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두(5.4)- 붙들림과 내려놓기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들의 모습은 길들여진 코끼리가 형식적인 말뚝에 붙들려 있는 꼴이거나, 철새가 공간을 옮겨 다니느라 날개가 성하지 않은 꼴이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 발전이 없고, 철새처럼 자주 삶의 공간을 옮겨 다니면 안정이 없다. 솔개는 자기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깨트려야 새로 살고, 원숭이는 조롱박 속의 쌀을 빼내겠다고 움켜쥔 손을 풀어야 살 수 있다. 우리를 붙들고 방랑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익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 그 이익의 손바닥에는 체면과 형식, 명성과 감투, 습관과 편리함, 자기 철학과 자기편만 존재한다. 그 이익의 손바닥으로 열심히 일을 하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는 말자. 진정한 자유를 위해 버리고 내려놓자.  



집착(執着) - 붙들림. 집착은 어떤 일(이미 아닌 일, 이미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행위. 집착은 칼날에 붙은 껌처럼 달라붙어서 기능을 방해하고 생기를 뺏는다. 집착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에너지를 낭비하면 평화와 행복을 모두 잃는다. 일상생활에서 집착하는 일(언짢은 일 잊지 못하기, 일을 하면서도 손해를 예감하는 일, 불쾌한 충격과 아픔에 대한 오랜 기억, 머릿속을 복잡하게 돌아다니는 고민, 버리기에는 아깝고 하기엔 벅찬 일에 대한 미련, 상대의 편견과 무시 행위에 대한 분노, 존엄성 무시와 차별대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말없이 버려야 산다. 상대를 이기려고 집착하면 계속 마음만 상하고 끌려간다. 생각하면 괴롭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일이라면 붙들지 말고 버리자.


집하(集荷) - 내려놓기. 집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모으고 내려놓는 곳이다. 농산물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키워진 밭에서 떠나야 하고, 역지사지, 거꾸로 생각, 역발상 등 생각을 새롭게 하려면 기존 생각을 내려놓고, 끊고, 파괴해야 한다. 기존 생각을 붙들고 집중해 보아야 발전이 없다. 내 잔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다시 잔을 받을 수 있고, 내 견해를 내려놓아야 상대의 고견을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상대의 의견을 참조하기 위해서 내 생각을 접고 경청해야 한다. 힘이 있다고 내 견해만 주장하고 지시하는 것은 먹기만 하고 배설을 모르는 진드기와 같다. 칼을 사용했으면 칼집에 꽂아두어야 다음에 다시 쓸 수 있듯, 의도를 보였으면 내려놓고 기다려야 한다. 밝은 눈과 열린 귀로 소중한 일을 선택하고, 감당하기 벅찬 일이 생기면, 더 아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을 향해서 ‘어찌하오리까? 하면서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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