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먼저 보기

'검은 사제들' 강동원, 김윤석으로 출발해 박소담으로 끝나는 영화
잘 만든 한국형 미스터리 드라마

※주의 : 이 글에는 '검은 사제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구마 (驅魔), 즉 엑소시즘은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예식을 뜻한다. '퇴마'라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다. 20년이 더 된 소설 '퇴마록'에서부터 엑소시즘에 대한 관심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엑소시즘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소재이기에 충분하다.  여기, 서울 명동의 한 골목길.  악령이 든 소녀가 비밀스럽게 잠들어 있다.

 

'검은 사제들' 강동원과 김윤석

 

시작은 이렇다.  2015년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는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구마를 시도한다. 모든 자격에 부합하는 또 한 명의 사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웃사이더 신학생인 '최부제'(강동원)이 선택을 받는다.

두 사제는 소금을 뿌려 악령이 넘어설 수 없는 경계를 만들고 책과 성물, 촛불 등으로 장엄구마예식을 준비한다. 예식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면서 소녀 안에 잠들어 있던 인격들이 하나, 둘 깨어난다. 그들은 괴기스러운 목소리로 한글과, 영어, 라틴어, 중국어를 교대로 사용하며 인류에 저주를 퍼붓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구마 의식은 영신이 죽음 문턱을 밟고서야 종지부를 찍는다.  김 신부는 파리하게 힘을 잃은 영신에게 "네가 다 했다"라고 조용히 읊조린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관객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 익숙한 전개 방식,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볼 만 한' 미스터리 장르로 완성됐다.

이는 대단히 한국적인 엑소시즘을 표방한다. 장재현 감독은 패스트푸드점 창가 너머, 어두운 곳에 신부님 한 분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검은 사제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장 감독은 "엑소시즘이 할리우드에서 자주 등장했던 소재였기에 가장 한국적인 곳을 찾게 됐다"며 "초라한 다락방에서 비로소 남들이 모르는 진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의 말대로 가장 친근한 곳에서 악은 시작되고, 우리는 '있을 수 있을'법한 이야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크랭크인 당시부터 '전우치'(2009년작) 이후 6년만에 다시 만난 김윤석과 강동원의 조합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사제로 분한 강동원은 전성기 못지않은 외모로 많은 여성 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김윤석은 존재 자체가 '검은 사제들'의 톤 앤 매너다.

 

'검은 사제들' 박소담

 

'검은 사제들'이 볼 만 한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예 여배우 박소담 때문이다. 박소담은 이번 역할을 위해 삭발을 감행하며 완벽한 1인5역을 선보였다.

40분 동안 지속되는 오싹한 구마예식에도 눈을 감을 수 없었던 이유는 김윤석, 강동원과의 팽팽한 대립각 속에서도 다층적인 연기를 보여준 박소담의 공이 컸다.

사제복을 입고 라틴어를 구사하는 강동원은 분명히 빛났다. 김윤석 또한 '명불허전' 선 굵은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이 작품을 통해 소녀를 위한 두 사제의 '희생'을 담고 싶었다던 장재현 감독의 말처럼 김윤석, 강동원이 박소담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해도 좋겠다.
영화 <검은 사제들>

'검은 사제들'

 

감독|장재현
출연배우|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상영정보|15세 관람가
러닝타임|108분
개봉 | 2015년 11월 5일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