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먹나요? 아까워서..."

지난 10월 26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드림팩토리 카페 안. 주문한 시럽 아트를 받아든 김 모씨(25)는 접시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받아든 커다랗고 하얀 접시에는 만화 <세일러 문>의 캐릭터인 세일러 새턴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세일러 새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며, 자신이 세일러문 시리즈의 오랜 팬임을 밝혔다.

특이하게도 이 그림은 '시럽(syrup)'으로 그려져 있다. 시럽에 찍어 먹을 빵과 음료까지 함께 주문했지만 김 씨는 세일러 새턴이 그려진 시럽 아트에 손도 대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 그림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다"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시럽 아트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티타임을 선사한다. / 사진=지송인

평범한 티타임에 한 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면,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디저트 접시에 시럽으로 그려져 나온다면 어떨까? 그 한 폭의 아트(Art)가 된 시럽에 빵을 찍어 먹는 것이다. 여기에 향긋한 커피까지 곁들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티타임이 완성된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 드림팩토리에서 제공하는 이색 서비스인 '시럽 아트'가 '덕후'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이 시럽 아트를 받아보면 너무나 잘 그려진 시럽 그림에 한 번, 코를 찌르는 달콤한 시럽 냄새에 두 번 놀라게 된다.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드림팩토리 시럽 아트팀을 직접 만나보았다.
시럽 아트팀은 그림에 숙련된 사람들로 구성
원작의 느낌 재현하기 위해 노력

드림팩토리는 정해진 시간에만 주문을 받는 시간 예약제가 아니라, 언제든지 바로 와서 주문해 시럽 아트를 받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시럽 아트를 주문하고 스텝이 내어주는 차트에 원하는 만화 캐릭터와 작품명을 쓴다. 시럽으로 받아보길 원하는 구체적인 장면이 있다면 드림팩토리 트위터 계정으로 이미지를 전송하면 된다. 주문이 접수되면 2층에 있는 작업실에서 시럽 아트팀이 작업에 착수한다. 15분 정도 기다리면(주문량에 따라 작업시간은 유동적이다) 주문한 시럽 아트를 직접 테이블로 갖다 준다.

드림팩토리 시럽 아트팀 대표이자 매니저(이하 A씨)는 "평일에는 3명, 주말에는 4~5명의 시럽 아트팀 스텝이 근무한다." "평일은 요일마다 편차가 많지만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는 70~80접시까지 작업한다."며 "주말엔 주문량이 많아 하루 종일 작업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검색해보니 시럽 아트를 받아보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 온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실제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시럽 아트팀은 모두 그림에 숙련된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팀에 합류하게 되면 시럽을 다루는 훈련을 거치며, 고객에게 최상의 퀄리티를 제공하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A 씨는 "시럽 아트는 닮게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고객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원작의 개성이 잘 나타난 접시를 서빙해드릴 때 가장 뿌듯"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드림팩토리 카페 내부 / 드림팩토리 트위터

캐러멜과 연유 섞으면 살색,
파파야 시럽과 멜론 시럽을 섞으면 민트색

형형색색의 시럽은 어떤 맛일까? A 씨는 "기본적으로 있는 시럽들로 그린다. 검은색은 초코시럽, 붉은색은 딸기시럽을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색은 시럽을 섞어서 색을 낸다. 가장 많이 쓰는 살색은 캐러멜과 연유를 섞었고, 민트색은 파파야 시럽과 멜론 시럽을 섞어서 만든다"며 시럽 아트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맛있는 시럽으로 그리는 달콤한 그림이지만, 정작 이 시럽을 다 먹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손도 못 대고 아까워하며 반납하는 경우도 많은 반면, 이 '아트'를 보존하기 위한 해프닝도 각양각색이다. A 씨는 "접시째 팔면 안 되느냐고 문의하는 고객들도 있었다."며 기억을 더듬는 한편, "그림을 보존하겠다며 물티슈를 이용해서 탁본을 떠 소장해가는 분들도 있다. 좋아해 주시니 감사한 일이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약간 괴롭다. 물티슈로 찍게 되면 그림이 좌우 반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시럽 아트를 그리며 힘든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A 씨는 "다행히 그림이 맘에 안 든다며 컴플레인하는 분은 없다." 고 밝혔다. 그는 "시럽 아트팀은 카페와 분리되어 시럽 아트만 그린다. 어쨌든 그리는 것이 저희들 일이니, 좋은 그림을 그려드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차마 체리의 얼굴을 망가트릴수는 없었다. / 사진=지송인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도 시럽 아트를 주문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만화 영화 <카드캡터 체리>의 주인공 체리로 부탁했다. 이윽고 서빙된 시럽 아트를 받아보고는 널찍한 접시 크기와 달큼하게 폴폴 풍기는 단내에 깜짝 놀랐다. 기왕 주문했으니 먹어보겠다고 포크를 댔지만 차마 체리의 얼굴까지 망가트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으로 즐기다 카운터에 다시 시럽 아트를 반납했다. 먹지 않은 시럽이 아까웠다기보다는, 예쁜 시럽 아트를 두고 돌아간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입니다.

지송인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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