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요즘 농촌 인심이 어떻더라, 시장 인심이 어떻더라' 하는 얘기다. 이런 얘기는 늘 나오는 레퍼토리지만 휴가철에 좀더 자주 나온다. 분명 옛날과 다르건 맞다. 하지만 먹고 살기 어려워서 인심이 나올 틈이 없어서 그런건데, 그런 정황은 쏙 빼놓고 결과만 얘기한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그러고, 네티즌의 블로그에서도 그런 인심 타령이 흘러나온다. 그들이 바라는 인심이라는게 공짜로 뭘좀 달라는거 아닌가? 왜 관광지에 가거나, 대형마트에 가서는 제값 혹은 비싼값은 다 주고도 불평없는 이들이 농촌과 시장에선 왜그리 공짜로 바라는게 많나? 왜 없는 사람들에게 인심을 강요하나? 인심은 주는 사람의 자발적 선의인 것이지, 받는 사람들의 요구가 아니지 않는가? 야박한 인심은 그만큼 농촌과 시장이 먹고살기 어렵단 말 아니겠는가.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지금 농촌을 보라. 먹고살기 힘든 노인들만 잔뜩이다. 그들의 곳간이 텅텅 비었는데 거기다 대고 인심 타령 할건가? 적어도 그 곳간부터 먼저 채워주고 나서 인심 타령하자. 농촌인심 타령하는 사람들은 과연 농촌에 뭘 준 적이라도 있나? 자기는 주지도 않으면서 뭘그리 달라고 바라는가? 농촌이 뭔 죄냐? 농촌이 있는 노인네들이 무슨 죄냐? 걸핏하면 농촌 인심하면서 농촌의 희생만 바랄거냐? 앞으로는 농촌 인심이란 말 함부로 쓰지말자. 그런 말로 농촌과 농부들을 죽이려 들지 말자. 농촌은 뭐 퍼주며 손해보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만 사는 곳인가?

서리와 도둑질의 차이가 있다. 서리는 자기들 먹을거 겨우 몇개 가지고 나오는 정도이고, 가난한 시절 먹을 것 없던 시절에 통용되던 얘기였다. 도둑질은 먹자고 하는게 아니라 팔아서 돈벌자고 하는 것이고 서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냥 먹으려는 의도로 도시인이 농촌가서 한두개 서리하겠다고? 서리라는 추억을 되살려보겠다고?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팍팍하다. 먹고살기 힘든 농부, 일년 내내 농사지어도 몇푼 안되는 돈을 버는 농부에게 과연 그러고 싶은가? 도시인의 최저소득보다도 더 낮은 소득을 거두는 농부들이 많다. 자신보다 가난한 농부가 힘들게 지어놓은 농산물은 돈한푼 안들이고 서리라는 이름 아래 농부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은가? 그런게 아니라면 그냥 돈주고 사먹어라. 농부한테 말하고 서리하듯 몇개 사라. 공짜 밝히는 못된 심보에 부응 안해준다고 농촌인심, 시골인심 타령하며 그들을 매도하지 말자. 적어도 시골의 농촌사람들이 도시인들에게 뭘 공짜로 바라고 달라고 하지는 않잖나.

농촌도 분명 예전 같지 않다. 이웃보단 돈이 우선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웃보다 돈이 우선인 것은 도시든 농촌이든 마찬가지다. 도시는 더 하다. 언제 도시 인심이란 말이 있기나 했나? 인심하면 농촌인심이란 말밖에 없지 않는가. 적어도 농촌에선 이웃과 낯선 손님을 위해 인심을 베풀줄 알았단 말이고, 그 인심이 사그러들긴 했어도 여전히 도시에 비해선 훨씬 좋다. 적어도 이웃사촌끼리 원활한 소통도 하고 서로의 일도 품앗이하면서 공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선 이웃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아도 눈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치기 일쑤다. 도시에선 나밖에 없다. 나혼자 잘살면 되는거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에선 나혼자가 아닌 이웃이 있고, 나누는 재미가 좀더 많다. 그러니 농촌인심 운운하면서 도시인이 농촌가서 뭘 더 얻어먹으려는 얄팍한 생각은 버려라. 인심은 자발적인 것이고, 일방이 아닌 쌍방이다. 농촌인심을 원하는 도시인들은 스스로 인심을 품고 농촌에 가봐라. 그럼 충분히 농촌인심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가면 어떻게든 깍으려고만 들고, 공짜 덤을 더 받으려고만 든다. 사실 시장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 중에 먹고살만한 사람 얼마나 되나. 다들 어렵다. 그 어려운 사람들한테 하나라도 더 뺏으려고만 들면서, 그걸 가지고 시장 인심이라고 말한다. 시장이 장사가 잘 될때는 그런 인심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때문에 생존권에 문제가 생긴 시장 상인들 앞에서 인심 타령하는건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
장사 잘되는 대형마트가서 물건값 깍어나 덤좀 달라고 하지 그러나. 왜 거기선 찍소리 안하면서 시장에 와서만 그러나. 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도 평균적으로 더 싼데, 왜 서민이나 가난한 상인들이 파는 시장에서만 에누리와 덤을 받아가야 하는건가. 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려 궁리하면서, 부자인 기업에겐 잘 퍼주면서 말이다. 인심 타령 하고싶다면, 먼저 인심을 베풀어봐라. 먼저 시장에 와서 웃는 얼굴로 그들의 물건을 사줘라. 그들이 장사가 잘되면 웃는 얼굴로 덤이나 에누리를 해줄 것이다. 인심은 주고받는 것이지 누구 하나의 일방적 희생이어선 안된다.

농촌과 시장도 우리의 삶의 터전이고, 여전히 수백만명이 그 속에서 생을 영위하고 있다. 점점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들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그들이 인심이 나도록, 그들이 좀더 먹고살 수 있게 해주자. 대형마트 두번갈거 한번은 시장으로 가고, 농촌가서 그들의 노고에 박수라고 보내고 가는길에 농산물도 직접 사오는건 어떨까. 함께 사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소설네트워크 유행속에 우리가 공존과 연결되었다고 착각하지만 진짜 공존과 연결은 우리 주변에서 보다 더 인간적으로 할 수도 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한 소설네트워크에서의 인맥 연결이 아니라, 함께 사는 노력 만큼 진정한 공존과 연결도 없다. 농촌과 시장, 그들도 우리의 공존과 연결 대상임을 잊지말자.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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