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총선이 여당의 대승으로 끝난뒤 일본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집권당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난다.기업가나 일반 국민들의 표정에서도 이제 일본이 살아나 다시 한번 세계경제를 리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을 방문하고 오늘 귀국한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은 7일 낮 주일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의미있는 말을 했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만나봤더니 몇달전 보다 훨씬 여유있어 보이고,자신감이 넘쳐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중국 일본을 둘러봤는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왔다고 했다.한국 정치도 소모적인 정쟁을 하지말고 국가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부디 정치 지도자들이 10년,20년뒤 한국의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본론으로 돌아간다.

기자도 올 가을 들어 일본이 달라지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느끼고 있다.

당장 서민들의 생활이 크게 좋아질 정도로 눈에 띄게 경제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평범한 사람들이 미래를 밝게 본다는 것은 커다란 변화다.

십수년만에 일본경제가 다시 날개짓을 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소비시장 회복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본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는 것 분명한 것 같다.

경제 현장의 각 분야에서 10여년 만에 달라진 모습들이 감지된다.이번 글부터는 최근 일본 경제의 달라진 모습들을 소개할까 한다.

먼저 유통시장을 살펴본다.

도쿄 신주쿠에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쇼핑 명소다.지난 상반기 신주쿠 쇼핑가에 조그마한 변화가 있었다.

일본 최고 백화점을 자랑하는 미쓰코시 신주쿠점이 간판을 내리고 그 자리에 생활 잡화 용품 전문점 로프트(Loft)를 비롯해 패션 의류 서점 등으로 구성된 쇼핑몰이 들어섰다.

백화점측은 몇년째 계속되는 매출 감소와 적자를 견디지 못해 임대 매장으로 바꿨다.

도보로 5분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전 양판점 요도바시.전국 18개 요도바시 매장중 가장 먼저 지어진 신주쿠점은 다소 사정이 다르다.

시민 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평일에도 항상 북적거린다.신주쿠 상권은 일본 유통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매 유통의 왕자였던 백화점은 1970년 초반 할인점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의,식,주 제품을 값싸게 공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할인점도 2000년대 들어 고객이 감소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다이에에 이어 선두 업체인 이토요카도는 8월 말 30여개 점포의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유통업계 주역 이던 백화점과 할인점은 8년째 매출이 줄고 있는 상태다.이토요카도의 영업 이익률은 지난해 1% 밑으로 추락했다.

대도시의 지역 상권에선 동네 구석구석을 파고든 100엔 숍과 편의점에 고객을 뺐겼고,가전 의류 제품 등은 전문점에 시장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에비해 대도시의 부심 이나 외곽을 중심으로 2,3년 전부터 건설 붐을 일으키고 있는 대형 쇼핑센터(SC)는 가족 단위 고객이 몰려들면서 신규 오픈이 줄을 잇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에는 백화점 할인점 등은 물론 레스토랑 놀이시설 영화관 등 다양한 복합시설이 들어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지역 재개발 사업과 함께 대형 쇼핑 센터가 건설돼 지역 상권이 바뀌고있다.

지자체간 쇼핑 센터 유치 경쟁도 뜨거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 오픈한 쇼핑센터중 매장 면적인 5만 평방M를 넘는 곳 만도 5개나 된다.5월 치바현에 오프한 ‘하버시티 소가 SC’는 점포면적이 7만2400 평방M에 달한다.

유통업계에서 쇼핑센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980년대 중반 10% 에서 지난해 21%로 높아졌다.

이와사키 유이치 일본 SC협회 회장은 “백화점 할인점 전문점에 이어 교외형 대형 쇼핑센터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10년 이상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난 일본경제는 과거와는 또 다른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일본경제2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