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제6회 쇼팽 콩쿠르에 출전한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 1942~ )는 심사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1위에 오릅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감탄한 나머지 "기교가 대단히 능숙하다. 우리 심사위원 중에서 폴리니만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폴리니는 이성적인 정밀 터치와 견고한 파워를 겸비한 연주로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합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드센 여자'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1941~ ). 연주 도중 쇠심줄보다 질긴 피아노 강선이 끊어져버릴 만큼 공전절후(空前絶後)의 내공을 지녔습니다. 프리드리히 굴다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를 사사한 그녀는 16세이던 1957년 부조니 콩쿠르와 제네바 콩쿠르 우승을 차지합니다. 특히 제네바에서는 21세기 젊은 남자 피아니스트 트로이카 중 한 명으로 촉망받던 폴리니를 제쳐 주목받았습니다. 성년이 된 65년에는 제7회 쇼팽 콩쿠르마저 석권하지요. 쇼팽의 폴로네이즈를 '침묵 다음의 소리'로 만들어버린 이 마녀는 60년대 이후 세계 언론의 피아노 관련 기사를 온통 자기 얘기로 채워버립니다.

쇼팽 콩쿠르가 배출한 스타들을 보면 그야말로 눈부십니다. 1955년 아쉬케나지 2위, 60년 폴리니 1위, 65년 아르헤리치 1위, 70년 우치다 2위, 75년 지메르만 1위, 80년 당 타이손 1위, 85년 부닌 1위, 00년 윤디 리 1위, 05년 임동혁 동민 형제 3위….


사진=조성진 페이스북


그리고 조성진(21)이 있습니다. 지난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지요. 아직은 대가들과 어깨를 겨룰 위치는 아니지만 10명의 콩쿠르 결선 진출자 중 가장 안정된 연주로 앞날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인상적인 건 감정 표현이 뛰어나다는 점인데요. 피겨처럼 '예술 점수'라는 게 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긴 서주가 끝나자 미간을 모은 채 마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시작한 연주,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뒤나믹과 카멜레온 같은 음색 변화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를 가르치고 있는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의 미셸 베로프 교수는 "호기심 많고 집중력이 강하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온 몸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표현해낸다"고 말했고요. 신수정 교수는 "어릴 적부터 재주도 비상했지만 연습도 보통 열심히 하는 게 아니었다. 연주가 어렵고 힘들다는 단어가 아예 머릿속에 없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박숙련 교수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르쳤는데 나가는 콩쿠르마다 1등을 하는데도 우쭐하는 기색이 없었다"며 "중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이미 자신의 음악 세계를 체득해서 기교를 가르치기보다는 곡의 해석이나 접근법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Chopin Institute 유튜브


조성진은 1위가 확정된 후 "신기한 게, 연주는 손이 저절로 하고 있었고 나는 음악을 즐기면서 듣고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제부터는 20세 이전에 추구했던 외향적, 과시적 스타일을 버리고 보다 내면적인 깊이와 비르투오소로서의 진면목을 발산하겠다는 포부도 전해집니다. 팬들은 2016년 2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쇼팽 피아노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에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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