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잡지, 사보 등에 글을 기고하는 사람들에겐 소위 원고료라는게 지급된다. 대개 분야별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를 비롯해, 전문적인 기고가 등이 원고료를 받는 주대상이고, 이들은 원고료의 댓가로 그들의 지식과 정보가 담긴 글이라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런데 원고료라는 것이 십년전에 비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설마 그럴까 싶겠지만, 실제로 10년전과 비교해서 오른건 거의 없다. 심지어 특집기사나 기획원고의 경우에도 기획비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냥 원고료가 전부다. 기획에 대한 가치는 고려치도 않는 경우가 많다. 그냥 제시받은 대로 글을 소소하게 쓰는 경우나, 직접 기획하고 회의하고 뭔가 조사와 인터뷰를 한 경우나 사실 별 차이 없는 경우도 많다. 가치 평가에 있어서만큼은 뭔가 두루뭉술, 얼렁뚱땅, 흐믈흐물이다.

실제로 나는 원고료라는 것을 받고 글을 쓴지가 15년이 훌쩍 넘었고, 그동안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사보, 웹진 등 수백개의 매체를 상대해봤다. 라면값이나 과자값은 10년 동안 꽤 올랐지만, 원고료는 별로 오른게 없다.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언론매체나 기업 사보 등의 담당자들도 원고료 낮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다. 사실 진짜 아는지 말로만 그런체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원고료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대기업 사보다. 세상 물정이나 물가 상황에 그나마 가장 민감한 것이 기업이어서 그런가보다. 물론 여기서도 중간에 대행사의 역할을 하는 편집기획사들에서 가격조정을 하여 중간차익을 남기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여간 20년 전으로 멀리 가봐도 원고료의 큰 차이도 없다. 같은 기간동안의 물가인상률에 비교해봐도 턱없이 낮은 상승률을 보인다. 왜 라면값 오르는 것만도 못하게 원고료가 조금씩만 오르는걸까? 그건 원고, 즉 지식정보에 대한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겠는가. 이런 땅에서 지식정보강국을 외친다는 것이 넌센스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말이다.

언론매체에 글 쓰는 일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고, 그런 매체에 글 쓴다는 것이 글쓰는 이에겐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매체가 '이런데 글쓰면 당신 홍보가 되는거니 박한 원고료에도 그냥 참고 써라' 라는 암묵적 강요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런 생각은 글 쓰는 사람이 필요에 따라서 하면 모를까, 원고료를 적게 주면서 할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언론매체에선 그런 태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언론매체가 이런 글을 모아서 비즈니스를 하는 곳 아닌가, 자신들이 원고에 대한 가치를 낮게 매기는데 어찌 그걸 가지고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겠는가? 원가가 낮으면 제품의 품질도 떨어지기 쉽다. 품질이 떨어지면 비싸게 팔기도 어렵고, 자칫 고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는 언론매체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제값주고 비싸고 탁월한 콘텐츠를 만들어야지 인터넷포털이나 블로그미디어, 소셜네트워크의 영향력 속에서 그나마 돌파구를 찾아내지 않겠는가? 만약 알량한 홍보효과라는 말로 포장된 박한 원고료에 반기를 들고 언론매체 글쓰기를 사람들이 포기한다면 누가 가장 손해를 볼까? 결국 언론매체 아니겠는가? 중요한 것은 원고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적 태도다. 언론매체가 가진 태도, 사회가 가진 태도, 정부가 가진 태도 등이 말로만 지식강국이나 지식정보 경쟁력을 외치면서 현실에선 이율배반적으로 원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코 지식정보나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가지긴 어려울테고, 비즈니스가 되지 못하는 분야는 도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강국을 외치는 나라에 살고있고, 지식정보가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원고라는 콘텐츠에 대한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 안타깝게도 원고료만 그런게 아니다. 강연료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정보와 식견을 글로 옮긴 것이 원고라면, 그것을 청중 앞에서 말로 옮긴 것이 강연이다. 원고만큼이나 강연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콘텐츠이자 지식이고 정보다. 하지만 이 또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장가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원고료나 강연료 모두 아주 유명한 명사들의 경우에는 예외가 주어진다. 파격적인 금액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들어서 전체를 말해선 곤란하다. 기준가 혹은 시장가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분명한건 원고료나 강연료, 그밖에 전문가들 불러서 하는 회의의 경우에 주는 회의비나 자문료 등도 10년 전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는 거다. 모두 공통적으로 지식이나 정보, 식견에 해당된다. 물리적 물질가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늘 평가를 소홀하게 받는 것이 바로 무형의 지식가치들인 것 같다. 더 좋은 지식과 정보, 더 독창적이고 날카로운 식견과 통찰이 많아지려면 이들의 글과 말에 대한 평가부터 달리해야 하지 않겠나. 누구의 밥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 지식강국이 되고 싶다면 말이다. 뭐든 돈이 모이는 곳에 인재도 모이지 않는가.

사실 이런 글이 나에게 도움될리 없다. 괜히 내 글 읽은 언론매체나 사보 담당자들에게 미운털 박힐 수도 있다. 하지만 15년 정도 원고료를, 10년 정도 강연료를 받아본 사람으로서 이정도 푸념은 해도 되겠다 싶었다. 내게 이익은 안될지라도, 적어도 원고를 쓰고, 강연을 하는 지식과 정보, 식견을 파는 지식노동자들 전체에겐 이익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런 얘기들이 자꾸 돌고 돌아서 10년간 물가인상 영향을 초월했던 이 신비한 동네에서도 물가인상의 영향권에 들지 않을까 싶어서다. 난 정말 대한민국이 지식강국이 되길 바라고, 미래 창조시대의 경쟁력이 될 지식정보생산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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