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걸 줘요, 안 그럼 장난을 칠 거에요(Trick or Treat!)'

지난 10월 31일 밤 서울 이태원 길거리에선 변장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엄청나게 무서운 귀신 분장에서부터 캐릭터 복장까지 등장했다. '핼러윈'이었기 때문이다. 핼러윈은 원래 미국 축제이다. 이날에는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가 출몰한다고 믿어, 그것들을 놀려주기 위해 사람들은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대부분 어린아이가 코스프레를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면서 "Trick or Treat"이라는 말을 한다. 그럼 이웃 사람들은 준비한 과자나 사탕을 아이들에게 전해준다.

G마켓이 고객 6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핼러윈과 관련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핼러윈 파티에 참석한 경험은 별로 없지만, 파티 기회가 있다면 참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2%가 있다고 대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82%, 75%로 파티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40대와 50대에서도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68%, 60%로 나타났다. 핼러윈 데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꽤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핼러윈은 몇 년 되지 않아 한국에서 공공연하게 챙기고 지나가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G마켓 핼러윈 데이 설문


핼러윈이 되면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의 놀이공원과 강남이나 이태원 클럽 등에서 파티와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태원 소규모 가게들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핼러윈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핼러윈은 2010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초기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단발성 이벤트로 진행되었던 행사가 이젠 성인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된 핼러윈이 왜 하필 20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

바로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 모르는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잦아졌다. 해외 스타들의 사진도 쉽게 접하게 되었고 핼러윈 때 분장한 그들의 모습은 한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시기와 맞물려 이태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태원에서 핼러윈 때 코스프레 복장으로 중무장한 외국인들의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게 되자 유행은 급속도로 번졌다. 변장한 외국인과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서 한국인들은 평소 해보지 못했던 분장과 변장을 직접 하게 되었다. 변장 후 SNS 공유 역시 빼놓지 않고 이뤄져 더욱더 핼러윈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핼러윈데이 이태원 거리 풍경 / 사진=최자영


이태원 길거리에서 배트맨, 피카츄, 처키 등 누구나 알만한 영화나 만화 속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기도 하며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뜨기도 한다. 특별한 코스튬 없이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이태원에서 만난 직장인 강민아(28) 씨는 친한 언니들과 축제를 즐기러 나왔다고 했다. "원래 치파오를 입고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추워졌기도 하고 그냥 구경할 겸 놀러 왔어요, 분장하고 나오신 분들이랑 사진도 찍고 너무 재밌어요."라고 했다. 관광차 이태원을 찾은 켄(34, 일본) 씨도 "우연히 한국에서 이런 축제를 즐기게 돼서 신기하고 재밌다. 색다른 경험이다."고 했다.

공들여 코스프레를 하고 나온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며 축제를 즐긴다. 할리퀸으로 분장하고 거리로 나온 대학생 김 모(22) 씨는 "사실 이태원에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나가도 되나 고민됐는데 나오니까 저보다 더 과하게 분장하신 분도 많아서 다행이에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한테 묻히는 거 같기도 해서 (다음 연도엔) 더 분발해야겠어요."라고 했다. 얼마나 과하게 실제처럼 코스프레 했는지 자체가 인기의 척도가 된다. 많은 사람이 사진을 요청하고 분장을 하고 나온 사람은 실제 자신이 연예인이 된듯한 착각도 느낀다. 핼러윈 복장은 단순히 자기만족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모습이다.

핼러윈으로 많은 시민이 파티를 즐기고 서슴없이 서로 교류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양의 문화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초기 핼러윈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이벤트로 진행되었다.

이때, 아이들의 코스튬 비용이 발생했다. 코스프레 의상은 2만 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넘나든다. 생활비가 빠듯한 집안도 우리 집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비교당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갖춰 보내려면 핼러윈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산의 모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진(37) 씨가 볼멘소리를 한다. "아이들 의상을 준비해야 하고 다과 준비하는 비용까지 내려니까 너무 아까워요. 우리나라에서 핼러윈이 중요한 날도 아니고 그렇게 투자할 가치가 있는 행사인지 모르겠어요." 안산의 모 유치원 학부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옷날 머리 감는 것도 모르는데 핼러윈부터 가르친단 것은 이해가 안 돼요."라며 어린이집이 기획한 핼러윈 파티 참석을 반대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핼러윈은 한국의 문화가 아니다. 굳이 서양의 문화인 핼러윈을 챙겨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도깨비 날이 존재한다. 도깨비의 날은 정월 대보름 다음날인 1월 16일로 이날 온갖 도깨비들이 모여들어 축제를 벌인다. 도깨비들의 축제가 인간에게 이로울 리는 없어 사람들은 도깨비들의 해코지를 피해서 근신을 하고 그들을 쫓아내는 축귀(逐鬼) 민속을 벌인다. 핼러윈과 비슷한 성격의 이날은 한국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도깨비의 날 말고도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에 시민들이 핼러윈만큼의 노력과 준비를 하는지 묻고 싶다.

쇼핑몰의 핼러윈 마케팅 / 사진=최자영


현재 핼러윈 축제의 근원지인 미국에서조차 밤늦게 아이들이 밖에 나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으로 인하여 핼러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퍼지고 있다. 핼러윈을 이용한 상술에 많은 미국인 그리고 유럽에서도 일부 핼러윈 축제를 배척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핼러윈 또한 상인들의 계획된 상술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한국인은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 핼러윈 데이를 즐기고 올빼미 버스 막차를 탔을 때, 말 그대로 Hell(지옥)러윈 이었다. 강남에서 오는 노선의 버스였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 청년들이 핼러윈 파티와 축제를 즐기고 귀가하고 있었다. 분명 핼러윈은 각박한 일상에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임은 틀림없다. 한국인들이 오죽 즐길 행사가 없고 무료했으면 서양문화를 따라잡기에 급급했을까 싶기도 하다. 핼러윈의 인기는 일부에서 보는 문화사대주의가 아니라 지금 한국인이 Hollow((속이) 빈) 人(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텅 비어버려서 진지함과 의미 있는 의식보단 단순히 웃고 즐길 거리가 필요해 핼러윈을 찾게 된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몇 년 동안이나 Hollow 人이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Hollow 人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최자영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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