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연기과 입시경쟁률, 모두 미래의 연기자?


연기과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카톡 대화 / 사진=박예은


2015년 각 대학 연기과 수시 시험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조만간 정시 시험이 치러진다. 올해 수시에서도 어김없이 엄청난 경쟁률을 보인 연기과. 매년 수험생 중 1만 명 이상이 지원하고 있다. 전체 수험생 60명 중 1명은 연기과 지망생이라는 것. 대략 두 학급의 한 명꼴이다. 매년 지원자가 넘쳐나면서 연기과 입시 경쟁률은 올해에도 높아지고 있다. 연기과 지망생들은 밤샘 연습에 여념이 없다.

서울예대의 경우 올해 연기과 연기전공의 수시 경쟁률은 남자 211.8:1, 여자 215.5:1을 기록했다. 연기전공이 있는 서울 4년제 대학 및 예술대학 13개 대학 20개 과의 전년 대비 경쟁률을 분석해보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2014학년도 114.81:1, 2015학년도 124.24:1)을 포함하여 14곳의 경쟁률이 상승했다. 연기전공분야 입시전문가는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연기과도 인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데뷔에는 실패했지만, 소속사에서 연습생으로 길러온 실력으로 연기과 입시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많은 청소년이 아이돌 가수에 도전하고 연기과 진학을 준비하는 등,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연기 지망생 수는 늘고 있다. 수요보다 지원자가 많아지다 보니 재수생은 증가하고, 재수생 수가 누적되면서 그 다음연도 경쟁률은 또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 및 예술대학 13개 대학 입시경쟁률 / 정리=박예은


 
"연기과 합격하려면 연기학원은 필수래. ㅠㅠ"

연기과 입시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연기학원의 수요도 증가 추세다. 이제는 골목길에도 연기학원이 들어서고 며칠 새 학생들이 채워진다. 연기입시학원의 가격은 일반 보습학원의 평균이상이다. 일반 학원처럼 다수의 학생을 한 강의실에서 가르칠 수 없기에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예술 분야의 특징이기도 하다. 현재 연기입시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 씨(여, 20)는 "아주 저렴하면 50만 원에서 비싸게는 100만 원을 호가한다. 보통 한 달에 80만 원 정도는 낼 거다."라며 "재수를 하면 부모님께 죄송해서 학원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다. 물론 다른 재수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기학원은 특히 심하다."라고 전했다. 학원의 전년도 합격률, 선생의 자격조건(스펙)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연기과 입시시험 전형 유형 / 정리=박예은


평균 8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연기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연기과 대학입시시험의 '유형'이다. 국․영․수 과목 학원에서 수능시험의 유형을 가르치듯 연기학원도 시험에 맞는 유형을 가르친다. 선생과 학생의 면담 후 시험에서 연기할 텍스트를 결정하고 그 작품만 연습한다. 아무래도 시험이 코앞이다 보니 기본기는 뒤로하고 몇 가지 작품에만 집중하여 연습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기과 학생들은 “입학하면 처음에 교수님들께서 입시학원에서 배운 연기는 잊으라고 말씀하세요.”라고 말했다.

한 여대 연기과에서 달라붙는 민소매에 타이츠를 신고 면접을 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딱 붙는 옷을 입어야 몸의 움직임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목적이 그렇다 한들 수험생에게 몸매관리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심지어 요즘은 화장을 모두 지우고 '생얼'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다. 연기과에는 외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시험조건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런데 요즘은 외모는 기본이다. 높은 경쟁률 때문에 외모는 물론 실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심지어 연기만 잘해서도 안 되고 특기로 춤이나 노래 등 또 다른 것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길 원한다. 그러다 보니 연기과 입시생들은 밤샘 연습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험난했던 연기과 진학 여정… "이제 만족해?"

험난한 시험과 경쟁률을 거치고, 꿈을 안고 입학한 연기과. 지원자가 많아지며 나타난 높은 경쟁률 때문인지 수험생 시절 1년만 겪고 입학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고대하던 연기과에 입학한 그들은 전공에 만족하고 있을지, 물어보았다. "연기에 대한 폭넓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현장에 나가기 전, 교내에서 교수와 선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역사가 깊은 학교 학과들처럼 유명한 선배들이 많은 경우나, 연예계 활동 중인 교수님이 계시는 경우에는 현장 기회가 많아진다."라며 장점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교수님 대부분께는 감사하지만,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임교수님 중 학교에 애정도 없고 수업에 나오지도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모습은 실망스럽다.", "과의 높은 경쟁률만 앞세우고, 연기를 배우거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학교도 너무 많다."라며 문제점을 얘기했다.

연기과의 대부분 학생은 미래 진출 분야로 전공을 그대로 유지하여 '연기'에 목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기과를 나와야만 연기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뮤지컬배우 여 씨(여, 36)는 연극, 연기, 뮤지컬 등 관련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꼭 연기과를 나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물론 관계에서 오는 작품 추천 빈도는 낮을 수 있지만 대부분 개인 오디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실력과 재능을 갖추고 있다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에는 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공연계에서 배우와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홍 씨(여, 27) 또한 같은 의견이다. 초반에 기초를 터득하는 것이 조금 오래 걸리긴했지만, 극단에 들어가서 선배들에게 잘 배우면 된다고 했다. 오히려 어떤 선배는 "연기 하나만 전공한 사람보다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좋은 무기가 하나 더 있는 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연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표현해야 하기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공부할수록 표현의 폭이 더 넓어진다고 전했다.

정시 접수가 다가오고 있다. 요즘처럼 청소년층부터 연예계 진출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던 이들은 일찍부터 연기과 진학을 고려하며 준비 중일 것이다. 그들을 위해 대학 지원 시 꼭 유념할 것에 대해 현재 'ㄷ' 대학교에서 연기전공 중인 최 씨(여, 21)가 조언했다. "연기과라는 이름만으로 지원하거나 학교 수준에 맞춰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먼저 커리큘럼을 살펴봐야 한다. 이론을 중시하는 학교도 있고 현장 실습을 강조하는 학교도 있다며 커리큘럼을 잘 살피고 재학생들의 무대를 찾아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에 맞게 학교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극 <뜨거운 여름> 대사 중에는 '공부 빼고 뭐만 하고 싶으면 다 연극영화과 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연기과는 매년 인기 있는 전공분야다. 연기과 입시경쟁률은 치솟고 있지만, 알맹이 없는 경쟁률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류 열풍의 선두주자인 우리나라가 꼭 돌아봐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청소년들도 본인이 그 길을 정말 원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때이며, 연기 교육기관들도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되는 만큼 무슨 교육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입니다.

박예은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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