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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인간'이 나타났다?!"
돌연변이, 코미디를 표방한 '의미' 있는 영화의 탄생

 

인간은 누구나 변신을 꿈꾼다. 지지부진한 오늘 하루와는 다른 삶을 꿈 꾸며 잠에 들지만 눈을 뜨면 매일 같은 아침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속 주인공인 '그래고르 잠자'는 파산한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어느날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일어나니 그는 '벌레'가 돼 있다.

카프카는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개인의 존재 가치,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묻는다. 영화 '돌연변이'(2015)도 이같은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화 '돌연변이' /올댓시네마 제공

주인공 박구(이광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약만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고 해서 생동성 실험에 참여했으나 신약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다.

주진(박보영)은 이런 박구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퍼나르며 '이슈녀'가 되길 바라는 '키보드 워리어'다. 주진은 누구도 '생선인간'의 존재를 믿지 않을 때 한 방송사의 인턴 기자 상원(이천희)과 손을 잡고 박구를 제약회사에서 구출한다.

극중 '생선인간'의 등장은 매스컴과 SNS를 통해 신드롬으로 까지 번진다.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비춰지던 박구는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로 사회에서 퇴출 당하기에 이른다.

'돌연변이'는 흥미로운 소재를 빌어 안쓰러운 우리 시대의 청춘들을 영화 한 편에 꾹꾹 눌러 담았다. 권오광 감독은 벨기에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Collective Invention'을 통해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해변에 홀로 누워 있는 우스꽝스럽고 무기력한 생선은 '돌연변이'를 양산해 내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돌연변이' /올댓시네마 제공

카프카의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의 무거운 마음처럼 '돌연변이'를 보고도 그랬다. 솔직한 성격의 사람이 때로는 불편할 때가 있는 것 처럼 이 영화의 끝도 그랬다. 불편한 주제들은 스토리 곳곳에 응집되어 조화롭지 못한 형태로 스크린에 남았다. 단 이천희 박보영 등 연기자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원톱 주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낸 이광수는 깊은 인상을 줬다.

특히 이광수는 8kg에 달하는 생선 분장을 하고, 산소통을 둘러매고 촬영에 임했다. 러닝타임 내내 이광수의 '민낯'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특수 분장을 하고 39회의 촬영 중 22회차의 분량을 감내해 냈다. 물리적인 어려움 뿐 아니라 턱관절, 안구, 손끝으로만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생선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했다.

흔히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권오광 감독의 특별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은 비로소 이광수를 만나 '의미'가 생겼다. '돌연변이'는 이광수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이지만, 소재에 현혹된 관객이라면 예매를 취소하는 것이 낫다. 그저 유쾌하게 웃고 넘길만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돌연변이' /올댓시네마 제공

영화 <돌연변이>

감독|권오광
출연배우|이광수, 이천희, 박보영 등
상영정보|12세 관람가
러닝타임|94분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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