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한다는 사람을 두고 ‘사회에 불만이 많은 찌질이들’ 정도로 취급하던 시대는 지났다.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힙합 장르의 음악을 보는 것은 이제 더는 놀랄 일이 아니다. 마니아들, 쉽게 말해서 ‘덕후’들의 장르로만 취급되던 힙합이 대중문화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힙합의 대중화 속에서 대학 내 힙합동아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같이 올라가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바로 늘어가는 ‘힙합 공연 스폰서’들의 변화다.

대학 힙합 동아리 공연을 후원하는 곳은 '주류'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이란 힙합과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2013년 숙명여대 흑인음악동아리 BSL은 국내에 처음 수입된 낯선 터키 맥주 회사의 후원을 받았다. 당시 후원을 받아냈던 회장 홍다영 씨는 "어떻게 후원을 받아낼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연락해 본 곳이었는데, 처음 수입되는 맥주다 보니 신세대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홍보 방법이라고 그쪽 회사에서 생각하셨던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맥주를 들고 찍은 홍보영상 / 사진=숙명여대 BSL 정기공연 Teaser


당시 맥주 업체에서 학생들에게 제안했던 홍보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해당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를 100개 이상 늘려줄 것이었고, 두 번째 제품이 노출된 홍보 동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한 뒤 최소 조회수 300을 넘겨줄 것이었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을 실행에 옮겨줄 경우 회사는 동아리 공연에 맥주 120병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BSL에서 자체 제작한 홍보 동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4,385로 업체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BSL은 업체로부터 받은 120병의 맥주를 이용해 더 많은 관객을 유인할 수 있었고, 공연 역시 성공적으로 끝났다.

대학 동아리 공연에 대한 후원은 대부분 이렇게 진행된다. 업체 대표와 학생 대표가 만나 어디까지 홍보해줄 수 있는가와 어디까지 후원해줄 수 있는가를 조율하여 실행에 옮기는 식이다. 힙합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최근, 업체들의 ‘스폰서’ 활동은 더욱 활발하게 그리고 더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숙명여대 BSL은 최근 또 한 번의 성공적인 주류 협찬을 받아냈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공연에서 그들은 공연의 전체적인 테마와 제목이 ‘칵테일’인 만큼 일반 맥주가 아닌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의 주류를 원했고, 이후 칵테일 맥주 업체의 후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주류가 노출된 홍보 티저 캡쳐 화면 / 사진=숙명여대 BSL 정기공연 Teaser


홍보 방안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국내 힙합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홍보의 질도 그리고 후원의 정도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었다. 일단 홍보 동영상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페이스북에 게재된 해당 동영상의 경우 총 6,443명에게 노출되었다는 집계가 나온다. 이전의 동영상이 2년 만에 조회수 4,385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게다가 업체의 후원 정도도 크게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주류의 양이 120병에서 200병으로 늘어났다. 포스터와 판넬까지 지원했다. 공연 규모가 한 층 커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공연의 제목과 주류의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져, 관객들도 공연장의 분위기에 더욱 만족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실제 공연에 관객으로 참석한 한 학생은 “전체적인 공연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술 덕분에 기분 좋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짜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공연 현장 스케치 / 사진=전수영


힙합 동아리와 주류 업체 간의 관계에는 윈-윈(win-win)전략이 작용하고 있다. 업체는 젊은 세대에게 비교적 쉽고 싼 값으로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고, 동아리는 후원으로 좀 더 질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 22일의 공연을 후원한 업체 대표는 대학 내 힙합동아리와 주류업계간의 협업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주로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하는 수입 맥주 업체에게 대학 동아리 후원이라는 이벤트는 좋은 기회다"라며 "이러한 긍정적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서로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지점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준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전수영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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