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과자 올림픽이 열린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오전 10시부터 전시장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올해 6회째 열리는 이 과자 올림픽은 SNS 입소문을 타고 예매권 1만6천 장이 완판되는 등 대형 행사로 거듭났다. 행사 당일에 몰려든 인파는 주최 측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과자는 일찌감치 동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행사는 서울 이태원의 한 작은 작업실 ‘웍스(works)’의 멤버들의 기획으로 탄생했다. 셀러들을 모으고, 행사를 홍보해 핸드메이드 과자를 사거나 팔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과자올림픽의 주 내용이다. 특정 테마 아래 창조된 콘텐츠(과자)를 통해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 된 셈이다. 이 행사의 시초에는 소위 말하는 ‘덕후’들의 은밀한 이벤트, ‘온리전(only+展)’이 있다.

온리전이란,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덕후’들이 모여 만든 행사다. 장르는 영화, 만화, 소설 등 다양하다. 온리전은 장소를 빌리고 행사를 총괄하는 주최 측이 있고, 만화나 소설 회지(會誌), 수공예품 등 창작품을 만들어 판매전에 참가하는 부스 참가자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창작품을 구매하러 모인 참관객들로 구성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 모두 특정 장르의 팬이라는 점이다. ‘덕후’들이 평소에는 일상생활의 이면 뒤인 온라인상으로만, 은밀하게 ‘덕질’을 해왔다면, 온리전은 이 덕후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행사다.

온리전은 비영리 행사다. 원작이 있는 2차 창작의 경우 저작권에 저촉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서브컬처, 즉 동인계에서의 인기가 원작의 인기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해 대부분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몇몇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 온리전의 참관객 규모가 200~300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온리전은 수익이 거의 나질 않는다. 대부분 영리추구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온리전의 주최자 A씨(28)는 “약 35,000원 상당의 부스 참가비와 4,000원 상당의 입장료,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이벤트로 발생하는 수익이 온리전의 수익 구조 전부다"라며 "여기서 대관료와 협력 그림 수주비용, 이벤트 굿즈와 팸플릿 제작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적자”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워낙 작품을 좋아하니까 행사를 열게 되는 것 같다"며 "온리전이 한번 열렸다 하면 팬들의 2차 창작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적자를 감수했지만, 팬심(心)으로 준비하는 행사이기에 즐겁다"고도 했다.


8월 29일 KBS 제2체육관에서 열린 영화 '킹스맨' 온리전 포스터.


온리전은 창작의 장이다. 모든 부스 참가자들은 직접 창작한 것들을 내다 판다. 가장 중요한 창작자, 즉 부스 참가자가 없으면 이 행사는 열릴 수 없다. 아예 순수 창작을 모티브로 한 온리전도 많지만, 보통은 기존 작품에 그들의 상상력을 보태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모 온리전에 참가한 부스 참가자 B씨(23세)는 “평소 이 작품을 좋아해 트위터 등에서 낙서정도만 그리는 편이었다"며 "온리전이 열린다기에 큰맘 먹고 스토리를 잡고 칸 만화를 그려 16 페이지 짜리 책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온리전에서 16 페이지 짜리 만화 회지 40부를 완판했다.

B 씨는 만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부스에 참가하며 만화 그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지 깨달았다"며 "새삼 만화가들이 존경스럽더라” 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 "책을 다 팔면 책 제작비와 부스 참가비 제외하고 치킨 두 마리 값 정도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며 "부스 참가는 교류의 목적이지, 큰 돈을 벌 생각으로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부스참가자들 중엔 그림이나 글쓰기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B씨와 같은 아마추어들도 적지 않다.

창작물에 대한 인식 제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흔히 '쓱싹' 그리면 '뚝딱' 나오는 게 그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부스 참가자들의 창작 행위가 온리전을 통해 같은 덕후(참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창작 행위를 배려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림을 갖고 싶다면 마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다는 풍조가 퍼지는 것이다. A 씨는 “5년 전만 해도 온리전 개최에 필요한 협찬 그림을 공짜로 의뢰했고, 작가들도 같은 팬이니 의리로 그려주곤 했지만 지금은 소정의 수고비를 드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온리전 내 창작물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성애 코드’는 대중적이라고 볼 수 없다. 작가들은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고 외치고 있긴 하지만 덕후들도 색안경 낀 일반인들의 간섭은 사양하고 싶다. 바로 온리전이 수면 아래 그들만의 리그로 남는 이유 중 하나다. 행사 규율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갖춰가고 있다. 최근 모 온리전에서는 고등학생이 미성년자 구독불가 회지를 대리 구매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논란이 일자, 행사 입구와 부스에서 일일이 사진이 붙어있는 신분증을 검사했다.

미디어에 비치는 덕후들의 이미지는 음침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그냥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고 상상력을 보태 창작하고, 교류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교류와 창작의 장 온리전, 순수하기에 더더욱 가능성이 보인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하여 작성했습니다.

지송인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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