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 젊은이들의 소통창구는 무엇일까. ‘소통’의 세대라 불리는 20대는, 과연 무엇으로 소통하고 있을까. 스마트폰 없이는 한 시도 불안해 살 수 없다고 할 만큼 많은 대학생은 대부분의 일을 모바일과 함께 한다. 그래서 그런지 20대의 소통은 모바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1980년대 이후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대학문화를 주도했던 ‘대자보’는, 앞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정치적 사안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면서 대자보가 다시 한 번 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대자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 사진=박예은


(상단 왼쪽에서 오른쪽방향으로. 한국외대, 서울대, 경희대, 숙명여대, 홍익대, 연세대, 국민대)


‘대자보’란 이름은 1966년 5월 25일 당시 베이징대학 철학과 강사 녜위안쯔를 비롯한 7명이 구내식당 벽에 벽보를 붙인 것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대중들이 문화혁명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의 당권파와 대립했던 마오쩌둥은 이에 지지를 보냈다. 마오쩌둥 또한 신문과 방송 매체가 당권파에 장악된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방법으로 대자보를 택했다. 결국, 대자보는 시민들의 문화혁명 참여를 독려하는 데 성공했고 단순한 ‘벽보’를 넘어서 ‘대자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지금 대학생의 부모님들이 대학생이던 시절, 그때부터 대자보의 역사가 시작된다. 1980년대에 군사정권에 대한 대항, 사회 변혁을 위한 대학생들의 외침이 담겨있는 것이 바로 대자보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 사회에서 대학생의 정치적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 알림 기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의견이 담긴 글 보다는 일종의 포스터처럼 학내의 소식, 행사 일정 등을 알리는 데 사용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다 보니 대자보가 걸려있던 게시판에 각종 홍보물이 자리하게 되었고 학생들에게는 단순 광고판으로 인식되며 점점 관심이 떨어져 갔다. 정보화시대에 맞게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이로써 대자보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로 돌풍을 일으켰던 대자보 문화도 이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소통창구의 역할은 수명을 다한 것 같던 대자보가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도 패러디 대자보 등 이색 대자보가 눈길을 끌면서, 대학가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대자보 앞에 모여들어 읽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역설적으로 ‘대자보’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세대학교 '국정화 교과서' 반대 대자보. / 사진=커뮤니티 캡쳐




대자보에서는 짧은 말들로 대화를 잇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나눌 수 없는 무게감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대자보는 정치적인 관심이 많이 사라졌다는 젊은 세대에게 아직 정치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남아있게 됐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과거처럼 대자보 문화가 살아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해져 온 대학생 문화에서 대자보가 의견 표명 공간으로 소통 창구가 되어준 것처럼, 앞으로는 ‘정치 무관심 세대’라고 불리는 현재 대학생들도 인터넷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식으로라도 이러한 소통 공간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대자보가 단지 학생들의 불판 표출 통로라고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에서의 대자보는 ‘불만 표현’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참여를 상징하는 것이자 소통의 창구였다. 대한민국 20대, 항상 ‘소통’을 외치고 있다. 소통하려면 우선 표현을 해야 한다. 학생들의 표현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잘 된 소통이 나오기란 어렵다. 지난 20~30년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문화로 자리 잡던 대자보. 앞으로는 대학생들의 세대문화에 맞추어 새롭게 발전한 형태로라도 학생들이 의견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언젠가 대학교 내 곳곳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리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박예은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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