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캣맘 혐오증' 눈살

 

길고양이들을 온정의 손길로 돌보는 이들을 '캣맘'이라 부른다. /한경DB

 

길고양이를 보살펴주다 갑작스레 날아온 벽돌에 머리를 맞아 50대 여성이 숨졌다. 일명 '용인 캣맘' 사건과 관련한 도를 넘은 캣맘 혐오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캣맘을 검색하다보면 경악할 만한 글들이 표출된다. '캣맘을 엿먹이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도둑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겪고 있다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줄을 이어 달린다.

"우리 아파트단지에서 설치는 캣맘을 쫓아내고 싶다"고 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참치캔에 기름 버리고 부동액(차량용)을 넣어두라" "카센터에 가서 폐냉각수를 얻어와라" "어미 고양이는 미각이 새끼보다 둔하니 소금을 부동액과 알코올에 섞어 놓으면 효과가 확실하다"라는 등의 답변을 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캣맘들이 도둑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통에 고양이가 마을에서 떠나지를 않는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어 "모든 원인은 캣맘에게 있다", "보호시설에 신고하거나 본인 집에 데려가 차라리 키우는 것이 낫다"며 '캣맘'들을 지적했다.

'용인 캣맘' 사건과 함께 불거진 혐오증은 선의로 길고양이들을 돌봐온 캣맘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한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고양이 밥 주는 게 이렇게까지 분노를 살 만한 일인가"라며 "사회의 인식 개선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이 공개 수사로 전환됐다. /YTN

지난 8일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의 집을 만들던 박씨와 또 다른 박모씨(29)가 아파트 위쪽에서 떨어진 회색 시멘트 벽돌에 머리를 맞아 한 명이 숨졌고 한 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아파트 CCTV 화면을 분석하고 사건 발생 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도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을 비추는 CCTV에 벽돌이 위에서 똑바로 떨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현장과 바로 붙어있는 아파트 라인 쪽에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찰은 100여 가구에 이르는 104동 주민들 중 용의선상에 오른 5∼6라인, 3∼4라인 주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벽돌에서 용의자 DNA를 채취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의 전단. /용인서부경찰서

12일 경찰은 이 사건을 공개 수사로 전환하고 제보 전단을 배포했다.

전단에는 사건 당시 숨진 박모씨(55·여) 등 2명의 머리에 떨어진 가로세로 20×10㎝ 크기의 짙은 회색 시멘트 벽돌 앞·뒷면 사진을 첨부했다.

경찰은 최근 2년 내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이나, 사건발생 당시 벽돌을 들고 다니는 사람, 피해자와 길고양이 문제로 다툰 사람 등을 찾고 있다. 최고 500만 원 이하의 신고 보상금을 걸고 용의자를 찾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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