공선생 아들과 며느리, 그 다음 강박사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풀이도 했어야 했지만 하지 못했다. 호흡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 된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의식 못하고 살지만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을 잘 쉬는 것입니다. 빠르게 달리기를 하면 당연히 숨이 가쁘게 됩니다. 몇 번 반복하면 숨이 턱에 차고 힘들어집니다. 이때 무심코 나오는 말은 “아이고 죽겠다”입니다. 죽었다고 하는 것은 숨을 쉬지 않는다와 맞물려 있습니다. 다소 역설적이긴 하나 숨을 잘 쉬어야 잘 사는 것으로 되는 것이지요. 숨쉬기를 호흡이라 하는데 내쉴 호(呼), 들어마실 흡(吸)에서 호가 먼저 나와있는 것은 내쉬는 것을 잘 할 필요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주는 법을 알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호흡의 중요성, 호흡하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 실전에 들어갔다. 젊은 쪽을 중심으로 입공(立功)부터 시작했다. 공선생과 강박사는 알아서 할 터이지만 방여사는 아직 기초수준이었으므로 입공을 택했다. 나이가 젊고 힘이 있으면 입공을 원칙으로 하고 나이가 많아지면 좌공(坐功) 과 와공(臥功)으로 진도를 나가는 것이 순리다.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수공(睡功)의 방법을 제일로 치는 것이나 그렇게 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입공은 수면부족, 소화불량 등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1시간쯤 지난 다음 목, 팔, 가슴, 허리, 히프, 무릎, 발목 순서로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기를 실어 돌리는 기공(氣功) 수련을 실시했다. 다시 1시간쯤 지난 다음 마무리를 하고 차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시작하는데 영남이 불쑥 나타났다.

 

“사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영남이 큰 절을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영남이 본지가 한참됐군>

“상해에 오래 있었습니다.”

<아들하고?>

“예”

<입하(立夏)가 되기도 전에 만났는데 하지(夏至)가 지났으니 두 달도 더 됐잖아>

“예, 아들 때문에…”

<무슨 일 있었어?>

“예”

<그 사정은 있다가 듣기로 합세>

 

<좋은 차가 없는데…>

내가 혼잣말처럼 하자 이구동성이다시피 커피를 원했다. 방여사가 원두를 갈았다. 향이 참 좋았다.

<역시 블루마운틴이야>

유난히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다. 볶은 지 일주일 전후 정도의 것을 제일 좋아한다. 오일(기름)이 살짝 나오는 것이 일주일정도 됐을 때 인데 핸드 드립하며 잘 내리면 보약이 따로 없다. 좋은 커피는 심장, 소장에 특효약이다. 피를 맑게 하니 장수에도 좋다. 좋은 죽염을 아주 조금 넣어 마시면 수화기제지공(水火旣濟之功)의 효능도 느낄 수 있다.

 

<방여사 살림 동나게 생겼어요.>

블루마운틴이 비싸서 그냥 커핀줄 알고 마시면 곤란하겠다 싶어 내가 토를 달았다. 하기야 남해 보리암(巖) 차는 그보다 더함을 방여사가 알고 있었다. 방여사는 “저야 공선생님께 비하면 조족지혈 입니다.” 하고 겸양지덕을 내보였다. 그러자 공선생이 “오늘 저녁은 제 차례입니다.” 하고 저녁 시간 확보에 못을 박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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