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로 이사하고 창틀에 끼인 이물질을 쉽게 한 번에 제거하려다가 손톱을 깨트렸다. 물론 소량의 피도 났다. 손톱 사이로 피가 솟으면서 세상에 쉬운 일도, 공짜도, 한 번에 되는 일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쉽고 편하게 살려고 한다.
힘든 일을 기피하고, 말은 표현 수단에 불가한데 말로 승부를 걸려고 하고, 아무리 화려한 포장도 내용물이 될 수 없는데 껍데기 포장술로 유혹하고, 얼굴을 꾸미고 성형해도 마음까지 고와지는 것은 아닌데 예쁜 얼굴 만들기에 집착하고, 전문 지식은 한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아는 것에 불가한데 전문지식으로 권위를 세우려고 하고, 높은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은퇴해서도 쉽게 살려고 전관예우와 특별연금을 받으려고 한다. 쉽게 살려는 풍조는 위아래가 없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려움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나갈 때 진화(進化)하는데, 쉽게 살려는 노력은 몸과 마음을 약화시켜 인간 역진화, 인간 퇴보를 초래한다. 이대로 쉽게 살려는 풍조가 계속되면 육체는 생산성을 잃고, 정신은 무사안일과 두려움, 성급함과 자괴감에 빠져 강인함을 잃는다.



만물은 고통과 고난을 겪어야 성숙한다.
고난과 시련 극복 없이 감동을 주는 소설의 주인공이 있는가? 흔들리지 않고 달리는 마차,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는가? 없다. 오래 전부터 일을 쉽게 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인생은 고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밥도 뜸을 들여야 맛있다. 일을 이루려면 최소 3번의 실패를 거쳐야 한다.(삼세판) 양지가 음지 된다. 바람이 불어야 식물이 강하게 자란다. 나쁜 날씨가 사람을 부지런하게 한다. 등> 인생은 고난을 극복하는 드라마다. 살면서 고난과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대표적 글이 보왕삼매론이다. (보왕삼매론은 『보왕삼매염불직지』의 총22편 가운데 제17편에 실린 십대애행(十大碍行)으로, 수행에 따르는 장애를 극복하는 10가지 지침이며, 보왕삼매론의 저자는 중국 명나라 초기 선승인 묘협, 명나라 말기 고승(高僧)인 지욱(智旭)이라는 2가지 설이 있다.)



보왕삼매론에서 배우는 장애 극복의 자세.

보왕삼매론을 한글로 번역하면,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므로, 병고(病苦)로써 약을 삼고, 2) 살면서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사치한 마음이 생기므로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고,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므로 장애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4)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誓願)이 물러지므로 마로써 수행의 벗을 삼고,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경솔해지므로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고,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므로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고,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교만해지므로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일을 이루고,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므로 덕을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고,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므로 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고,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므로 억울함을 당하는 것을 수행의 도(道)로 삼으라.> 고 했다. 보왕삼매론을 통하여 고난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살펴보자.



행복이 쉽게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마라.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쉽게 일이 성사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일을 쉽게 하려고 하면 실망과 두려움이 생겼다. 학생이 공부를 쉽고 하려고 하면 공부가 지겨워 지고, 직장인이 일을 쉽게 하려고 하면 일에 빈틈이 생기고, 군인이 훈련을 쉽게 하려고 하면 전쟁이 두려워진다. 지금 서로 엇물린 세상은 일을 쉽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지만, 설사 일이 쉽게 되면 재미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된다면 사는 재미가 있겠는가? 행복하려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운동 삼아, 혹은 정신 수양 삼아서 해야 한다. 행복을 만드는 공사에는 발명품이 없다. 보다 편리하게 살기 위한 발명품이 넘치지만, 행복을 쉽게 만드는 발명품은 없다. 몸이 편하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며, 인생 고해 속에서 행복을 얻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행복은 육신과 정신의 연동 속에서 생기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행복 삼매론 - 고난과 장애를 행복으로 바꾸는 현대적 기술



우리는 행복을 구하는 수행자들이다. 보왕삼매론의 어투를 살려서 행복 삼매론을 지어본다. <가) 가장 큰 자리를 바라지 말라. 큰 자리에 가고자하면 적이 생기나니, 작은 자리로 반석을 삼고, 나) 나만을 위해 일을 도모하지 말라. 나만을 위하면 사방의 기운이 흐트러지므로  함께 하는 것으로 기운을 보존하라. 다) 다 얻으려고 하지 말라. 다 얻겠다고 욕심을 내면 하나도 구하지 못한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으로 평화를 얻고, 라) 라면을 태워서 라면을 끓이지 말라. 이는 욕망으로 욕망을 다스리는 격이니, 욕망이 나고,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평상심을 지키고, 마) 말로 믿음을 사지도, 말에 믿음을 두지도 말라. 말로 믿음을 사려고 하면 부풀리고 속이게 되므로 행동으로 믿음을 구하고, 바) 바로 일이 성사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천운을 능력으로 착각하므로 어렵게 일이 이루어지는 것에 감사하고, 사) 사건과 사고가 전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삶이 평탄하면 발전이 없으므로 사건과 고난으로 일을 이루고, 아) 아름다운 행복만 있기를 바라지 말라. 행복만 바라면 실망과 불행이 넘치게 되므로 불행을 행복의 출발선으로 삼고, 자) 자연이 내 뜻을 따르길 바라지 말라. 자연을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은 몸으로 영혼을 다스리는 격이니, 그냥 자연의 일부가 되고, 차) 차선(次善)을 바라지 말라. 차선을 염두에 두면 행동이 느슨해지나니, 최선을 다하고 차선을 기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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