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 가면 <이상의 집>이 있다.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200m 직진하면 우리은행이 보이고 그 골목에서 좌회전하여 100m 가량 걸어오면 오른편에 <이상의 집>이 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54-10번지에 위치한 ‘이상의 집’은 천재문학가 이상(李箱, 1910-1937)이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집 ‘터’의 일부에 자리한 문화공간입니다. 이 가옥은 그가 실제 살았던 집은 아니지만 이상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 있는 유일한 장소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2009년에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첫 보전재산으로 매입하였으며,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관리·운영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에 나는 그곳을 갔었는데 막 들어서자마자 어떤 지나가던 분이 들어와서 물만 마시고 갔다. 그것을 보면서 < '이상의 집'은 이상을 기억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 중입니다>라는 말처럼 그 동네 주민들에겐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곳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리 동네에도 한군데쯤 이렇게 부담없이 들어가서 목마르면 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면서, 이상에 관련된 책들이 거기엔 비치되어 있는데 그것도 뒤적거리다가 친구와 놀다가 올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문학가의 집이 그래 꼭 거창할 필요 없이 이런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거기에 가면 이상의 작품 <날개>가 전시되어 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 때 배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날개>는 1936년 <조광> 9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작가의 경험으로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은 폐결핵 때문에 구본웅과 함께 백천온천으로 요양을 가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금홍을 만난다. 그리고 나중에 서울로 와서 이상은 다방 < 제비>를 개업하는데 그때 금홍은 서울로 올라와 그와 동거하며 < 제비>의 마담이 된다. 그 금홍이의 본명이 연심인데 이 소설속의 주인공도 연심이고 기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홍은 이상과 살면서 가출을 자주하는데 금홍이 두 번째 가출에서 돌아온 다음 “제비”의 어두컴컴한 뒷방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살림을 차린다. 박태원의 말에 의하면 그곳은 우미관 근방의 어느 골목 안 일각대문집으로 이 집에는 방방이 수십가구가 살며 이상과 금홍은 방 두 개를 얻어 각자 독립된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 날개>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일곱째칸이다. …..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웃방이 .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드는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일인칭 독백으로 시작되는 「날개」 속의 ‘나’는 그 방에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골방 속에 틀어박혀, 아내의 화장품 냄새를 맡아보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고 권태롭게 보낸다. 거기다가 이런 남편이 자신의 매춘 행위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아내는 그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아스피린을 주는 척하며 수면제를 주는 공간으로 묘사되고 있는 장소이다.

<이상의 집>에 가면 공간 안쪽에 철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을 밀고 들어가면 좁은 공간에서 영상이 나오고 있다. 그 공간이 바로 날개에서 나오는 방을 형상화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이 넓지 않았지만 거기서 1930년대의 이상을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길이 변하지는 않았을테니 어린시절부터 뛰어놀던 장소이고 여기 이 장소를 지나면서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겠지 그리고 그가 개업했던 다방에서 혹은 종로의 어느 곳에서 친구들과 문학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겠지.  날개의 마지막 구절처럼 비상을 꿈꾸었던 이상을 생각을 해 본다.
날개야 , 다시 돋아라.

날자.날자.날자. 다시 한번만 날자꾸나 . 한번만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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