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대학동(전 신림9동) / 사진 = 신진영


더는 고시촌이 아닌 마을, 고시생들은 다 어디에.

서점, 고시원, 식당 줄줄이 문을 닫는 상인들 장사를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 3년 전에는 밤만 되면 고시생들로 엄청나게 북적였는데 이젠 한산해졌어요"

지난 3일 오후 사법고시 수험생들의 메카였던 서울 관악구 대학동(전 신림9동)을 찾았다. 한 때 '사시촌(사법 고시촌)'이었던 이 동네는 익히 알고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공부하고 나서 밥을 먹기 위해 나온다는 점심시간, 저녁 시간이 되어도 고시생처럼 보이는 사람이나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배낭 메고 다니는 학생들 몇 명 정도 볼 수 있었지 여느 주택가와 마찬가지였다. 이 동네 고시생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2017년 2차 시험을 마지막으로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사시촌의 풍경도 달라졌다.

이곳에서 3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 씨(26·여)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는 말에 안타까운 목소리로 "동네 카페 장사는 단골 장사"라며 "고시촌의 특성상 꾸준히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단골손님을 통해 듣는 현재 고시촌의 분위기는 쓸쓸함 그 자체라고 한다. 장수생들은 거의 없다. 3~4년, 길어봤자 4년 동안 고시생활을 한다. 계속 떨어지다 보면 취업으로 돌린다. 가까스로 취직을 하게 되는데, 몇몇은 직장생활 중에 꿈을 버리지 못한 나머지 도전을 계속한다. 그러던 도중에 1차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시생활을 포기하고 이곳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사법고시생을 여기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흔하지 않지요. 남자는 5급 행정고시, 여자는 경찰시험을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시도 많이 안 뽑으니 거의 없지요...사법고시생은 사라져가는 추세고... 내년이 마지막 기회죠..."

 


대학동 중고서점 A 사법고시 관련 책 코너/ 사진 = 신진영



"장사를 그만해야 하나... 동네가 죽었어요. 이 동네가 사시인구 3만 명이 있던 동네예요. 이젠 고시촌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보여요. 방값이 싸니까..."

대학동(신림9동) 상인들의 고민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15년째 아내와 함께 사법고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56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법고시 서적들만 다루다보니 가게 매출이 70~80%는 줄었고, 지금도 줄고 있다. 김씨의 가게는 그나마 대형 법학원 근처에 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고시촌 위 쪽의 사법고시 중고서점들은 몇 개가 문닫았는지 모른다고 한다. 당연히 수요가 없기 때문에 사법고시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점이 사라져가니 출판사도 서적을 만들지 않는다. 사법서적의 대해 수요와 공급이사라지니 당연히 법학 학원도 많이 문 닫았다. 지금 남아있는 법학 학원은 사법고시 뿐 아니라 공무원 시험, 외무고시등 다양한 강의를 하는 출판사도 같이 경영하는 H 학원 뿐이다. 김씨 부부는 오늘, 내일 가게를 문을 언제 닫을 지 고민 중이다. 막상 가게를 닫자니 준비하는 사시생들이 이젠 어디서 책을 사냐하며 울상을 지을 때마다 가슴이 미워진다고 했다.

서점 뿐 아니라, 고시원도 변했다. 고시원에 고시생들을 찾아 볼 수 없다. 고시생들이 많이 나가니, 싼 방 값에 직장인들이 많이 온다. 이전 고시원들은 싼 방 값에 오는 직장인들을 위해 풀옵션 원룸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계속해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B 고시원이 있다. 이 곳은 특히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많았다. 이제는 서울대학교 외국인 교환학생들이나 중국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이 동네 고시생들은 중고 서점에서 식권 몇 달치를 구매한다. 도매가로 식당과 서점이 거래를 하기 때문에 저렴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다. 저렴하게 구매했지만 해당 식권을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문을 닫아서 식권이 종이 조각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동네는 더욱 쓸쓸해져가고 있다. 최근엔 고시생들의 여가생활이었던 노래방과 술집을 없애고 고시촌의 특성을 살려서 고급화된 거리를 조성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 곳 상인들은 막상 무엇을 먹고 살아야할 지 걱정이다.

1년, 2년이 지나면서 대학동 고시촌은 더욱 쓸쓸해 질 것이다. 고시생들의 메카였던 이곳, 옛 신림동 고시촌은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신진영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