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TV는 더 이상 실시간 방송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드라마, 쇼, 뉴스 등 영상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실시간 온라인 게임도 하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트위터에 메시지도 올리고, 영상통화도 하고 이메일 확인에 업무까지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에 있는 콘텐츠를 순식간에 스마트TV로 옮겨서 볼 수도 있습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구현되는 각 가정의 미디어 거점이 될 것입니다. 과연 누가 이런 TV를 두고 바보상자라 하겠습니까? 

그동안 TV의 진화는 화질에 대한 기술 개선이었습니다. HDTV를 지나 3DTV로 이동하여 고해상도와 화질을 개선시키며 계속 신규 수요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진화의 폭은 TV의 본원적 속성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화질이 개선되어도 바보상자이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반면 스마트TV는 TV에 웹을 더하고, 모바일과 타블렛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도 더하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도 더해져 사용자의 능동성과 선택권이 혁신적으로 강화된 새로운 미디어가 됩니다. 스마트 TV는 이름에 TV가 붙었다 뿐이지 일방적으로 뿌려지는 방송을 수동적으로 보던 바보상자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태블릿, TV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미디어가 통합된 대화면의 사용자 주도형 미디어가 될 것이기 때문 입니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온 후 몇달만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몰고 왔습니까? 스마트TV가 일으킬 변화도 엄청날 것입니다. 우선 사용자의 미디어 소비를 더 늘려줄 것이고, 컴퓨터 사용시간은 줄어들 것입니다. 일상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갈 것이며, 영상통화가 보편화될 것이고,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영상으로 특화된 서비스가 확산될 것입니다.

PC산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며, 가전업계와 방송산업의 판도도 바꿔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TV로 인해 방송산업과 TV제조업계의 밀월관계는 끊어질 전망입니다. 아무리 3DTV를 만들어서 팔려고 해도 방송을 3D로 만들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듯 방송산업과 TV제조업계는 오랫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좋은 동지이자 공생관계이기 때문이지요. 대신 TV제조업계와 웹과 모바일, 콘텐츠 업계와의 관계는 좀더 돈독해지겠지요. 이는 미디어산업 전반으론 기회가 더 크겠지만, 방송산업으로선 최대 위기가 되는 것입니다.

TV방송 그대로 보는 것은 시간낭비라 여기는 시청자들이 요약된 것을 검색해서 보거나, 방송이 아닌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앞으로 스마트TV환경에선 TV를 켰다고 반드시 방송을 보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TV로 할 수 있는게 너무 많아지게 되면 결국 방송산업의 영향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지요. 누군가의 기회가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위기임을 절실히 보여줄 것입니다.
광고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올겁니다. 대규모 광고대행사들에겐 TV광고가 가장 큰 시장이었는데, 이제 그 시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산업과 광고산업의 재편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기존에 주도권을 가진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기회를 찾기가 좀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스마트TV의 주도권은 TV제조업계도 방송업계도 아닌, 애플과 구글 같은 미디어와 콘텐츠 기반의 회사에게 있습니다. 구글이 소니, 인텔 등과 제휴해 구글 TV를 발표했으며, 이에 뒤질세라 애플도 iTV로 응수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미 2006년 12월에 셋탑박스 형식의 스마트TV를 출시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 준비하는 스마트TV에선 좀더 기대를 품게 합니다. TV의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TV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올 하반기에서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스마트TV 전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칼을 빼든 당사자들 모두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비즈니스 전쟁에선 분명 승부는 가려집니다. 그 승부에선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아주 행복한 상황임엔 틀림없습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똑똑한 만능 미디어의 등장을 맞으려면 TV에 대해 가지던 고정관념부터 버려야할 겁니다. 스마트TV는 우리가 알던 TV가 아니니까요.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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