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Silver)는 자동차의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색채이다. 사실 단어 그대로의 실버(silver)는 은(銀, Silver)를 뜻하고, 실제 금속으로서의 은은 우리들이 접하는 도료의 실버(silver)와는 색감이 다른, 따뜻한 인상을 주는 금속이다. 그렇지만 도료로서의 실버 컬러는 이른바 메탈릭 도료(metallic paint)로, 다른 원색의 도료와는 다르게 색채를 내는 주 원료로 금속분말이 사용되는 특징을 가진다. 가장 보편적인 금속재료는 알루미늄으로써, 대부분의 실버 컬러는 산화알루미늄(Al2O3) 분말이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티타늄 같은 금속을 원료로 한 분말이 도료에 사용되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실버 컬러가 개발되고 있다.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


실버 컬러는 빛의 각도와 세기에 따라 반사율이 변화하기 때문에 차체의 입체감을 강조하는 데에 뛰어난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볼륨감이 큰 차체나, 근육질의 차체, 또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의 차체 등 다양한 형태의 차체 디자인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티타늄을 사용한 실버 컬러는 빛의 각도와 세기에 따라 반사밝기가 변화하는 것 이외에 색조까지 변화하는 것도 등장해서 차체를 훨씬 더 풍부한 감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벤츠의 실버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실버를 처음 사용한 차는 1911년형 롤스로이스의 실버 고스트(Rolls Royce Silver Ghost) 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알루미늄을 도장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경우이다. 벤츠 또한 실버 컬러를 대표 컬러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화가 있는데, 1954년형 300SL(W198)의 모태가 된 SL의 레이싱 모델이 짙은 녹색으로 칠해진 차체 색이 영국의 재규어 레이싱 머신의 짙은 녹색과 동일해서, 서로 구분하기 위해 할 수 없이 페인트를 모두 벗겨내고 차체의 재료인 알루미늄이 그대로 노출된 채로 경주를 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은색이 벤츠의 상징처럼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의 벤츠 SLR 역시 대표 색으로는 은색을 지키고 있다.

 

 



포르쉐 550 스파이더




 

이외에도 1955년의 포르쉐 550 모델도 실버를 사용했는데, 이후 이들 독일 메이커들은 장식적인 요소를 가지지 않는 독일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차가움의 미학(cool elegance)’의 대표적 특징으로써 실버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성능을 상징하는 색채로써 다양한 차종과 컨셉트 카 등에서 실버 컬러가 사용되고 있으며, 자동차 메이커에서 디자인을 평가할 때도 기본적인 색채로써 실버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실버는 차체 디자인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




 

실버 컬러는 사실상 어떠한 형태나 크기의 차량에도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버 컬러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별도의 디자인적 요소는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장해야 할 표면이 매우 거칠게 마무리되어 있다거나, 표면의 곡면이 흐름이 깔끔하지 못한 경우 등에서는 오히려 실버 컬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또한 모든 세부적인 형상이 그대로 노출되므로 도어의 분할선의 설정 등이 차체의 디자인을 우아하게 해주기 위한 디자인처리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한편으로 각 부품들의 결합상태 등도 그대로 나타나므로, 부품간의 간격, 굴곡 등에서 높은 수준의 조립품질이 확보되어야 한다.

 




고성능 고급 승용차도 실버를 대표 이미지로 쓴다




 

한편 과거에는 실버는 고급승용차에 그다지 많이 사용되는 컬러가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고성능 고급승용차에 매우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특징을 볼 수 있다. 특히 크롬 도금된 부품들과 실버 컬러와의 조합은 고성능이면서 신뢰성 높은 고품질의 인상을 주기도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