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단풍이 물들고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길어진 밤 덕분에 서울 시내 곳곳에는 화려한 조명이 이른 저녁부터 켜진다. 거리의 수많은 LED 조명 속에서 빛을 내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고궁이다. 고궁 ‘야간개방’ 행사는 경복궁과 창경궁에서 이루어지는 10월 셋째 주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진행됐다.

 
한정판 야간개방!

고궁은 평소 오후 5-6 시면 입장을 마감하기 때문에 밤에는 고궁을 구경할 기회가 흔치 않다. 그래서 고궁 야간개방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궁 야간개방은 매번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봄, 가을 등 계절에 맞춰 가끔 시행되기 때문에 연인들의 야간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많다. 경복궁과 창경궁 모두 48일간 개방하며 1일 최대 2,500명까지만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 입장권은 인터넷 예매만 가능하므로 예매가 시작되는 날이면 입장권 구매 페이지의 서버 트래픽은 폭주한다. 이번 가을 야간개방 행사 역시 예매 오픈 10분 만에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 년에 몇 차례 열리지 않는 야간개방에 관람을 갔다면 행운이다!

 
고궁에서 느끼는 색다른 가을의 정취


창경궁 선인문 안뜰 / 사진=신서란


창경궁은 태종이 거하던 수강궁 터에 조선 시대 궁궐 중 유일하게 동쪽을 향해 지어진 고궁으로서 서쪽으로는 창덕궁과 붙어 있고 남쪽으로 종묘와 통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창경궁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선인문 안뜰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흥행을 한 영화 <사도>를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데 이곳은 바로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곳이다. 가을밤의 쌀쌀한 날씨와 맞물려서인지 몰라도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쓸쓸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넓은 안뜰이다. 야간개방을 위해 조명을 밝혀두긴 했으나 가을밤의 본연의 어둠은 완전히 밝힐 수 없었다. 이 선인문은 어둠 속에서도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복궁 경회루 / 사진=신서란


경복궁은 조선 태조 4년에 완공되어 왕실의 위엄과 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궁으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혹은 왕이 국빈이나 신료들과 연회를 베풀 때 주로 사용된 곳이다. 경회루는 근정전 서북쪽 연못 안에 세워져 있는데 연못을 중심으로 주변 풀과 나무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팔작지붕 처마에 밝게 모습을 드러낸 단청은 고궁의 정취를 한껏 더해주었으며 기둥마다 새어 나오는 빛은 연못에 잔상을 남겼다. 경회루 주변 풀과 나무 사이로 빛을 내는 환한 달이 연못에 비치는 것도 일품이다.

 

도심 속의 고궁의 매력

고궁 야간개방을 할 때면 평소보다 더 높은 관심을 받고 사람들도 많이 몰려온다. 휴무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열려 있는 고궁임에도 야간개방을 할 때만 관심을 받고 심지어는 암표 거래까지 이루어진다. 고궁 야간개방이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나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지만, 국내에 남아 있는 유산으로서 고궁의 의미까지 잘 기억한다면 더 좋은 취지의 행사가 될 것이다. 바쁜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고궁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이번 ‘가을 야간 특별 관람’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신서란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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