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용산구 청파로 숙명여자대학교 어느 빈 강의실. 한 학생이 명단을 들고 의자에 앉아있다. 학생 앞의 책상에 많은 양의 똑같은 옷들이 쌓여있다. 곧이어 학생들이 연달아 강의실에 들어와 앉아있는 학생에게 '감사하다'고 한 뒤, 자신의 옷을 찾아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옷을 찾아서 문밖을 나서는 두 학생의 대화를 엿들어 보자. "이번 공구 대박이다! 옷 진짜 예쁘게 나왔어!". "그니까! 완전 핏 대박! 총대 언니 진짜 고생 많이 하셨을 거 같아." 이 두 학생은 무엇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1.대학은 공동구매의 성지=두 학생의 대화 중 ‘공구’는 ‘공동구매’를 말한다. 말 그대로 공동구매란 단체로 무언가를 다 같이 구입하는 것! 학잠(학교야구잠바의 줄임말)부터 후드티, 바람막이, 포스트잇, 전자파 스티커, 졸업 반지까지 다양한 물품들의 공동구매가 대학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많은 물품이 진행되는 만큼, 대다수 대학생들은 공동구매에 한 번쯤은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실제로 숙명여대 학생들 100명을 조사했을 때, 과반수 이상인 67명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공동구매에 참여한 적 있다고 말했다.


공동구매 참여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 제작=정선민


대개 공구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시작된다. 한 학생이 ‘지난 학기 진행했던 베이비핑크 학잠 공구 다시 안 하지?’라는 질문을 하면 다른 학생들이 ‘그러게..나 그거 사고 싶었는데 놓쳤었어.', '총대 멜 사람 없나? 사고 싶다'와 같은 댓글들이 올라온다. 그중에 학잠을 갖고 싶어 하는 한 명이 공구를 진행한다고 하면 그 학생은 '총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학생의 주도로 단체 카톡이나 블로그가 열리고, 거기서 댓글로 의견을 수렴한 뒤, 입금해 물건을 받는 형식으로 공구가 진행된다.

 

2.공동구매의 대표, 학잠=공동구매가 이루어지는 물건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 학교잠바(학잠)일 것이다. 학잠은 학교를 대표하는 야구잠바로 학교 이름과 마크가 쓰여져 있다. 보통 대학생들은 학교에 입학하면 과잠(과를 대표하는 야구잠바의 줄임말. 학교 이름뿐 아니라 과 이름이 적혀있다.)을 구입한다. 하지만 과잠은 과 이름, 어떤 경우에는 학번까지 적혀있는 경우도 있으며, 과의 전통상 하나의 디자인밖에 정해져 있지 않아 과잠의 색깔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은 과잠을 사더라도 잘 입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잠은 다르다. 매 학기마다 다양한 색깔의 학잠 공동구매가 진행되고, 학잠 시안을 직접 투표해 원하는 디자인을 결정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꼭 맞는 학잠을 구매할 수 있다.


숙명여대에서 공구로 진행되었던 다양한 디자인의 학교잠바들 / 사진=정선민


학잠은 다른 공구 물품들 중에서도 실용성이 가장 높은 물건이기 때문에 매 학기마다 공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이보리 학잠이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학잠을 구입할 것이라는 박 양(21세. 숙명여대)은 "가을, 겨울 날은 학잠 하나면 아침에 입을 옷을 고민 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라며 "딱히 꾸미지 않은 날도 학잠을 입으면 대학생다운 패션을 연출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다른 학생 김 양(22세. 숙명여대)은 "공동구매한 학잠을 입으면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더 상승하는 것 같다. 특히 눈송이 학잠 같이 우리학교만의 독특한 학잠(숙명여대의 상징은 눈꽃이다)을 입으면 학교에 깊게 소속된 것 같아 좋다"라는 의견을 말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학교잠바 공동구매가 진행되면 일각에서는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학교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더 굳건히 하고 있었다. 애교심도 간직하면서 자신들의 개성도 드러낼 수 있는 공동구매. 대학생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학교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정선민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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