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등장한 4세대 스포티지

타이거 노즈 그릴이 더 커지면서 강조됐다

 

지난 달에 스포티지(Sportage)라는 이름으로 네 번째 세대의 모델이 등장했다. 사실 1993년에 등장했던 1세대 스포티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장의 기준에서 보아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차종이었다. 이른바 크로스오버(crossover) 차종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온 SUV; Sports Utility Vehicle의 인기로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SUV가 존재했지만, 대부분은 덩치가 큰 차들이었고, 오프로드 중심의 하드코어 4륜구동 차량들만이 작은 크기였다. 그런 속에서 곡면 형태를 채택한 도시 이미지의 차량이, 그것도 작은 크기의 차체를 가지고 등장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1세대 스포티지는 프레임 위에 차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구조(body on frame)의 후륜 구동 방식이 기반이 된 차량이었다. 게다가 차체 디자인 구성 역시 웨건형 SUV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었다.

 

1993년에 등장한 1세대 스포티지

2000년에 등장한 2세대 스포티지

 

그 후로 2세대 모델이 나올 때 성격은 확연히 달라진다. 아반떼 승용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프레임이 없는 일체구조식 차체의 4륜구동 차량으로의 변화로 보다 승용차에 가까워진, 아니 구조에서는 완전히 승용차와 동일한 차량이 됐던 것이다. 그리고 전륜 구동 방식 기반이 되다 보니 1세대 스포티지의 특징 중 하나였던 극히 짧은 앞 오버행은 사라져 버린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가볍고 경쾌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2008년에 등장한 3세대 스포티지

이번에 새로 등장한 4세대 스포티지

 

그리고 3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차체 디자인에서 더욱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기술적 자신감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 차종의 모델 라인업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이 완료되면서 기술의 숙성도도 높아졌고, 디자인 이미지의 추구에서도 새로운 아이덴티티의 정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차체 전체의 높이도 조금 낮아지면서 비례가 더 역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역대 국산 차량 중에서 가장 큰 크기의 18인치 휠과 55 편평율 규격으로 지름이 큰 바퀴를 순정 차량에 장착하게 된다.

 

 

1세대 모델은 짧은 앞, 뒤 오버행이 특징이었다

2세대 모델은 전륜 구동방식 기반 4륜구동으로 변하면서 앞 오버행이 길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다시 6년여가 흘러 4세대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1세대 모델이 등장한 1993년을 기준으로 22년이 지난 것이다. 사실 1세대 스포티지의 개발을 지켜보면서 그 당시에 기아의 디자이너로 일했던 필자에게는 그간의 22년의 시간이 어떻데 지났는지 꿈만 같기도 하다.

새로 등장한 4세대 스포티지는 3세대 모델의 진화형 이라고 할 수 있다. 1세대가 하나의 유형을 제시해서 2세대가 그 이미지를 계승하면서 기구적으로는 전혀 다르게 갔던 것에 비해, 3세대는 기구적으로는 오히려 2세대와 같은 맥락이면서도 이미지는 완전히 갈아 엎은 것이었던 것에 비하면, 4세대는 기구적으로도 진화적으로 발전했으면서도, 차체 측면의 디자인 이미지는 3세대의 것을 이어받아 다듬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세대나 3세대 모델이 등장했을 때만큼의 충격은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감각적으로 새롭다는 인상이다.

 

3세대 모델은 앞 뒤로 길어지고 낮아진다

 

4세대 모델은 축거가 역대 모델 중 가장 길다

새 모델의 헤드램프 디자인은 독특하다

 

 

감각적으로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주는 주된 요소는 라디에이터 그릴보다 높게 설치된 헤드램프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마치 만화 캐릭터의 표정을 연상시키는데, 사실 이런 구성은 흔치 않지만, 포르쉐 911 모델의 왕눈이 헤드램프를 비롯해서 포르쉐의 SUV 카이엔 역시 그런 구성이고, 인피니티의 승용차들도 헤드램프를 라디에이터 그릴보다 올려 달아서 눈을 부릅뜬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신형 스포티지가 공개된 초기에는 높이 달린 헤드램프 디자인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포르쉐를 베꼈다는 비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차를 보면 헤드램프가 높은 건 맞지만 포르쉐와 닮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너무 한 가지만을 가지고 실제 차를 보기도 전에 트집을 잡은 건 아니었는지… 물론 필자는 메이커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맞는 건 맞다고, 틀린 건 틀렸다고 할 뿐이다.

 

 

새 모델의 앞 얼굴 표정은 악동 같은 개성이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쏘렌토와도 닮아 있다

 

 

3세대 스포티지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모두 높은 곳에 배치했던 것에서, 4세대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따로 분리해서 아래쪽으로 내려 놓았다. 이처럼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과도 같아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반복되는데, 지금 기아 브랜드에서는 신형 K5가 구형 K5와 마찬가지로 연결하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스포티지는 이전 3세대 모델에서 연결돼 있던 것을 4세대 모델이 나오면서는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다시 바꾼 걸 볼 수 있다. 게다가 범퍼의 높이는 승용차 범퍼를 고려한 낮은 높이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건 눈으로 보기에 낮아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낮은 게 아니다. 승용차 범퍼 높이와 같다고 보면 된다.

 

 

차체 크기에 비해 공간 활용성이 높아 보인다

 

3세대 스포티지가 새파란 청년과도 같은 이미지, 아니 어쩌면 소년의 이미지였다면, 4세대 스포티지는 근본적인 성향이 변화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좀 더 성숙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악동 같은 젊은 이미지도 여전하다. 소형 SUV가 경쾌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성숙함이 무거움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스포티지 디자인의 변화 과정이 혁신성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에서 그것을 숙성시켜 발전시키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다음 모델은 혁신적 디자인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제 새로 등장한 차를 두고 몇 년 뒤의 후속 모델을 논하기는 이른 일이겠지만, 이번이 진화적 변화였으므로, 다음 단계는 분명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시점 상 아마도 디자이너들은 이미 5세대 스포티지의 모습을 지금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은 어떤 변화를 보여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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