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10시, 고단한 하루의 끝에 보는 드라마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적인 이유일 수도, 각박한 현실에서의 도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극히 통속적인 드라마 한 편에 우리는 울고 웃는다. 통찰력이 돋보이는 예리한 대사들은 누군가에게 평생의 한 줄로 남기도 한다. 지난 5일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가 나란히 첫 방송됐다. 올 가을 당신의 감성을 채워 줄 맛 좋은 드라마는 무엇이 될까. <편집자주>

 

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의 주역 유아인, 최강희, 정은지.


첫 방 시청률 승자는? 역사극 등에 업은 '대세 유아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된 SBS '육룡이 나르샤'는 전국 기준 시청률 12.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최강희의 브라운관 복귀작인 MBC '화려한 유혹'은 8.5%로 2위에 안착했다.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 배우 이원근을 필두로 내세운 젊은 감각의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는 2.2%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단지 1회 시청률만으로 앞으로의 치열한 시청율 경합을 예상할 수는 없다. 역사극('육룡이 나르샤'), 정극('화려한 유혹'), 하이틴성장드라마('발칙하게 고고')로 세 편 모두 장르가 확연히 구분 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개인의 취향'이 승부의 가장 큰 열쇠로 보인다.

 
유아인, 날아 오르다 '육룡이 나르샤'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는 영화 '베테랑', '사도'로 쌍끌이 흥행을 성공한 배우 유아인의 브라운관 복귀작이다.

50부작의 대작인 이 작품은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연기파 배우 김명민, 변요한, 천호진 등과 신세경, 윤균상, 정유미가 합류해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아 왔다.

1회는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유아인/아역 남다름 분), 이방지(땅새/변요한 분/아역 윤찬영)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훗날 ‘조선 건국’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에서 마주하게 될 여섯 용 중 3명이다.

첫 화의 모든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극의 인과관계를 설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극 초반부터 언급된 이성계-조소생의 관계가 사실 정반대였음이 밝혀진 순간은 안방극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정극 처음이야 최강희의 '화려한 유혹'


 

'화려한 유혹'은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와 최강희, 주상욱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순항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비밀스러운 이끌림에 화려한 세계로 던져진 한 여인의 이야기로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다.

최강희(신은수 역)가 의문의 사건으로 죽은 남편에 얽힌 의혹을 풀어갈 수 있을지, 위험한 사랑을 시작한 차예련과 주상욱 앞에 어떤 운명이 펼쳐지게 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남편 홍명호(이재윤 분)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찾아온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신은수(최강희 분)의 모습, 아버지 강석현(정재영 분)의 야망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강일주(차예련 분)와 진형우(주상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장 주목할만한 건 잠시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빠른 전개였다.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의 횡령 사건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쓴 채 죄수복을 입어야 했던 신은수의 불행한 삶이 끝없이 펼쳐졌고, 강일주와 진형우의 시릴 만큼 아픈 사랑이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아역 연기자 김새롬, 남주혁의 향연 역시 앞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은지의 하드캐리 '발칙하게 고고'


 

십대 청춘의 싱그러운 감성으로 중무장한 '발칙하게 고고'.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연기자로 눈도장을 받았던 걸그룹 에이핑크 출신 정은지의 열연이 합격점을 받았다. 정은지를 필두로 이원근, 빅스의 멤버 엔, 채수빈, 지수 등 신선한 얼굴들을 대거 기용해 소녀팬들의 '팬심'을 자극한다.

'발칙하게 고고'는 성적순으로 계급이 매겨지는 세빛고에서 공부보단 자신들이 좋아하는 춤에 열정을 쏟는 리얼킹 동아리와 대입 스펙용으로 무늬만 동아리인 백호 동아리 아이들의 모습을 교차로 연출하며 씁쓸한 대한민국 교실을 그대로 담아냈다.

칠전팔기 여고생 정은지(강연두 역), 자유로운 영혼의 독보적 엄친아 이원근(김열 역), 까칠도도 엄친딸의 끝판왕 채수빈(권수아 역), 4차원 농구 소년 차학연(하동재 역)(빅스 엔), 신비주의 우등생 지수(서하준 역) 등 마치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통통 튀는 캐릭터의 향연은 하이틴 만화를 연상시키며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난 1회 방송에서는 동아리 폐부 선고를 받은 연두(정은지 분)가 대자보를 붙이며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리얼킹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폐부 위기에 놓인 리얼킹 동아리를 위해 백호 동아리에 발을 들인 연두,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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