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고객으로 인한 감정노동자도 산업재해로 인정

요즘 '복면가왕'을 볼 때마다 '스마일마스크'를 쓴 감정노동자들이 오버랩되어 떠오른다. 아마 진정한 자신을 숨기고 무대에서 필요한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일거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퍼갑질고객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몰상식한 갑질들은 분명히 회사차원에서 시스템적으로 특정관리가 병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해외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사례로 2004년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 노사가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EU(유럽연합) 콜센터 노사공동선언 (Call Centres Charter Agreed)을 들 수 있다. 주요 내용으로 상담원들은 적어도 2시간 작업 후 스크린으로부터 10분의 휴식을 보장받아야 한다. 내년부터 우리 정부도 노동계, 경영계와 협의를 거쳐 연내에 관련법 개정 절차를 마치고 감정노동자가 갑질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우울증 같은 건강상 장애를 앓게 되면 산업 재해로 인정하게 된다. 폭언과 욕설이 끊이지 않는 114 콜센터도 일찍이 욕하는 고객에게는 친절한 응답 대신 경고 그리고 심할 경우, 경찰에 고발하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악성 전화를 20%나 줄였다는 데이터가 있다.

 

감정노동자의 적은 고객이 아니라 자신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만난 아는 후배의 넋두리다. “진상고객이 한 명 있는데 나를 얼마나 들들 볶는지...그 할아버지 안보면 좀 살 것 같았거든.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어느 날 발을 딱 끊더라고. 며칠은 정말 살 것 같았지. 그런데 그 할아버지보다 더 심한 고객들이 한명씩 한명씩 늘더라고! 가만 생각해 보니까 내 고객들 중에 진상고객이 많은 이유는 그 사람들 문제가 아니라 나의 건성으로 대하는 응대태도때문이더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조건이 바뀌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지지 않는다. 결국 몇몇 수퍼갑질고객이 만드는 이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 자신이 환경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인드 컨트롤하면 해결되는 상황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마인드 컨트롤이다. 그렇다면 감정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은 무엇일까?

 

감정노동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이유 

때가 돼서 어쩔 수 없이 밥을 할 때는 어깨가 천근만근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밥을 할 때는 콧노래가 나온다. 주머니가 빈털터리일 때는 배도 빨리 고파지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많지만, 주머니가 두둑할 때는 안 먹어도 배부르고, 그렇게 먹고 싶은 음식도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스스로 결정하는 상황이냐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냐의 차이 때문이다. 상사보다 부하직원이 그리고 시부모님보다 며느리가, 고객보다 감정노동자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 이유가 바로 스스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하직원이 야근을 끝낼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그리고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전문용어로 ‘통제감의 효과(Controllability Effect)’라고 한다. 고객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서비스에는 스트레스가 덜하기마련이다. 시대가 갑질고객들로부터 눈물 흘리는 읍의 감정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마일마스크'를 억지로 써야하는 감정노동자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이 사회흐름의 급물살을 잘 타면서 고객의 수준과 감정노동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모두 균형 있게 높아지길 바란다. 이제는 더 이상 을입장의 감정노동자를 쥐어짜내어 만드는 ‘억지친절’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고객도 웃고 감정노동자도 웃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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