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자기계발이 무슨 잔머리 굴리는 처세술이나 성공의 지름길을 배우는 요령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너무 조급해서 그렇다. 자기계발은 평생동안 자신이 어떤 꿈을 이뤄갈 것인지, 그걸 위해 어떻게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다듬어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지 결코 얄팍한 요령이 아니다. 세상엔 온갖 편법이나 잔머리, 지름길이 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좋은 자기계발이 아니다. 자기를 망치는 길이다. 그렇게 길들여져서는 절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 느려도 제대로 된 걸음이 필요하다.

2003년 미국의 명문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한 라이언 카샤의 이야기를 아는가? 4년 과정을 3년만에 졸업하고 평점이 4.0만점에 3.8점을 받았고, 이후 박사학위까지 받고 미국 발렌시아 커뮤니티 대학의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여기까진 그냥 공부잘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스토리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라이언 카샤는 6살때 아이큐가 43밖에 안되어 학습지진아 판정을 받았었다. 초등학교도 바로 못들어가 삼수를 해야했을 정도다.
신체적 장애에다 말도 어눌하고 공부는 꼴찌만 하던 그는 친구들에겐 따돌림과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늘 용기를 줬다. 꾸준히 노력하면 친구들을 능가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라이언 카샤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했다. 분명 느린 걸음이었지만 포기않고 꾸준히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을 공부했다. 느리지만 쉬지않고 간 덕분에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 앞서기 시작하더니 명문대 수석졸업을 거쳐 대학교수까지 간 것이다.
그의 성취보다 그가 흘린 땀의 시간이 더 대단하다. 하물며 아이큐 43의 지진아도 느리지만 제대로 꾸준히 전진한 덕분에 명문대를 거쳐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는데, 라이언 카샤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출발한 당신이 벌써부터 포기를 생각하고 현실에만 순응하려 조급함만 가진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육상에선 경쟁의 최고 기준이 속도다.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해서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더 빨리 달리려고 한다. 하지만 인생에선 그 속도라는 것이 최고의 기준이 아니다.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하듯, 편법과 요령으로 찾은 지름길로는 위기를 쉽게 만나기도 하고, 위기 앞에서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미션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 아닐까? 결코 우린 이 미션 앞에선 남의 일 대신 해주듯 하는 태도를 가져서도 안되고, 억지로 하기 싫은 일 하듯 해도 안된다. 대충 요령 피며 속도만 빠른 부실공사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어차피 인생은 길다. 인생 다 볼 것도 없이 청춘만 봐도 꽤 길다. 청춘의 10년, 아니 그보다 짧아도 몇 년씩은 된다. 그 시간 꾸준히 한걸음씩 자신의 가치를 탄탄히 다져가고 능력을 쌓아나가는 이들이 결국 성공도 더 많이 한다. 인생의 승자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느리고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하나씩 키워가며 전진하고 있었다.

발레리나 하면 가장 먼저 우아한 몸동작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무대 위의 발레리나들을 보면 몸의 선이 저렇게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을 본적이 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태의 발레리나 발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거칠고 투박하고 못생겼고, 무슨 발가락 기형이라 오해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평생을 고생하며 농사지은 그 어느 촌부의 발도 강수진의 발보다는 나을 것이다.
토슈즈를 신고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발레리나는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몸 전체의 무게를 견딘다. 발끝으로 서있는 것만도 어려운데 그 상태로 춤까지 추는데, 학창시절부터 남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씩 연습했던게 그녀다.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그녀가 무대 뒤 연습실에서 흘린 땀과 시간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많고 또 길었던 것이다. 최고가 되는데 있어서 요령이나 편법은 없다. 연습의 성과는 시간과 몰입도에 비례한다. 그런 점에선 연습은 참 정직하다. 정직하되 느린 걸음, 그것이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다.
 
느리게 가는 것과 제대로 가는 것은 다르다. 빨리 가는 것과 급하게 가는 것도 다르다. 이왕이면 제대로 가면서 속도까지 빠르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에선 너무 빨리 가려다가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늦게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가되 조금 느리게 가는 것과 무조건 빨리 가는 것 중에 선택하라면 고민없이 전자를 택하겠다. 남보다 좀더 빨리 두각을 드러내고 싶고, 좀 더 빨리 성공의 지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니 다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빨리 간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빨리 갔다가 빨리 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대로 탄탄히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는 얼마든지 지켜내고 살릴 수 있지만, 운이나 요령으로 능력에 비해 너무 쉽게 얻은 기회는 대개 자신을 갉아먹는 수가 있다. 실제로 무명생활 없이 바로 톱스타가 된 연예인의 경우, 쉽게 방탕해지거나 오만해져서 연예계 수명을 짧게 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줄 잘서거나 높은 사람 비위 잘 맞춰서 요령껏 일찍 승진한 사람들 중에도 의외로 능력의 벽에 부딪히며 토사구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진 과도한 기회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뭐든 쉽게 얻는 기회는 독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혹시 조급해하고 있는건 아닌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상기 칼럼은 제가 최근에 출간한 
 <청춘내공 (김용섭 저, 한스미디어, 2012. 2)>에서 옮겨왔습니다.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로~
http://www.yes24.com/24/goods/6349024?scode=032&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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