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후폭풍이 아직까지도 대학가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교육여건·학사관리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전국 대학교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고, 8월 31일 그 결과가 발표됐다. 중·고등학생의 전체 수가 감소하고 결국 대학 정원이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진행되어온 대학구조조정은 언젠가는 단행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파장이 대학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이슈가 된 만큼,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피해 또한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과정’ 중 논란이 있었던 서울 시내 4년제 대학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피해 사례 알아보았다.

 

# 대학 구조조정 양상

각 학교 기획처에 문의한 결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총 42곳(출처: 대학알리미) 중 학과통폐합 혹은 학과 입학 인원 조정 등의 구조조정을 확정 지은 학교로는 경기대(2015년)*, 고려대(2015년), 세종대(2015년), 삼육대(2016년), 상명대(2016년), 성신여대(2016년), 숙명여대(2016년), 숭실대(2016년), 이화여대(2016년), 중앙대(2016년), 한국외대(2016년), 한성대(2016년),덕성여대(2017년) 총 13곳이었다. 또한 갈등 중인 곳으로는 학내 반발로 인해 서로의 입장을 고수 중인 건국대, 각 학과별 인원조정 중인 서울시립대로 확인됐다. 또한 아직까지 대학구조조정이 실행되진 않았지만, 예정 중인 학교는 광운대, 국민대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어, 관련 논란은 더욱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위 연도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 피해 1. 학교 측이 제시한 전과 기회대책으로 인한 피해

구조조정이 이미 이뤄졌지만, 학교 측이 당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원했던 대책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진행돼 오히려 학생들의 피해를 낳게 한 경우가 있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보건과학대학 공지사항에 따르면 2014년까지 △임상병리학과△방사선학과△물리치료학과△생체의공학과△보건행정학과 등 8개였던 모집단위가, 2015년에 들어 △바이오의공학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보건정책관리학부 4개로 통합됐다. 이 가운데 보건대학의 현 바이오의공학부(전 생체일공학과)의 경우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명칭만 바뀐 케이스라, 2014년 1월 개정안이 공개될 당시에는 학생들의 반발이 없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종결된 후부터는 불만을 갖고 있는 상태다. 이유는 학교 측에서 폐지 및 통합될 학과의 학생들이 받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체 학생들에게 단과대 내에서 “단 한 번만” 이동할 수 있는 ‘전과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학생 수에 비해 한 곳만 있는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실습실 / 사진=김채빈


구조조정 과정에 있어서, 어떤 과로 어느 정도의 인원이 이동할지 예상하지 않은 상태로 전과기회를 주니까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받게 되는 거죠.” 고려대학교 생체의공학과에서 바이오의공학부로 명칭이 변경되는 과정 속에 있었던 김나은 씨(가명,,22)의 이야기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소속 바이오의공학부(전 생체의공학과)2014년에 이뤄진 구조조정 결과로, 학생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과기회를 부여했지만 현재 오히려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바이오의공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나은 씨는(가명·여·22) “전과 기회를 부여한 과정에서 대부분 통폐합된 과의 학생들이 현 바이오의공학부로 전과를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교수인원에 비해 학생인원이 너무 많아 관리가 안 되고 있어 여전히 불만이 많죠.”라고 말했다. 이는 학교 측에서 전과기회를 부여할 때 전과의 기준이나 제한을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실제 보건대학 바이오의공학부 황하련 학생회장(남,26)에게 확인해본 결과, 대학구조조정과정에서 바이오의공학부로 전과한 학생은 237명(휴학생 미포함)/430명(휴학생 포함)으로, 본래 145명(휴학생 미포함)이었던 학부생들이 382명(휴학생 미포함)/500명(휴학생 포함)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현 교수진들 또한 6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전공필수 과목 수강 시 한 수업 당 100명 이상 듣게 되는 경우가 있어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실험실 부족 같은 피해를 겪고 있었다.

 

# 피해2. 학생과 학교 간 눈치싸움, 언제까지?

한편 여전히 학내 갈등이 지속되며, 가시적인 투쟁은 종료됐지만 보이지 않는 학교와의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 있다.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의 경우,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신적‧실질적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현재까지 불안함을 계속 지니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17일자 <건대학보>에 따르면, 건국대는 건축대학, 예술디자인대학, 정보통신대학 등 7개 단과대학에 대한 전공 통폐합 및 입학정원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정치대학, 상경대학, 경영대학, 공과대학은 학과제로 전환될 예정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예술디자인대학의 영상학과와 영화학과, 공예학과와 텍스타일디자인학과가 각각 영화·영상학과와 공예·텍스타일디자인학과로 통합됐으며 경영대의 경영정보학 전공과 상경대의 소비자정보학전공이 폐지된다. 영화학과와 영상학과의 현재 커리큘럼을 볼 때, 현저히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통폐합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건국대 영화과에 다니면서, 이를 대표해 학교 측과 투쟁해 온 학생인 비상대책위원회장 김승주 씨(남,25)를 만나봤다. 대학구조조정논란이 시작된 당시 상황을 묻자, “개편안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페이스북에 (개편안을) 공개한 것을 보고 대학구조조정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 당시 황당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그 후 영화과는 대학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위해 단식릴레이, SNS운동, 학내 행진 등 많은 시위를 해왔어요.”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국대는 여전히 학교 측 입장만 내세우며 대학구조조정안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반발 과정에서의 피해를 묻는 질문에 김승주 씨는 “학교 측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느라 2주 내내 수업을 정상적으로 듣지 못했어요. 또 돌아가면서 철야를 하다 보니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이 상당했죠. 하지만 무엇보다 저희가 그동안 학교 측에 입장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어, 이 상황에서 오는 상실감이나 패배감이 가장 커요.”라고 답했다.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에 붙어 있던 대자보 / 사진=김채빈



# 학생 위한 대학구조조정 이어야


  이러한 대학구조조정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학생 및 교수와의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는 ‘일방통행식 대학구조조정’이 있었다. 즉 대학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 놓임에 따라, 교육부의 암묵적인 강제성이 있었고 각 대학들은 제대로 된 소통의 절차 및 준비 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잇따르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하루빨리 체계적인 대학구조조정 절차 과정의 해결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는 대학구조조정 절차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에 숙명여자대학교 의사소통센터의 한 교수는 “대학이 가진 교육방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시대의 요구에 맞는 대학구조조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성원(학생)들을 위해 제도가 있는 것이지, 제도를 위해 구성원들이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동의와 협의를 얻어야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고 또한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며 현재 대학구조조정 방식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소통을 통한 합리적인 대학구조조정 방안 모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학생 노은지 (22세)씨는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을 직접 ”구조조정의 주체“로 함께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대학생구조조정특별위원회라던지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대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면 좀 더 협의의 과정을 거치는 대학구조조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가 대학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면 그 해결방안은 무엇일지, 이제는 대학과 학생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입니다.

김채빈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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